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통치 철학의 전환
[KtN 최기형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6월 22일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자신이 이끄는 정부를 “진정한 국민주권 정부”라고 명명했다. 이 표현은 단순한 민주주의 원칙의 확인이 아니라, 전임 정부와의 체제 인식 차이를 드러내는 철학적 선언이다. 특히 “정치가 국민의 권한을 가져가버린 지금의 체제를 구조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현행 민주주의 구조를 넘는 통치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안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민주권의 재해석 – 권한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이 선언이 실제 통치 구조에서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형식은 갖추어졌지만, 실질적 결정권은 소수 정치 권력층, 정당 지도부, 일부 관료 조직으로 집중되어 있다는 현실 인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주권 정부’는 헌법상의 주권 개념을 형식적으로 인정하는 수준을 넘어서, 실질 권한의 설계 자체를 국민에게 되돌리는 구조적 개혁을 포함한다. 그 핵심은 ‘국민을 위임의 주체가 아니라 직접적 정치행위의 당사자’로 복원하는 데 있다. 이러한 구상은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 전자투표제 등의 직접민주주의 도입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윤석열 정부와의 체제 인식 차이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국민주권 정부’의 수반으로 자임한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법치주의 수호’와 ‘공정’이라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운 통치 스타일을 유지해왔다. 이는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절차의 중립성에 두고, 행정부는 정치적 갈등에서 중재자라기보다 ‘집행자’로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수사 구조 운영
– 검찰총장 출신으로서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권력 감시와 수사에 대한 강한 정당성을 주장
입법·행정 간 분리의 경직화
– 국회와의 협치보다는 입법 지연과 거부권 행사에 의존
민생보다 안보·이념 중심 행정 강화
– 노동, 복지, 교육 등 실질적 생활정책보다 외교·안보 어젠다에 행정력 집중
이재명 대통령의 체제 인식은 이와 반대 지점에 서 있다. 국민이 ‘정치 질서의 외부’에 위치해 있는 상태를 정치 실패로 정의하며, 권력을 국민 쪽으로 끌어당기는 방향의 설계를 요구한다. 국민을 통치의 객체가 아니라, 설계자이자 판단 주체로 복원하려는 통치 철학은, 윤석열 체제의 '통제와 질서' 중심 인식과 구조적으로 갈라진다.
체제 언어의 전환 – ‘국민의 권한’에서 ‘국민이 만드는 정치’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 권한'이라는 표현을 반복하고 있다. 단순히 정부가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는 행정적 복종의 언어가 아니다. '권한'은 정치적 권력이 아니라 정치적 구조에 대한 소유를 의미하며, 이는 헌법적 권력 설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표현이다.
‘국민주권 정부’는 행정·입법·사법이 국민 위에 존재하는 구조를 거부하며, 정치 제도를 ‘위임의 피라미드’가 아닌 ‘참여의 네트워크’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존 정치 세력과 거리를 두고, 협치가 아닌 재설계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체제 전환의 과제 – 구상에서 제도화로
문제는 이러한 체제 구상이 실제 제도적 실체로 전환될 수 있느냐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으며, 대통령 역시 여당 소속으로 정치적 동력이 집중된 구조다. 그러나 헌법 개정, 정당법 개정, 국민참여제도 도입 등은 단순한 다수결을 넘어, 정치권 전반의 폭넓은 합의와 절차적 정당성을 필요로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같은 법률 개정과 헌정 질서 개편을 단기간의 정책 성과로 접근하지 않는다. 구체적 법안보다는 철학적 원칙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이유는, 통치 초기부터 국민주권 체제의 정당성을 먼저 확립하는 전략적 방향에 있다. 개혁의 우선순위를 절차보다 정체성의 설계에 두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정치 시스템의 전환은 권력 교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는 이유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헌법 문구가 더 이상 정치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권력 구조의 분해와 재조립 없이 제도는 이름만 바뀐 채 유지되고, 민주주의의 외형만 남는다는 인식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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