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 중심 HR 전략, 조직 생존을 가늠하는 분기점에 서다

 딜로이트가 주최한 '2024 HR Trend 세미나'가 여의도 IFC The Forum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딜로이트가 주최한 '2024 HR Trend 세미나'가 여의도 IFC The Forum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유럽 주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2025년을 ‘인재 부족’이라는 키워드로 규정하고 있다. 맥킨지가 발간한 『HR Monitor 2025』는 유럽 7개국 1,9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인사 전략의 한계와 구조적 전환 필요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 내 HR 전문가의 32%는 "현재 재직 중인 인력이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탈리아의 응답 비율은 39%로 가장 높았고, 폴란드는 25%로 나타났다. 맥킨지는 인재 부족이 단순한 공급 차질을 넘어, 조직의 민첩성과 혁신 역량 자체를 저해하는 구조적 위협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맥킨지는 대부분의 조직이 이미 인력계획 체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인력계획이 ‘미래 준비’와는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맥킨지가 집계한 유럽 기업의 73%는 단기 수요 예측을 중심으로 한 운영 중심의 인력계획을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이 비율은 88%에 달했다. 그러나 맥킨지가 확인한 전략적 인력계획, 즉 3년 이상의 장기적 시야를 갖춘 인력 전략을 시행하는 미국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단기 예측에 머무르는 현재의 인력계획은 기술 변화와 업무 재편에 대한 대응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맥킨지는 인력계획이 단순한 정원 수급이 아니라, 조직이 확보해야 할 ‘핵심 역량(skill)’에 대한 정밀한 예측과 연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킨지는 이 전략을 ‘스킬 기반 전략적 인력계획(Skills-based Strategic Workforce Planning, SWP)’이라 명명하며, 미래 인사 전략의 핵심 도구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맥킨지가 분석한 유럽 기업 대부분은 스킬 정보와 인력계획을 분리된 체계로 운용하고 있으며, 양자 간의 유기적 연계는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맥킨지가 분석한 1,925개 기업 중 93%는 이미 직원의 스킬 정보를 HR 시스템에 등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맥킨지는 전체 조사 대상 중 스킬 정보와 인력계획을 유기적으로 연동하고 있다고 답한 HR 담당자의 비율이 30%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프랑스와 폴란드는 이 수치가 각각 54%, 47%로 낮았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80%가 양 체계를 병렬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맥킨지는 스킬 정보를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정보를 채용, 교육, 승진, 전환배치 등 전 인사 프로세스와 통합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맥킨지는 과도하게 세분화된 스킬 분류가 조직의 실효적 전략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응답 기업의 37%는 직원 1인당 21개 이상의 스킬을 문서화하고 있었다. 맥킨지는 이러한 과도한 문서화가 관리자와 HR 담당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안기고, 실제 활용도는 떨어뜨린다고 분석했다. 맥킨지는 실용성과 유지 가능성을 고려해 핵심 스킬 2030개 수준으로 압축하고, 최대 1015개 직무군 중심의 간결한 스킬 분류 체계를 권고했다.

맥킨지는 스킬 중심 인력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으로 AI 기반 시나리오 분석 도입을 제안했다. 맥킨지는 AI가 인력 수요의 불균형을 사전 탐지하고, 채용 또는 내부 전환 계획을 자동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맥킨지는 이러한 접근이 기존의 정원 중심 채용을 넘어, 조직의 역량 확보 전략을 ‘스킬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한국 기업 역시 동일한 함정을 빠르게 마주하고 있다. 다수의 한국 기업은 인사기획팀을 중심으로 연간 인력 수요 예측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는 대부분 직무별 TO 관리에 국한되어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스마트 인재 생태계 구축’과 ‘직무전환 중심의 일자리 정책’ 기조와 연계하려면, 인사 전략 전반이 스킬 기반 구조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교육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가 각각 분절적으로 추진 중인 디지털 역량 강화 사업 또한 조직 내부의 스킬 갭 파악 및 예측 기능과 연동되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조직이 스킬 기반 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핵심직무별 역량 명세서를 정립하고, 이를 채용공고와 승진체계에 일관되게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직무 전환 가능성과 유사 스킬을 보유한 내부 인재군을 체계적으로 식별하여, 외부 충원 중심의 인사 관행에서 내부 전환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하는 구조가 요구된다. 또한 스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과 경력개발 체계를 구축해, 조직 전체의 학습 경로를 미래 지향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맥킨지는 "스킬 갭은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현재 조직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이라고 명시했다. 조직이 확보해야 할 핵심 스킬을 명확히 정의하고, 해당 스킬을 어느 시점에 어떤 경로로 확보할지 결정하는 전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조직이 스킬 기반 인력 전략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경쟁 환경 속에서의 위치는 지속적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