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 사람의 전략이 경영의 전략이 되는 시대

인성검사 기술은 대형 플랫폼에서 벗어나, 웹 기반으로 경량화되고 있다. 기술이 거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작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작음이 중소기업에게는 실질적인 기회가 된다./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성검사 기술은 대형 플랫폼에서 벗어나, 웹 기반으로 경량화되고 있다. 기술이 거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작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작음이 중소기업에게는 실질적인 기회가 된다./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2025년 글로벌 기업의 인사 전략은 기존의 기능 중심 체계를 벗어나, 경영 전략과 연결된 ‘전사적 인재 운용 체계’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HR 부서는 더 이상 채용, 평가, 교육을 운영하는 ‘지원 부서’로 머무르지 않는다. 인력 데이터를 경영 전략의 핵심 지표로 활용하고, 조직의 변화 대응 능력을 스킬 기반으로 분석해 사업의 방향을 재조정하는 역할까지 확대되고 있다.

맥킨지의 『HR Monitor 2025』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HR 전략의 통합성과 데이터 기반 운영 능력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56%는 인사 데이터를 경영 회의에 공식 지표로 활용하고 있으며, 47%는 주요 전략 프로젝트에 HR 담당자가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미국, 영국, 프랑스는 ‘CHRO(최고인사책임자)’가 CEO와 함께 전략 결정권자로 포함된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HR이 경영의 한 축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역할 정의’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 인사 부서는 인력 운용, 근태 관리, 급여 계산 등 행정적 기능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기업에서는 HR이 ‘사람의 흐름을 설계하는 전략 부서’로 전환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인력 역량 분석, 조직 전환 시 팀 구조 재설계, 스킬 기반 보상 체계 도입 등은 더 이상 현업 부서만의 과제가 아니다. CHRO가 CMO, CFO와 함께 전략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가 이미 정착되고 있다.

HR 전략이 경영 전략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 데이터’의 정밀도가 높아야 한다. 단순한 인원 수나 이직률, 교육 수료율이 아닌, 직원 개개인의 스킬, 직무 이동 가능성, 성과 기여도, 조직 적합도 등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이 HR 데이터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AI 기반의 ‘인재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구성원의 역량과 이력, 평가 피드백, 프로젝트 참여 이력 등을 종합 분석해 인재 활용도를 수치화한다.

맥킨지는 HR과 경영의 연결성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사례로 네덜란드계 다국적 기업인 ‘Unilever’를 소개했다. 유니레버는 매 분기마다 전략 계획과 인재 계획을 통합 회의로 운영하고 있으며, 신규 사업 론칭 시 HR 부서가 팀 구성을 주도한다. 사업 전략이 바뀌면 HR은 그에 맞는 인재 재배치와 교육을 즉시 실행하며, 인재 리스크는 재무 리스크와 동일하게 이사회에 보고된다.

반면, 전통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조직에서는 여전히 HR이 후방 부서로 인식되고 있으며, 인재 문제는 ‘경영 실패’가 아닌 ‘직무 미스’로 축소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HR 담당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데이터 기반 인사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조차 갖춰지지 않은 사례가 많다. 맥킨지는 이 격차가 결국 인재 확보력, 조직 회복탄력성, 미래 전환 속도에서 큰 차이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HR을 경영 전략의 축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최고경영진의 인식 변화다. 사람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조직의 핵심 자산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 인사 데이터를 정교하게 수집하고 해석할 수 있는 기술 인프라가 필요하다. 단편적인 지표가 아니라, 맥락 기반의 인재 분석이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셋째, HR 인력의 전문성이다. 이제 HR은 복잡한 수치와 모델을 이해하고,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한국 기업 다수는 여전히 HR을 ‘정책 실행 부서’ 또는 ‘갈등 조정 부서’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평가제도 개편이나 교육 훈련 프로그램 도입은 활발하지만, 인사 전략이 경영 전략과 일관되게 설계되는 사례는 드물다. 성과 지표도 여전히 수료율, 만족도, 퇴사율 같은 단기 수치 중심에 머물러 있으며, ‘조직 생산성에 기여한 인재 전략’이라는 관점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CHRO 직책이 신설되고, 전략부서와 HR 간 협업 회의가 정례화되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중소기업군에서는 인사 업무 대부분이 관리직 1인이 수행하거나 외부 위탁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조직이 인재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조직을 움직인다’는 관점을 넘어서, ‘사람의 흐름을 설계하는 구조’로 이행해야 한다.

인사 전략은 더 이상 뒤따라가는 행정이 아니다. HR은 조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전략 수단이자, 경영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경영과 연결된 HR이 가능하냐는 질문은 이제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