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먹거리가 되다

 BTS 복귀, 감성 자본을 다시 움직이다: 하이브가 설계한 팬덤 경제의 미래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BTS 복귀, 감성 자본을 다시 움직이다: 하이브가 설계한 팬덤 경제의 미래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한국 경제의 성장 서사는 오랫동안 제조업 중심으로 쓰였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과 철강이 국가 경쟁력을 떠받쳐온 주역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한국 경제의 무게중심은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 바로 문화 콘텐츠다. 한때 ‘문화는 사치’로 치부되던 시절과 달리, 오늘날 K-컬처는 국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은 이 변화를 명확히 인식하며, 문화산업을 전략산업으로 격상시켜 육성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문화 수출 100조 원, 신산업의 부상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무역 통계에 따르면, 2020년대 들어 콘텐츠 산업 수출 규모는 100조 원대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통적인 수출 산업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치다. K-팝, 드라마, 영화, 게임, 웹툰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정의하며, GDP 기여도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BTS의 월드투어 매출은 단순히 콘서트 수익에 그치지 않는다. 항공, 숙박, 관광, 굿즈 판매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는 국가 경제 전반에 직·간접적 이익을 남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위상을 단번에 끌어올렸고, 한국 제작 시스템이 세계 자본의 주목을 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처럼 문화는 단일 상품이 아니라, 다층적 연관 산업을 견인하는 복합 경제 자산으로 작용한다.

K-컬처의 다층적 파급력

문화산업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연관 효과다. 음악, 영상, 게임, 웹툰 등 각각의 장르는 독립적으로 성장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증폭시키는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예컨대 K-팝 팬은 드라마와 웹툰을 소비하며, 그 과정에서 한국어 학습과 관광으로 이어진다. 한류는 단순한 대중문화 소비가 아니라, 한국에 대한 복합적 관심을 끌어내는 관문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 문건은 이러한 구조를 “문화가 국가 브랜드를 키우는 동력”으로 정의한다. 이는 문화산업이 단순히 부가가치 창출을 넘어, 국가 이미지와 외교 자산으로 확장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프트 파워가 경제적 성과와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제조업과 다른 성장 방식

문화산업의 성장 방식은 전통 제조업과 다르다. 반도체나 자동차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장기간 기술 개발이 필요하지만, 문화 콘텐츠는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핵심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초기 투자로도 세계 시장을 흔드는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특성 덕분에 청년 창업,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진다.

계획안은 이러한 산업적 특성을 활용해 창작자 지원과 저작권 산업화를 국가 전략으로 삼았다. 이는 단순히 수출 규모 확대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자본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

그러나 문화산업의 확장은 동시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낸다. 글로벌 플랫폼은 한국 콘텐츠의 성공에 큰 기여를 했지만, 수익 구조의 불균형 문제도 안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에 투자하면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제작사와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계획안이 강조하는 부분은 이 지점이다. 창작자 권리 보호, 공정한 계약 구조, 저작권 수익 배분이 보장되지 않으면 문화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되기 어렵다. 즉, 수출 규모 확대와 함께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인식이다.

K-컬처와 경제 구조 전환

문화산업의 확산은 단순히 새로운 수출 품목의 등장으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이는 한국 경제 구조의 다변화와 직결된다.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지식과 창의가 주도하는 산업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문화산업은 핵심적인 전환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경제와 결합할 때 문화산업의 확장성은 더욱 커진다. 유튜브, 틱톡,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는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통로가 되었고, 이는 다시 2차·3차 소비로 이어진다. 음악을 듣고, 드라마를 보고, 굿즈를 구매하며, 궁극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행위로 연결된다.

파급효과의 확장

문화 수출은 단일 산업을 넘어 국가 전반에 파급된다. 관광업, 패션, 화장품, 식품 산업이 K-컬처와 연계되어 성장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K-팝 팬이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고, 드라마 속 음식이 글로벌 소비를 이끄는 사례는 이미 일상화되었다. 이러한 연관 효과는 문화산업이 다른 산업을 견인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획안은 이를 ‘문화산업의 수출 주도화 전략’으로 구체화했다. 즉, 문화가 단순한 부가 산업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이끄는 전면적 엔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드러난다.

남은 과제와 전망

물론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 콘텐츠 제작 환경의 개선이다. 과로, 불공정 계약, 저예산 구조는 창작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둘째, 저작권 보호와 수익 배분 구조 확립이 필요하다. 글로벌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 창작자와 기업이 정당한 몫을 확보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셋째, 문화 다양성의 확대다. 특정 장르나 스타에 의존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위험할 수 있으며, 다양한 장르와 창작자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요구된다.

이러한 과제에도 불구하고, K-컬처는 이미 한국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수출 규모가 보여주는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국가 브랜드와 외교 자산을 확장하는 효과까지 고려할 때, 문화산업은 향후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문화가 먹거리가 되는 시대

K-컬처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섰다. 수출 100조 원 시대를 열며, 문화가 국가의 주요 먹거리로 부상했다. 제조업과는 다른 성장 방식을 가진 문화산업은 청년과 스타트업에 기회를 제공하고, 관광·소비재 산업을 끌어올리며, 국가 브랜드를 강화하는 복합적 자산으로 기능한다.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이 문화산업을 전략산업으로 격상시킨 이유는 분명하다. 문화는 더 이상 부차적 산업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축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수출 성과를 넘어 창작자 권리 보호, 공정한 생태계 구축, 문화 다양성 확대를 통해 K-컬처가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를 그릴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문화가 산업이자 미래로 자리 잡을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의미의 창의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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