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관광객 가능할까
[KtN 박준식기자]K-팝 공연과 드라마 촬영지가 전 세계 팬들의 성지가 되면서 한국 관광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과거 관광산업이 주로 자연경관과 쇼핑에 의존했다면, 오늘날 관광의 동력은 K-컬처다.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은 이를 국가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설정하며, ‘문화-관광 융합’을 통한 외화 획득과 국가 브랜드 강화를 강조했다. 목표는 2,0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다. 그러나 기회의 크기만큼 한계와 과제도 분명하다.
한류 관광의 현재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1,750만 명에 달했다. 팬데믹으로 잠시 주춤했던 흐름은 2022년 이후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K-팝, 드라마, 웹툰, 게임 등 한류 콘텐츠가 자리한다.
BTS 공연이 열리면 전 세계 팬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오징어 게임’이나 ‘겨울연가’ 촬영지는 여전히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콘텐츠 소비가 단순한 시청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을 직접 방문해 문화를 체험하려는 수요로 이어진다는 점은 K-컬처의 독보적 강점이다.
관광산업의 파급효과
관광은 단일 산업에 그치지 않는다. 항공, 숙박, 외식, 쇼핑, 교통 등 다층적 산업을 견인한다. 외국인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평균 1,500달러 내외로 추산되며,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자동차 한 대 수출과 맞먹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획안은 이를 “관광산업의 전략적 산업화”로 규정했다. 단순히 외국인 방문자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관광을 국가 경제의 핵심 축으로 키워 고용 창출과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끄는 방식이다. 지방 도시의 관광 거점을 육성하고, 지역 축제와 문화자산을 글로벌 관광 자원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여기에 포함된다.
인프라의 한계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목표 달성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가장 큰 제약은 인프라다. 수도권 중심의 숙박 시설, 혼잡한 교통망, 언어 서비스 부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과제다. 서울과 부산, 제주에 집중된 관광 구조는 지역 관광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관광 수요의 계절 편중 문제도 크다. 봄·가을에 집중되는 관광객 흐름은 특정 시기 과밀을 초래하고, 성수기·비수기 간의 격차를 키운다. 이는 숙박·서비스업 종사자의 불안정한 고용으로 이어진다.
질적 전환의 필요성
관광산업을 단순히 외국인 방문자 수 확대에 두면 지속 가능성이 낮다. 이미 일본, 태국, 베트남 등 경쟁국은 문화·자연·의료 관광을 복합적으로 결합해 관광객 체류 기간과 1인당 지출액을 늘리고 있다. 한국도 단순한 ‘K-팝 공연 관광’이나 ‘드라마 촬영지 방문’ 수준을 넘어, 체류형·체험형 관광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계획안은 이 점을 고려해 ‘고부가가치 관광 전략’을 제시했다. 의료 관광, 웰니스 관광, K-뷰티 체험, 전통문화 교육 등 장기 체류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지역 산업과 연계하겠다는 방향이다. 관광이 지역경제와 결합해야 국가 전체의 파급력이 확대될 수 있다.
관광업 종사자의 목소리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종사자의 노동 조건에도 달려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도 숙박·교통·서비스 인력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서비스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장시간 노동과 불안정한 고용 구조는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관광업 종사자들은 외국인 수요 급증에 대비할 인력·인프라 투자가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정책적 지원이 인프라와 인력 교육에 충분히 배분되지 않으면, 관광객 유치 목표는 단기 성과에 머무를 수 있다.
국가 브랜드와 관광의 결합
관광은 단순한 외화 획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관광객은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며 국가 이미지를 형성한다. K-컬처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만족스러운 경험을 갖는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브랜드를 강화하는 자산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불편한 경험은 부정적 인식으로 축적되어 한류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관광산업의 전략은 단기 수치 달성을 넘어 장기적 브랜드 구축과 직결되어야 한다. 계획안이 관광을 ‘산업화’ 단계로 격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0만 명을 넘어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한국 관광산업은 K-컬처라는 강력한 동력을 얻었다. 2,000만 관광객 유치는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문화와 경제를 연결하는 전략적 과제다. 그러나 인프라 부족, 수도권 집중, 종사자 노동 조건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장기적 성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관건은 질적 전환이다. 방문자 수 확대에서 나아가, 체류 기간과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을 구조화해야 한다. 의료·웰니스·문화 체험이 결합된 복합형 관광 전략은 한국이 관광 강국으로 자리잡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이 제시한 방향은 분명하다. 관광을 단순한 부가 산업이 아니라 국가 성장의 핵심 축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2,000만 명을 넘어,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구축할 때 한국은 진정한 의미의 관광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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