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중심 전략의 확산

부산국제영화제. 사진=BIFF,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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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신명준기자]부산국제영화제는 출범 초기부터 관객 친화성을 차별적 가치로 내세워왔다. 다른 국제영화제가 영화인과 산업 관계자의 네트워크에 집중했다면, BIFF는 대규모 일반 관객의 참여를 독려하며 ‘열린 영화제’를 표방했다. 이 전략은 초창기부터 지역 시민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었고, BIFF가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30회를 맞은 올해도 BIFF는 커뮤니티 비프, 동네방네 비프, 야외 행사 확대 등을 통해 관객 중심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영화의전당과 남포동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상영과 이벤트, 가족 단위 관람객을 고려한 프로그램은 축제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관객이 주인공이라는 구호가 실제로 영화제의 구조적 변화를 담보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관객 친화적 실험이 산업적 위기와 연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행사성 이벤트로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비프의 의의와 한계

커뮤니티 비프는 관객이 직접 상영작을 기획하거나 토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된다. 지역 주민, 청년 기획자, 일반 관객이 영화제 운영의 일부분을 공유하면서, BIFF는 단순한 관람 행사를 넘어 참여형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관객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 주체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영화제 외부의 산업 구조와 연결되지 못한다. 관객이 영화제에서 토론에 참여한다고 해서, 한국영화 배급 구조나 상영관 편중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커뮤니티 비프가 관객 참여의 장으로서 의미는 있지만, 산업적 위기와 관객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와는 별개라는 점에서 본질적 한계가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진=BIFF,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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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비프와 지역 확장 실험

BIFF는 남포동과 영화의전당을 잇는 이원화 구조를 유지하며, 지역 사회 전반으로 프로그램을 확장해왔다. 동네방네 비프는 시민 누구나 영화제의 일부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이는 영화제를 특정 공간에 국한하지 않고 도시 전체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지역 축제의 성격을 강화할 뿐, 국제영화제로서 BIFF의 위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관객 참여를 확대하는 전략은 지역 사회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지만, 동시에 BIFF를 “대규모 시민축제”로만 소비하게 만들 위험도 존재한다. 국제영화제라는 위상과 지역 축제라는 성격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하면, BIFF의 정체성은 모호해질 수 있다.

관객 투표와 참여형 프로그램의 한계

BIFF는 특정 프로그램에서 관객 투표를 반영하거나 상영작을 요청받는 ‘리퀘스트 시네마’를 운영해왔다. 이는 관객이 영화제 구성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적 실험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은 전체 영화제 규모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며, 상징적 이벤트에 그칠 때가 많다.

또한 관객 투표는 대중적 선호를 반영하는 방식이기에, 소수자의 목소리나 실험적 작품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관객 참여가 다양성을 보장하기보다는, 상업적 선호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BIFF가 강조해온 ‘다양성’의 가치와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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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화, 축제성 강화와 그 이면

올해 BIFF는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한 프로그램과 어린이 중심 행사를 확대했다. 이는 영화제를 특정 세대나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행사로 확장하는 시도다.

그러나 축제성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영화제가 산업과 예술 담론을 다루는 본래 기능은 약화될 수 있다. 관객 친화적 실험이 반복되면서 BIFF가 점차 ‘문화 박람회’로 소비될 위험이 존재한다. 국제영화제가 행사성 이벤트와 구분되지 않는 순간, 영화제가 가진 예술적·산업적 권위는 흔들릴 수 있다.

관객 중심 담론의 자기과시적 성격

BIFF가 “관객이 주인공”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영화제를 다른 국제영화제와 구별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관객 중심이라는 담론이 영화제 자체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관객 참여 프로그램은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영화제가 스스로를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라고 홍보하는 수단이 된다.

이 과정에서 관객 중심 전략은 산업 위기와는 분리된 또 다른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기능할 위험이 있다. 관객 참여라는 표면적 구호 뒤에서, 영화제가 여전히 프로그래머와 조직위원회의 권력 구조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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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참여의 가능성과 구조적 모순

부산국제영화제는 30년 동안 관객 친화적 영화제를 표방하며 독자적 위상을 만들어왔다. 커뮤니티 비프, 동네방네 비프, 관객 투표 프로그램 등은 관객을 영화제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실험이었다. 이러한 시도는 BIFF가 다른 국제영화제와 차별화되는 요소로 작동했다.

그러나 관객이 주인공이라는 구호는 산업 위기와 직접 연결되지 못한다. 극장 관객 감소, 배급 구조 불균형, 투자 위축 같은 구조적 문제는 영화제의 관객 참여 프로그램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행사성 이벤트로 소비될 경우, BIFF는 영화제 본연의 기능과 권위를 잃을 수도 있다.

관객 중심 전략은 영화제의 독자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실험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위기 해법이 되지 않는다. BIFF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관객 참여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산업 구조와 예술 담론을 병행하는 균형을 찾는 것이다. 관객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언설이 실질적 구조 개선과 결합할 때만, BIFF의 실험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