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보고서가 짚은 의료 접근성 해법의 중심은 역할 재배치였다
전문의는 고난도 판단에 남기고, 수술 전후 관리와 만성질환 추적은 팀으로 나눌 때 병원 흐름이 달라진다
[KtN 정석헌기자]큰 병원일수록 유명한 의사 한 사람의 이름은 강력하다. 환자는 그 이름을 믿고 먼 길을 오고, 병원은 그 이름으로 신뢰를 얻는다. 오랜 시간 한국 의료를 떠받친 것도 결국 사람의 숙련과 평판이었다. 그러나 진료 수요가 더 많아지고 환자 상태가 더 복잡해진 지금,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 병원 전체의 막힌 흐름을 풀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외래는 밀리고, 수술 일정은 늦어지고, 의료진은 지친다. 같은 의사에게 더 많은 환자를 붙이는 방식으로는 이 악순환이 풀리지 않는다. 의료 접근성을 넓히는 해법은 의사를 더 쥐어짜는 데 있지 않고, 의사 한 사람에게 몰린 역할을 다시 나누는 데 있다.
2026년 2월 맥킨지 보고서가 짚은 대목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의료 접근성 문제를 푸는 첫 단계는 병상 증설이나 새 건물보다 진료 모델을 다시 짜는 일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의사 일정의 10%에서 30%가 꼭 그렇게 운영하지 않아도 되는 방문으로 채워져 있다고 봤다. 준비가 덜 된 채 잡힌 방문, 다른 직역이 맡아도 되는 추적관리, 굳이 전문과 외래까지 오지 않아도 되는 일정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2025년 의사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환자 진료 시간 가운데 평균 42%는 다른 팀원이 맡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인건비 절감의 논리가 아니다. 가장 비싸고 가장 희소한 의사 시간을 정말 의사가 해야 하는 일로 돌려놓으라는 신호에 가깝다.
‘팀 진료’라는 말은 한국 의료 현장에서도 낯설지 않다. 다만 현실에서는 같은 말을 두고도 서로 다른 장면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의사의 권한을 다른 직역에 넘기는 논쟁으로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행정인력을 더 붙이는 운영 개편 정도로 생각한다. 실제 병원 운영에서 팀 진료는 그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환자 상태를 기준으로 진료 구간을 나누고, 구간마다 가장 적절한 사람을 배치하는 일에 가깝다. 처음 진단을 내리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순간, 합병증 위험이 높아 판단이 무거운 순간, 수술 여부를 갈라야 하는 순간은 전문의가 오래 붙들어야 한다. 반면 수술 전 설명의 일부, 회복기 추적, 복약 점검, 생활 습관 상담, 문서 정리, 재진 일정 조정, 검사 준비 확인 같은 일은 다른 팀이 더 체계적으로 맡을 수 있다. 병원은 그동안 서로 성격이 다른 이런 일들을 한 사람 시간표 안에 함께 넣어 왔다. 진료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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