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2026년 2월 보고서가 짚은 의료 AI의 실제 전장
진단보다 문서, 판독보다 예약과 조정…차트 작성 11%를 덜어낼 때 진료실의 시간이 다시 열린다
[KtN 정석헌기자]의료 현장에서 AI를 말하면 대개 화려한 장면부터 떠오른다. 영상 판독을 돕고, 진단을 보조하고, 신약 개발을 앞당기는 기술이 먼저 거론된다. 기술 기업의 홍보 문구도 대개 그런 쪽으로 쏠린다. 그러나 병원이 당장 체감하는 변화는 조금 다른 데서 시작된다. 진료실 안에서 의사가 환자와 마주 앉아 있는 시간보다, 진료 전후의 문서와 조정, 확인과 전달에 더 많은 에너지를 빼앗기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병원을 지치게 만드는 병목은 눈에 띄는 최전선보다, 사람 손이 끊임없이 붙는 뒷단에서 더 자주 생긴다.
2026년 2월 맥킨지 보고서 ‘Solving the healthcare access challenge’는 이 점을 비교적 선명하게 짚었다. 의료 접근성 위기를 풀려면 단순히 의사를 더 뽑거나 진료 칸을 더 늘리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보고서는 병원 안의 시간과 역할 배치가 이미 비효율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봤다. 의사 일정의 10%에서 30%는 불필요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문에 쓰이고,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쓰는 시간 가운데 평균 42%는 다른 팀원이 맡을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차트 작성과 문서화가 임상 시간의 11%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까지 더해진다. 병원 바깥에서는 의사가 모자란다고 하고, 병원 안에서는 의사 시간이 새고 있는 셈이다.
이 대목에서 AI는 ‘판단을 대신하는 기계’가 아니라 ‘시간을 돌려놓는 도구’로 등장한다. 보고서가 유망 사례로 제시한 것도 AI 서기, 인바스켓 관리, 약 리필, 방문 전 계획, 사전 승인, 질 관리 보고, 의뢰 관리였다. 이름만 보면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병원 운영을 실제로 붙들고 있는 일들은 대개 이런 종류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기 전 필요한 검사가 빠졌는지 확인하고, 진료 뒤 약 처방 연장 요청과 검사 결과 문의를 분류하고, 보험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채우고, 다른 병원이나 다른 진료과로 넘기는 의뢰 내용을 정리하는 일이다. 이런 작업이 흐트러지면 외래는 밀리고, 같은 설명이 반복되고, 의료진은 퇴근 뒤까지 컴퓨터 앞에 붙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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