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형태 여러 부분으로 나눠 소성…완성품에 접합 경계 그대로 남겨
기계공학에서 가구 프로토타이핑으로, 형태보다 제작 과정까지 설계한 접근

[KtN 임민정기자]붉은색 의자의 높은 등받이를 따라 여러 개의 수평선이 층층이 이어진다. 표면을 장식하기 위해 새긴 선이 아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패디 파이크(Paddy Pike)의 ‘Figulus’ 컬렉션을 실제 용암석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생긴 흔적이다. 완성된 크기의 작품을 가마에 한 번에 넣을 수 없자 몸체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 만들었고, 각각 유약을 입혀 구운 뒤 다시 하나의 가구로 결합했다. 제작 설비의 물리적 한계가 완성된 작품의 외관에 그대로 남았다.

붉은색 좌석은 Figulus의 제작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낮고 두꺼운 좌판 위에서 등받이가 위로 길게 솟고, 등받이와 하부 몸체에는 일정한 간격의 가로선이 반복된다. 둥글게 부풀린 듯한 전체 윤곽과 달리 선은 작품을 여러 구획으로 나눈다. 매끄러운 유약 표면을 따라 이어지는 분할선 때문에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는 형태 안에서도 제작 순서가 읽힌다.

Figulus 제작에는 이탈리아 베수비오산(Mount Vesuvius) 기슭에서 용암석을 다루는 라니에리(Ranieri)가 참여했다. 파이크가 구상한 가구는 크기와 부피 때문에 완성된 형태 그대로 가마에 넣을 수 없었다. 작품을 작은 부분으로 나눈 뒤 각각 가공하고 유약을 입혀 소성하는 방식이 필요했다. 가마의 내부 규격이 작품을 몇 개로 나눌지 결정했고, 나뉜 경계는 결합을 마친 뒤에도 표면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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