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Paul Gaultier 2025 S/S 오뜨 꾸뛰르: 난파 속에서 피어난 환상의 드라마

[KtN 임우경기자] 루도빅 드 생 세르냉(Ludovic de Saint Sernin)은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오뜨 꾸뛰르의 여덟 번째 게스트 디자이너로 초청되어 2025년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였다. "Le Naufrage(난파)"를 컨셉으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초현실적이고 유희적인 판타지를 펼쳐 보였다. 해적(Pirates), 인어(Mermaids), 귀족(Aristocrats)을 모티브로 삼아 장 폴 고티에의 자유롭고 관능적인 패션 서사를 이어간 점이 특징적이다.

이번 컬렉션은 오뜨 꾸뛰르(Couture)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실험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깃털 장식의 구조적인 가운(Feathered Gowns), 극적인 레이스(Lace Creations), 라텍스 드레스(Latex Dresses) 등이 대조적인 조화를 이루며, 전통과 미래를 동시에 탐색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은 첫 번째 꾸뛰르 컬렉션에서 장 폴 고티에의 유산을 해석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관능적인 미학을 가미해 과감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바다에서 태어난 초현실적 판타지, ‘난파(Le Naufrage)’의 미학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이 이번 컬렉션에서 내세운 ‘난파’(Le Naufrage)라는 콘셉트는 단순한 주제가 아니라, 바다라는 공간에서 태어난 강렬한 미학적 상징이었다.

▶밀렌 파머(Mylène Farmer)와 실(Seal)의 ‘Les Mots’ 뮤직비디오에서 영감을 받아, 거친 파도 위에서 떠다니는 래프팅 장면을 컬렉션의 서사로 설정했다.

▶장 폴 고티에의 1997년 컬렉션에서 등장한 배 모양의 헤드피스(Boat-Shaped Headpiece) 역시 이번 컬렉션의 무드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고티에가 즐겨 사용한 성적 코드와 초현실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유희적인 관능미와 신비로운 해양 판타지를 극대화했다.

바다에서 살아남은 인물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연기하듯, 런웨이를 장식한 룩들은 해적, 인어, 귀족 등 서로 다른 세계관을 지닌 존재들이 한데 모여 이루어진 몽환적 군상을 형성했다.

실루엣의 혁신: 관능과 신비의 교차점

이번 시즌,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은 전통적인 꾸뛰르 실루엣을 해체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는 데 집중했다.

▶정교한 니트 드레스(Knit Dresses): 신체를 전략적으로 감추면서도 드러내는 섬세한 짜임새를 통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밧줄(Rope)로 구성된 가운: 마치 난파된 선원들의 유니폼처럼 거칠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특징적이었다.

▶극적인 코르셋(Corseting)과 크리스털 드레스(Crystal-Embellished Dresses):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허물며, 귀족적인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특히 1997년 장 폴 고티에 컬렉션에서 선보인 ‘천사 모티프’(Celestial Motifs)를 재해석한 룩이 눈길을 끌었다.

▶골드 윙(Gold Wings)과 함께 푸른 천 하나만 허리에 두른 룩은 2007년 장 폴 고티에의 르네상스 천사(Renaissance Angels) 컬렉션을 떠올리게 했다.

▶순백의 가운(White Gown)은 2001년 프랑스 코미디 영화 Absolument Fabuleux에서 장 폴 고티에가 선보인 ‘가장 유명한 드레스’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이번 컬렉션이 흥미로운 이유는, 각각의 룩이 하나의 독립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고티에 아카이브와 긴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패션 트렌드의 시사점: 오뜨 꾸뛰르의 미래적 해석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은 첫 번째 꾸뛰르 컬렉션을 통해 ‘오뜨 꾸뛰르의 미래’를 고민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젠더리스(Genderless) 꾸뛰르의 확산

극단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재된 스타일링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남성 코르셋(Menswear Corsetry)과 시스루(See-Through)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융합되며, 성별 구분 없는 실루엣이 강조되었다.

▶초현실적 스타일링(Surrealistic Styling)과 실용적 꾸뛰르

밧줄과 니트 같은 실험적 소재가 런웨이에 등장하며, 꾸뛰르가 ‘순수한 장식’에서 벗어나 실용적인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 초현실적 디테일과 클래식한 실루엣을 결합한 방식은 오뜨 꾸뛰르가 더 이상 과거의 형식을 답습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패션과 서사의 결합(Fashion as Narrative)

‘난파’라는 스토리텔링적 콘셉트를 활용해, 컬렉션이 단순한 옷이 아니라 하나의 극적인 장면처럼 연출되었다. 영화, 음악, 문학 등의 요소를 결합한 이번 쇼는 패션이 단순한 트렌드 제안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적 경험(Narrative Experience)이 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KtN 리포트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은 이번 컬렉션을 통해 장 폴 고티에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동시에, 미래적인 오뜨 꾸뛰르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전통적인 꾸뛰르 기법을 유지하면서도, 신비롭고 관능적인 스타일을 통해 새로운 남성성(New Masculinity), 젠더 유동성(Gender Fluidity), 초현실적 패션(Surreal Fashion)이라는 키워드를 강하게 부각시켰다.

‘난파’는 단순한 배의 침몰이 아니라, 기존의 형식이 해체되고 새로운 것이 태어나는 과정이었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패션쇼를 넘어, 꾸뛰르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하나의 선언이었다.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은 장 폴 고티에의 아이코닉한 요소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변주하며, 오뜨 꾸뛰르가 향후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번 컬렉션이 남긴 강렬한 여운은, 2025년 패션계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흐름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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