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율과 착취 사이, 알고리즘 경제가 만든 새로운 불평등의 풍경
[KtN 최기형기자] 인공지능은 더는 기술이 아니다. 자본이다. 2025년 세계경제는 이른바 ‘AI 자본주의(AI Capitalism)’의 본격 진입기를 맞이하고 있다. AI는 산업을 자동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도구를 넘어, 데이터와 연산력, 알고리즘을 통제하는 주체가 생산수단을 장악하는 새로운 권력 구조를 형성 중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은 보다 유연해졌지만, 동시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AI는 비용 절감인가, 통제 수단인가?
기업들이 AI를 채택하는 주된 논리는 ‘생산성 향상’이다. 실제로 맥킨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Fortune 500 기업의 83%가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였으며, 생산성은 평균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AI는 단지 반복 업무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고객 분석, 재고 관리, 가격 책정, 심지어 인사 결정까지 ‘경영 판단의 알고리즘화’가 이뤄지며, 인간 노동의 자율성과 개입 여지는 점차 축소되고 있다. 이른바 ‘AI에 의한 경영권 장악’은 기술의 중립성을 넘어선 새로운 통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디지털 노동의 확장, 그러나 고용의 불균형
AI로 대체된 일자리가 있는가 하면, AI에 ‘관리되는’ 노동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플랫폼 노동이다. 우버, 쿠팡플렉스, 배달의민족 등에서 활동하는 노동자들은 AI 알고리즘이 할당하는 업무·시간·보상 체계에 따라 움직이며, 노동의 자율성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디지털 노동은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허물었지만, 동시에 ‘무한 대기’와 ‘실시간 평가’라는 디지털 감시 구조에 포획됐다. 이 같은 시스템은 고용주 입장에서 효율적이나, 노동자 입장에서는 불안정성과 수익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구조적 리스크를 확대시키고 있다.
데이터는 자산이지만, 그 소유는 누구의 것인가
AI 자본주의의 핵심은 데이터다. 하지만 데이터는 기업의 소유이면서도, 동시에 노동자와 소비자에게서 파생된 산물이다. 문제는 이 데이터의 수집-분석-활용 전 과정이 독점 플랫폼에 의해 통제되며, 노동자와 사용자는 그 가치를 공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생성형 AI의 훈련 과정에 포함된 수많은 창작물·텍스트·이미지는 실질적인 ‘노동의 흔적’이지만, 이로부터 발생한 수익은 알고리즘 설계자와 플랫폼 소유자에게 집중된다. 이는 ‘디지털 봉건제’라는 신조어가 회자되는 배경이다.
AI 노동 시장의 양극화: 창의노동과 반복노동의 분리
AI의 발전은 고숙련 직무에서의 ‘창의 강화’를 유도하는 동시에, 단순직·반복직을 빠르게 자동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은 창의직과 관리직 중심의 상위 시장, 그리고 AI 감시 하에 있는 비정형 노동시장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인공지능을 설계하거나 활용하는 노동자’와 ‘인공지능에 종속되는 노동자’ 사이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미래 사회의 계층 구조와 교육 격차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사회계약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대
AI 자본주의는 효율성과 성장이라는 신화를 제공하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의 권리 상실, 데이터 주권 박탈, 사회적 불평등 심화라는 새로운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디지털 노동이 공정하게 보상받기 위해선 새로운 사회계약, 즉 플랫폼 과세, 데이터 소득 분배,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AI 기반 리테일, 로봇 배송, 인공지능 콜센터 등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노동구조의 근본적 검토와 윤리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 지금 우리는 효율의 시대를 넘어, 인간 중심 기술 사용에 대한 윤리적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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