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선거로 전락한 한국 정치의 구조적 위기

 

[KtN 최기형기자] 한국 정치의 위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헌법 파괴와 내란 사태는 그 정점일 뿐이었다. 문제의 본질은 권력이 사유화되는 순간, 정당 시스템과 정치적 자율성이 붕괴된다는 데 있다.

2024년 12·3 내란 사태 이후, 한국 보수 정치의 풍경은 그 위기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정권은 파면되었지만 정당은 남지 않았다. 권력자는 퇴장했지만 정치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그런 한국 정치 시스템 붕괴 이후의 잔해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당 민주주의의 해체, 권력 충성 경쟁으로 전락한 정치

내란 사태에 침묵하거나 동조했던 정치인들이 다시 대선판에 모여 권력자의 후계자를 뽑는 장면. 이것은 정치라기보다 권력 사유화 이후 남겨진 구조적 폐허다. 정치적 책임이나 정책 경쟁은 사라졌고, 남은 것은 충성 경쟁뿐이다. 정당 없는 정당, 정치 없는 권력. 지금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내란 수괴 후계자 간택 선거로 전락했다.

권력자의 사적 권력 승계를 공공연히 정당 시스템 안에서 진행하는 이 기형적 구조는 한국 정치사의 퇴행 그 자체다.

과거 권위주의 정치 향수 소비, 정치 후진성의 극단

더 나아가 보수 정치권은 과거 독재자의 무덤을 참배하며 권위주의 향수를 소비하는 정치 마케팅에 몰두하고 있다. 이승만·박정희 묘역을 너도나도 찾아다니는 정치인들의 행렬은 단순한 상징적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 원칙보다는 권력자의 역사적 그림자에 기대려는 정치적 후진성의 상징적 장면이다.

한국 보수 정치의 문제는 실패한 리더십이 아니라, 시스템이 사라진 공간에서 문화적 권위와 정치적 충성을 자산처럼 소비하는 퇴행적 정치 문화에 있다.

행정 책임자조차 후계 구도에 뛰어드는 정치의 기형성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설은 정치 시스템 붕괴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다. 국정을 책임지라고 맡긴 자리가 권력 승계를 위한 사적 발판으로 전락하는 순간, 정치적 책임과 행정적 윤리는 모두 무의미해진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이제 정치적 비전이나 새로운 리더십 발굴의 장이 아니다. 내란 세력의 재결집 행사, 후계자 선발전, 권력 사유화 정치의 마지막 장면일 뿐이다.

정당 민주주의 복원 없이는 정치 복원 없다

한국 정치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권력자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 시스템 붕괴다. 정당 민주주의 복원 없이는 정치 복원도 없고, 보수 정치 재건도 없다. 국민의힘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이 기막힌 정치적 풍경은 정치 시스템이 사라진 사회에서 어떤 파국이 반복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내란을 비호한 자들이 대선판에 몰려드는 이 풍경은 국민적 모욕이다. 헌법정신을 짓밟았던 세력이 반성 없이 대통령 후보를 내세우는 정치 공간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다시 붕괴시키는 지름길일 뿐이다. 정당 민주주의 복원, 사법 시스템 독립성 회복, 권력구조 개혁. 그것만이 한국 정치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출발점이다.

정치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한, 한국 정치는 다시 같은 파국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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