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합의체 열흘 만의 판결, 사법절차가 아닌 정치행위
[KtN 최기형기자]1일, 대한민국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 판결은 단순한 법률 판단을 넘어, 2025년 조기대선을 둘러싼 헌정 질서 전반을 흔드는 중대한 정치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공식적인 심리는 4월 22일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과 함께 시작됐으며, 열흘도 되지 않아 내려진 유죄 취지 파기환송은 통상적인 대법 심리 절차와 현저한 괴리를 보인다. 특히 7만 쪽이 넘는 사건기록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 없이, 신속하게 선고된 결정은 대법원의 독립성과 중립성,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로서의 사법적 절차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전원합의체 열흘 만의 판결, 사법절차가 아닌 정치행위
이번 사건의 핵심은 속도다. 대법원은 4월 22일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하고 나서 불과 9일 만인 5월 1일,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이는 단순한 기록 정리가 아니라, 7만 쪽이 넘는 형사기록에 대한 독립적이고 합리적인 검토가 필요한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열람 로그기록의 공개 요청에 대해 “본질에서 벗어난 주장”이라며 거부했고, 판결 전 열람 방식에 대해서는 “원본을 보기도 하고, 필요한 부분을 복사해서 보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사법부 스스로 기록을 전면적으로 읽지 않았다고 고백한 셈이다. 대법원은 오히려 판결이 아니라 정무적 결정을 내린 것처럼 행동했고, 이는 사법적 판단을 가장한 정치행위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법원의 결정은 선거일정을 구성하는 행위였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은 곧바로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되돌려보내는 구조로 이어졌고, 서울고등법원은 사건을 송달받은 직후 전격적으로 심리 일정을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이 이재명 후보에게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무려 5일간의 법정 출석을 요구한 것은, 사법부가 정치 일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낸다.
과거 대한민국 사법부는 대선과 같은 주요 정치 일정이 임박했을 때, 유력 후보에 대한 형사 재판을 최대한 연기하거나 비공개 절차로 진행해 정치 개입 논란을 피해왔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의 이번 결정은 그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작동했다. 유죄 취지 파기환송과 즉각적인 재심리는 결국 ‘선거운동이 가능한 후보’였던 이재명을 ‘공판 출석이 강제된 피고인’으로 전환시켰고, 이는 정치의 균형을 뒤흔든 판결로 남게 되었다.
‘읽히지 않은 기록’과 ‘읽힌 정치’
대법원은 법의 권위로 이재명이라는 개인의 정치 생명을 결정했지만, 그 과정의 정당성은 의문투성이다. 사건기록에 대한 전면적 열람 없이 선고된 결정은 사실상 ‘기록을 읽지 않은 판결’이었으며, 대신 정치적 타이밍과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읽힌 정치가 대법원 판결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기록보다 감각에 의존해 판단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법적 결정이 아니다. 판결의 신속성이 실체적 진실에 대한 검토를 압도하는 순간, 사법부는 중립적 제3자가 아닌 권력행위의 한 당사자로 위치하게 된다. 이재명과 조희대의 이름이 나란히 소환되는 상황은 그 자체가 사법의 정치화를 보여주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다.
권력으로서의 법, 민주주의를 압박하다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 정치에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 법은 언제든 정치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전환될 수 있으며, 사법부의 판단이 곧 정국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다는 현실이다. 유죄 취지 파기환송 이후 각종 정치권의 발언, 시민사회의 우려, 야권의 반발은 모두 ‘대법원의 결정’이 단지 사법적 결과물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정치는 국민의 선택을 통해 정당화되고, 사법은 그 선택이 정당한 절차 위에서 이루어졌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사법이 정치의 위에 군림하려는 모습에 가깝다. 국민이 주권자로서 행사해야 할 선거권과 참정권의 본질적 가치가 사법적 판단에 의해 간접적으로 제한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위헌 논쟁을 넘어 민주주의의 제도적 기반을 허물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법의 설명이 아닌 입증이다
대법원은 중립성을 강조하며 “형사기록 열람 방식은 다양하다”는 원칙을 반복하고 있지만,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법기술적 해명이 아니라 실질적 입증이다. 대법관이 어떤 시점에 어떤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열람했는지를 밝히는 로그기록은 공판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료다. 이를 거부하는 것은 중립성의 외피를 두르고 스스로 정치적 결단을 숨기려는 태도로 비친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