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김동희기자]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의 홍보를 위해 12번째 내한한 톰 크루즈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몸을 쓰는 배우’로 남아 있다. 경비행기 날개에 매달리고, 850만 리터 규모의 수조에서 산소 제한 수중 연기를 감행하며,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오토바이 추락 장면까지 직접 소화한다.
이 모든 장면은 단지 액션 영화의 일부가 아니다. 지금의 톰 크루즈는 '신체 그 자체가 메시지'가 되는 스타의 드문 예외이며, 디지털 위주의 현대 블록버스터에서 신체성을 마지막까지 유지하는 브랜드로 작동한다.
액션 스타는 사라졌고, 톰 크루즈는 남았다
2020년대 중반 현재, 대부분의 액션 영화는 CG 기반의 비현실적 세계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워제네거, 장 클로드 반담이 상징했던 ‘육체 기반 액션’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에서 점차 소멸되었고, 근육은 특수효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톰 크루즈는 이 흐름에 끝까지 저항한 인물이다. 그는 고도 2,400m의 하늘에서 직접 다이빙하고, 비행기 외벽을 손으로 붙잡은 채 이륙을 감행한다. 단지 리얼리즘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신체라는 미디어를 콘텐츠화한 결정이다. 스턴트는 스토리의 일부가 아니라, 톰 크루즈라는 브랜드가 유지되는 핵심 서사이자 전략적 차별점이다.
신체를 감당하는 자만이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다
톰 크루즈의 액션은 연기가 아니라 설계된 수행이다. 그가 감행한 수중 촬영 장면은 단지 위험한 장면이 아니라, 고도로 통제된 생존 실험이었다. 산소 제한, 이산화탄소 축적, 회전 구조물, 제한된 시야. 이 모든 조건 속에서도 그는 연기와 몰입을 동시에 유지했다.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이 장면을 “기술적 난이도를 넘어선 인간의 집중력 실험”으로 정의했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군 특수부대 수준의 프리다이빙 훈련, 응급 구조 프로토콜, 비언어적 손 신호 체계까지 동원되었다. 이 모든 과정은 ‘한 배우가 자신의 신체로 브랜드 신뢰도를 유지한다’는 명확한 전략의 결과였다.
신체는 서사보다 먼저 믿음을 만든다
스타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것은 결국 믿음이다. 관객은 기술이 아닌 진짜 위험을 감지할 때 몰입하고, 영화의 내러티브보다 스타의 육체가 그 자체로 진정성을 획득하는 순간, 콘텐츠는 단순한 장르를 넘어 신뢰 가능한 브랜드가 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30년 이상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이나 서사적 갱신 때문이 아니다. 톰 크루즈라는 신체가 여전히 관객과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연결은 진짜 위험을 감수하는 신체의 감각에서 비롯된다. 스턴트는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의 윤리다.
AI 시대, 신체는 어떻게 살아남는가
오늘날 액션 장르에서 신체는 소외되고 있다. AI가 각본을 쓰고,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가 복제되며, CG가 모든 장면을 대체하는 현실에서 육체성은 콘텐츠의 ‘비용’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톰 크루즈는 이 흐름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관객은 여전히 인간의 육체가 감당하는 긴장과 생존의 드라마를 기억하고, 그것을 통해 감정을 회복한다.
그의 스턴트는 단순히 극적인 장면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신체를 끝까지 콘텐츠의 중심에 두는 마지막 액션 스타로서, 기술의 시대에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다시 점유할 수 있는지를 입증한다.
스타는 서사로 존재하지 않는다. 스타는 신체로 증명된다
지금의 스타는 브랜드로 관리되며, 전략으로 설계된다. 그러나 톰 크루즈는 그 전략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의 몸’을 내어놓는다. 60대 중반의 배우가 여전히 10대 관객과 연결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진짜로 달리고, 뛰고, 추락하기 때문이다.
신체는 모든 이미지보다 먼저 진정성을 생산한다. 그리고 그 신체가 매 순간 감당해온 위험은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강력한 설득력으로 작동한다. 액션 장르가 위기에 처한 지금, 톰 크루즈는 마지막 육체로서, 신체의 미래를 묻는 유일한 브랜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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