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위당한 설계자, 이재명 후보는 어떻게 중심이 되었는가
[KtN 임우경기자]18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첫 TV토론은 단지 ‘경제’를 주제로 한 정책 논쟁의 장이 아니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토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참여한 법정토론의 첫 무대였다. 그러나 국민이 마주한 장면은 표면적 균형과 실질적 비대칭이 교차하는, 이재명 후보 중심의 정치적 구도였다.
이날 토론은 분명히 4자 토론이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3대 1’의 포위 구조였다. 이재명 후보는 세 명의 후보로부터 질의와 공세를 집중적으로 받았고, 논쟁의 중심이자 검증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드러내는 구도였다. 중요한 것은 이 구조를 이재명 후보가 회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재명 후보는구도를 정치적 메시지의 전환 장치로 삼았다.
형식적 평등, 구조적 비대칭
법정토론은 공직선거법상 주요 후보의 발언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한다. 그러나 정치적 무게는 균등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현재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서 전체 의석과 대중적 영향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국정 운영의 실질 경쟁자이며, 권력 이양의 주체로서 평가받는 위치에 있다.
반면 이준석 후보와 권영국 후보는 각각 정치적 신선함과 가치 지향성으로 존재감을 갖고 있으나, 국가운영의 실현 가능성이나 정책 집행력 면에서는 제한적 입장이다. 현실 정치에서 이들은 ‘검증의 대상’이기보다는 ‘질문자’로 기능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도 현행 토론 제도는 이러한 구조적 비대칭을 반영하지 않는다. 형식적 균형은 유지되지만, 실질적 무게는 왜곡된다. 세 명의 후보가 이재명 후보 한 명을 둘러싼 ‘포위 구도’를 형성하게 된 것도 이 같은 구조적 비효율의 산물이다. 결과적으로 첫 토론은 ‘형식은 공정하나, 내용은 불균형한’ 대표적 장면이 되었다.
정치적 공세는 어떻게 중심을 형성하는가
세 명의 후보는 각자의 의제와 입장을 가지고 토론에 임했지만, 논쟁의 축은 끊임없이 이재명 후보에게 수렴되었다. 김문수 후보는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이재명 후보의 정책을 “사회주의적”이라 비판했고, 이준석 후보는 과학기술과 이공계 육성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이재명 후보의 재정정책을 비효율적이라 규정했다. 권영국 후보는 불평등 구조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며 “기득권 양당의 양비론”을 전개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모든 공세의 중심에서 응답했고, 그 과정에서 중심성은 오히려 강화되었다.
이는 단순한 방어의 결과가 아니다. 이재명 후보는 구체적 수치와 제도 설계를 통한 응답을 일관되게 이어갔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질문보다 응답이 더 선명했고, 설계된 메시지가 반복될수록 이재명 후보는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 구조의 설계자로 인식됐다.
정치적으로 이재명 후보는 토론의 중심이었으며, 중심성은 공격에 의해 부여된 것이 아니라, 설계를 통해 자임한 것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무엇을 기획하고 있었는가
이재명 후보가 던진 핵심 메시지는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었다. “내란 세력에게 더는 권력을 맡길 수 없다”는 발언은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정치적 단죄였으며, 동시에 민주주의 질서 복원을 향한 구조적 제안이었다.
‘심판’은 이재명 후보가 정치적 대결의 선을 그은 방식이고, ‘설계’는 대결을 넘어 다음 체제를 준비하려는 비전이었다. 대통령 4년 연임제, 대선 결선투표제, 감사원 국회 이관, 비상계엄 요건 강화 등은 모두 권력의 분산과 투명화를 중심으로 짜인 구조적 개편안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를 통해 단지 정권 교체를 원하는 후보가 아니라, ‘국가 구조를 다시 짜는 기술자’로서의 정체성을 부각시켰다.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공격을 방어로만 받지 않고, 구조적 비전을 통해 상쇄하거나 반전시키는 방식은 단순한 ‘말의 전투’를 넘어 ‘구조의 전쟁’에 해당한다. 정치가 정책의 나열이 아니라 구조 설계의 문제라는 점을 이재명 후보는 이번 토론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정치의 무게는 숫자가 아니라 구조로 결정된다
첫 토론은 말싸움이 아니었다. 말의 총량이나 말솜씨가 아니라, 누가 메시지를 구조화했고 누가 중심을 점유했는가가 더 중요한 무대였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메시지를 공격 속에서 증폭시켰고, 자신을 둘러싼 3대1 구도를 오히려 설계의 기회로 전환시켰다.
세 명의 후보는 한 사람을 흔들기 위해 힘을 모았지만, 과정에서 중심은 더욱 선명해졌고, 이재명 후보는 유권자의 인식 구조 속에서 ‘구심의 정치’를 확보했다. 토론의 승패가 아니라, 구도의 해석에서 비롯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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