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인가 공모인가… 내란죄 입증 향한 법정의 구조 해체

지귀연 판사 접대 의혹, 대법원 윤리감사관실 “사실관계 확인 중” 사진=2025 05.16  윤석열 재판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지귀연 판사 접대 의혹, 대법원 윤리감사관실 “사실관계 확인 중” 사진=2025 05.16  윤석열 재판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2025년 5월 셋째 주, 내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군‧경 고위직에 대한 형사재판이 연이어 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과 고등군사법원에서 진행된 일련의 공판들은 ‘12.3 계엄 선포’가 실제로 어떻게 기획되고 실행되었는지를 드러내는 데 일정한 진전을 보였다. 핵심 피고인들의 진술 변화와 구조적인 명령 체계, 기관 간 협조 정황 등은 형법 제87조 내란죄의 실체적 요건을 검토하는 사법 절차의 한가운데로 접어든 양상이다.

각 재판은 개별 피고인의 유무죄 판단을 넘어서, 계엄이 단지 정치적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조직화된 권력행사였는지를 형사법의 문법으로 해체하는 과정이 되고 있다. 이번 주 공판에서 드러난 핵심 쟁점들을 사건별로 짚었다.

특전사령관의 복창… 군 지휘 체계 명령의 실체

19일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2025고합219) 공판에서는 박정환 특전사 참모장의 증언이 주목받았다. 박정환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국회 진입을 지시받은 후 “문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가겠다”고 복창했고, 이에 따라 ‘유리창을 깨라’,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명령이 부대 내에 전달됐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해당 발언을 통해, 계엄의 목적이 단순 질서 유지가 아닌 입법권 차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당시 상황에서 곽종근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통화 중이었으며, 박정환은 이 통화 이후 부대가 출동 준비에 돌입했다고 진술했다.

윤석열 측은 여전히 국회 진입의 목적이 ‘표결 방해’가 아닌 ‘치안 안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판에서는 윤석열 본인은 어떠한 진술도 하지 않았고, 재판부의 “주무시는 건 아니시죠?”라는 언급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직접 반박을 하지 않는 전략은, 향후 법리 공방에서 방어보다 침묵을 택하겠다는 방향 설정으로 풀이된다.

경찰, 방첩사와의 협력 여부 쟁점화

21일 열린 조지호‧김봉식 사건(2025고합51) 재판에서는 경찰이 계엄 직후 방첩사령부의 요청에 따라 정치인 체포 작전에 협조한 정황이 다시 부각됐다. 이현일 전 국수본 계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방첩사 요청을 받은 뒤 이를 윤승영 전 수사기획조정관에 보고했고, 조지호 경찰청장에게까지 보고가 이어졌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현일은 영등포경찰서 소속 형사 다섯 명을 ‘지원’ 명목으로 보내는 방안을 실무적으로 조율했고, 윤승영은 이를 승인했다. 이진술은 경찰 조직이 단순히 방관자가 아닌, 실행력 있는 협조자였다는 검찰 측 논리를 뒷받침한다.

다만 이현일은 체포 대상에 국회의원이 포함됐는지 여부는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인 실명’이 언급된 통화 녹취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직접 인지하지 못했다는 진술은 고의성 판단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경찰의 역할이 현장 인도 수준이었는지, 사실상 체포 작전의 일부였는지가 향후 유무죄 판단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제2수사단’의 실체… 선관위 장악 시도 법정으로

23일 김용현‧노상원 사건(2024고합1522) 공판에서는 ‘제2수사단’이라 불린 비공식 군 조직에 대한 증언이 처음으로 공개 법정에서 나왔다. 구삼회 전 육군여단장은 해당 조직이 계엄 선포 이후 중앙선관위를 장악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 확보를 목적으로 구성됐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조직이 김용현, 노상원 등의 지휘 아래 운용되었으며, 최종 승인권자는 윤석열이었다고 보고 있다. 피고인 측은 해당 조직이 실제로 작전을 실행한 바 없으며, 계획 수준에 머물렀다고 반박하고 있다.

재판은 정보사령부 출신 증인에 대한 비공개 신문 문제로 지연되었고, 공개는 오후 5시경에야 이뤄졌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형사소송법 제147조를 근거로 소속기관의 ‘비공개 조건부 증언 승인’을 수용했으나, 조건부 승인 자체가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군사법정에서 바뀐 진술… 지휘 명령 인정

20일 고등군사법원에서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특히 이진우는 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과의 세 차례 통화 사실을 인정했고, 그 가운데 “네 명이 들어가서 한 명씩 끌어내라”, “발로 차서라도 들어가야 하지 않느냐”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민간 법정에서 박정환 준장이 증언한 내용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여인형 역시 국정원 1차장에게 한동훈, 이재명 등 정치인의 위치 확인을 요청한 사실을 인정하고, 검찰의 조서 채택에 동의했다. 이들의 진술은 헌법재판소에서의 침묵과 대비되며, 형사재판에서 자신의 책임을 고려한 태도 변화로 해석된다.

형사법적 관점에서 본 핵심 구조

내란죄는 ‘국헌을 문란할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과, ‘폭동 실행’이라는 객관적 요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성립한다. 

▶명령의 지휘 체계: 윤석열 → 김용현‧곽종근 → 이진우‧박정환 등 군 수뇌부로 이어지는 상명하복 구조

▶기관 간 협력: 방첩사령부와 경찰 간 협조 및 실행 준비 정황

▶정치인 체포 계획: 실명 언급, 위치 파악 요청, 경찰 투입 등 구체적 실행 가능성

▶선관위 점령 시도: 별도 조직 구성 및 지휘 체계 존재 여부 확인 중

고의 인식의 유무는 피고인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지점이다. 그러나 간접 정황, 명령 전달 경로, 복수의 증언 일치 등은 법원이 인식 가능성을 판단할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사법부의 판단, 형법으로 규명하는 헌정 위기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내란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재판은 이제 각 재판부가 실체 판단에 돌입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핵심은 정치적 판단이 아닌 형사적 논리, 즉 법률적 증거와 구조에 입각해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번 주 공판들은 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이 단지 위기 대응 수단이 아닌, 조직화된 권력 작동 방식이었는지를 검토하는 구조적 사법 절차였다. 지휘와 보고, 실행과 명령이 어떻게 엮였는지를 밝히는 일은 결국 내란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경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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