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청년 일자리·민생복지, 이재명 정부의 3대 대응축은 구조적 해법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KtN 최기형기자] 한국 경제가 구조적 전환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언급한 고용 상황은 그 자체로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5월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가 0.34개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기적인 일자리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고령화·산업 전환·소비 부진이 중첩된 복합 위기의 표면이다.
실제로 청년층을 비롯한 생산 가능 인구가 체감하는 노동시장 구조는 심각하게 기형화돼 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적한 것처럼 청년층이 선호하는 제조업 일자리는 2024년 말부터 6개월 연속 감소했고, 60대 이상 고령자의 보건·복지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구 구조 변화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제조업 전반의 고도화 지연과 내수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생산 기반 자체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세 가지 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민생 추경을 통한 직접적인 소득 보전과 사회안전망 보강. 둘째, 청년 중심의 제조업 일자리 회복. 셋째, 미래 산업인 AI와 전문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다.
그러나 이 전략의 실효성은 현재의 위기가 단기순환형 불황이 아닌 구조적 정체라는 점에서,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해소될 수 없다는 한계를 내포한다.
구조적 불용 예산, 정책 실패의 후폭풍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적한 전 정부의 1조 원 규모 불용 예산은 단순한 행정적 비효율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 저소득층 에너지 복지, 청년 취업 지원, 기초연금 확대 등 핵심 민생 항목에 대한 예산이 집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재정 정책이 사회의 가장 취약한 접합면에서 이탈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세입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조세 형평성 위기와 맞물려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재정 운용의 왜곡은 복지국가 전환을 지향하는 한국의 장기 정책 목표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한국 재정정책의 중립성은 이미 OECD 평균 대비 약한 편이며, 자동안정화장치(Automatic Stabilizer)의 작동도 매우 제한적이다. 이재명 정부가 민생 추경과 복지 강화를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선심성 지출이 아니라 ‘제도적 민감도’ 회복이라는 구조 개혁을 향한 움직임이다.
AI 국가 전략과 기술주권 경쟁
AI 산업을 둘러싼 구조 변화는 국가 경쟁력의 전면을 다시 쓰고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센터의 『핵심 및 신흥기술 지수 2025』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AI 기술 종합 순위는 25개국 중 9위에 머물렀다. 연구 인력의 질과 교육 시스템은 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기술 상용화와 인프라, 국가 간 연계성 측면에서 뚜렷한 한계가 드러난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AI 기술을 국방·외교·산업정책 전반의 핵심 자산으로 삼고 있으며, 유럽연합 역시 'AI Act'를 통해 윤리 규제와 산업 확장이라는 이중 경로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은 이 흐름에서 뒤처질 경우, 디지털 주권은 물론 경제 주권 전반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출범 직후 AI 수석비서관직을 신설하고,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 AI 관련 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단순한 기술개발을 넘어 디지털 주권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McKinsey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AI 활용 기업은 비활용 기업 대비 생산성 증가율이 최대 1.5배에 달하며, 산업 내 격차를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기술 소득 편차’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이 AI 정책에서 후행국으로 남을 경우, 산업 내 격차뿐 아니라 계층 간 기술 접근성에 의한 사회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고용정책의 전환점, 청년 제조업 회복
고용의 구조도 기술·산업·세대 구조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보건·복지 분야에서 일자리가 23만 개 증가한 반면, 제조업은 6만 7천 개가 감소했다. 이러한 추세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 증가를 반영하지만, 청년층이 선호하는 고용 부문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개입의 타이밍과 방향성 모두가 문제로 부각된다.
이재명 정부는 제조업 고도화와 청년 일자리 연계를 중심으로, 이중구조 해소와 지역균형 발전을 함께 도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산업단지 유치와 R&D 확대만으로 달성되기 어렵다. 지역 대학-기업 간 기술 매칭, 고교 학점제 기반 직무 적합 교육, 연금·보험 구조의 유연한 재설계 등 다차원적 제도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
정치적 갈등을 넘어 제도 전환의 시그널
현재 국회와 정부 간에 추진되고 있는 ‘3대 특검법’(내란, 김건희, 채 해병)은 권력 견제라는 정치 프레임 속에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정치의 정상화’가 제도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는가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정권의 유불리를 넘어,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강도 높은 경제 정책도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
한준호 최고위원이 제기한 교육부 리박스쿨 사태의 책임 문제와 공무원의 직무 회피 논란도, 정치적 책임성과 행정적 책무성 간 괴리 문제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정치와 행정의 책무 일치’라는 선진 민주주의의 원칙이 여전히 제도적으로 안착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KtN 리포트
현재 한국은 기술·정치·사회 부문에서 동시에 구조적 리셋 요구를 받고 있다. 산업구조는 AI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나, 정책과 제도는 여전히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재정정책과 고용정책, 기술투자 전략이 분리된 채 운영될 경우, 그 효과는 단절되고 정책 신뢰는 붕괴된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라는 슬로건 하에 추진 중인 추경과 AI 투자, 복지 확대는 한국 경제가 다시 ‘구조화된 성장’ 경로에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적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이 구조화되는 수준에서만 유효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심이 아닌 구조 설계다. 한국은 지금, ‘빠르게 결정할 때가 아니라 깊게 설계할 때’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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