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미 작가 ‘Morning birdsong’
회화적 언어로 피어난 감정의 리듬, 그리고 K-Art의 감성적 진화
[KtN 임민정기자] 202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뮤지엄 테라피: 칠(漆) 유어 소울〉에 출품된 배우미 작가의 ‘Morning birdsong’은 회화적 언어와 감정의 리듬이 충돌하는 한 폭의 시(詩)다. 트위티라는 만화적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구조는 회화이며, 감정의 층위를 따라 구축된 조형적 세계다. 작가는 익숙한 아이콘을 차용해 감정의 조형 구조를 탐색하고, 이를 통해 감각의 층위와 언어의 병치를 설계한다. 이 작품은 정서적 회화의 방식으로 K-Art가 도달한 한 지점을 드러낸다.
전체 구도 – 감정의 무중심성과 반복의 리듬
작품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중심이 없다는 점이다. 보통 캐릭터를 주제로 한 회화가 중심 구도를 따르는 데 비해, 배우미 작가는 트위티의 얼굴, 눈, 부리, 깃털 등을 분할하고 분산시켜 화면 전반에 재배치한다. 이를 통해 트위티는 더 이상 하나의 존재가 아닌, 감정의 단편들로 해체된다. 화면 상단, 하단, 좌우에는 각각 다른 크기와 색으로 반복된 트위티의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고, 이것은 일종의 ‘리듬 구조’를 만들어낸다. 리듬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감정의 파동을 시각화하는 도식으로 작용한다.
배경은 대부분 흰색을 유지하면서도, 강렬한 노랑, 블루, 핑크, 보라 등의 원색이 균형감 있게 흩뿌려진다. 이 색들은 감정의 층위로 기능한다. 노랑은 희망과 생명력, 블루는 아침의 서늘한 정서, 핑크는 정서적 유희, 보라는 상상력과 연결된다. 작가는 이 색들을 통해 하나의 감정 상태가 아닌, 다양한 감정의 공존 가능성을 제안한다. 특히 흰 배경 위에 떠 있는 듯한 형상들은 ‘무중심 회화’의 구조 안에서 감정을 유영하도록 만든다.
표현 방식 – 이미지와 텍스트, 회화의 병치 구조
작품 외곽을 따라 흐르는 문장 “My life, blooming like a flower. A life like morning birdsong.”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회화의 리듬을 구성하는 시각적 언어다. 배우미 작가는 단어 하나하나를 그림의 일부처럼 배치하며, 타이포그래피 그 자체가 회화의 조형 요소가 되도록 설계했다. 하단과 우측에 위치한 텍스트는 화면 전체를 감싸며 ‘액자 구조’ 역할을 하면서도, 감상자에게 감정의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beautiful flower’, ‘blooming’, ‘wake’ 등 화면 속에 은은하게 스며든 연필 드로잉은 의식의 흐름처럼 삽입되어 있으며, 회화와 언어가 서로 중첩되면서 감정의 층을 형성한다. 텍스트는 여기서 회화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또 다른 언어로 삽입되어 감상자에게 정서의 결을 전달한다.
이미지의 해체와 재조립 – 감정의 파편으로서 트위티
트위티는 작중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결코 온전한 형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눈, 입, 깃털, 날개 등은 각각 다른 각도와 크기로 분절되어 있다. 이때 관람자는 하나의 캐릭터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감정 단위를 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트위티의 형상과 정서를 추론하게 된다. 이 과정은 ‘기억의 복원’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며, 회화적 해체주의와 감정적 회고주의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글로리아 캐릭터는 화면 우측 상단에서 얼굴만을 드러낸 채 등장한다. 이 시선은 명백히 관찰자의 위치를 상징하며, 배우미 작가 자신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 작품과 감정적으로 교감하는 순간을 시각화한다. 회화와 관람자의 관계가 아닌, 회화와 작가의 관계가 강조되는 이 구조는 최근 동시대 회화의 정서적 내면화를 잘 반영한다.
재료와 질감 – 플랫하지만 감정적으로 깊은 화면
작품은 플랫한 색면 회화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평면성은 오히려 감정의 입체성을 강화한다. 캔버스 위에 직접 드로잉한 듯한 연필 선, 점묘 방식으로 처리된 일부 점선, 부드러운 파스텔 색조의 삽입은 표면의 단조로움을 피하면서도 감정의 리듬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디지털적 정교함이 아닌 아날로그 감각의 질감이 살아 있는 회화는 ‘귀여움’을 표방하지만, 그 내면은 섬세하고 유기적인 감정의 층을 간직한다.
K-Art와 감정 회화의 새로운 지형
배우미 작가의 ‘Morning birdsong’은 단지 하나의 캐릭터 회화나 팝아트의 재해석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작품은 K-Art가 동시대 정서 회화의 중심에 자리하며, 감정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방법에 있어 얼마나 높은 수준의 복합성과 감수성을 확보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K-Contemporary Art의 흐름은 서사 중심의 개념 미술에서 벗어나, 회화의 감각성, 정서성, 그리고 감정의 회복을 주요 화두로 삼고 있다. 배우미 작가는 이 흐름 속에서 ‘회화의 언어’를 감정의 시학으로 전환하며, 동시대 미술이 어떻게 정서와 소통하고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이나 캐릭터 소비를 유도하지 않는다. 대신 아침의 지저귐처럼 은은하고, 꽃처럼 피어나는 감정의 결을 따라 관람자를 정서의 리듬 속으로 초대한다. 이는 곧 ‘지금 여기’의 K-Art가 지닌 가장 한국적인 감정 구조, 즉 ‘조용하지만 깊은 감정의 언어’이자, 세계 미술계가 주목해야 할 정서 회화의 한 방향을 보여준다.
작품명: Morning birdsong
작가: 배우미
크기: 90.9 × 72.7 cm
재료: Mixed media on canvas
전시: 〈뮤지엄 테라피: 칠(漆) 유어 소울〉 (2025.6.28 ~ 8.10,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관련기사
- [Exhibition Insight]‘뮤지엄 테라피: 칠(漆) 유어 소울’ 감각의 깊이로 들어가는 마음의 치유술
- [Art Review] 감정의 겹, 선과 낙서로 그려낸 사랑의 역설
- [갤러리 A] 감정의 고도를 그리는 회화, 'I'm flying!'이 도달한 새로운 정서의 위상
- [갤러리 A] 배우미의 'Smile', 정서적 유희와 시각적 균형의 구조화
- [갤러리 A] 배우미의 ‘Lovely’, 감정이 머무는 형식, 사랑의 구조
- ‘You & Me’, 감정의 이미지와 한국 팝아트의 확장
- [갤러리 A] 회화적 유희와 탈출의 미학, 팝 아이콘을 통한 감정적 전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