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미 작가 ‘This is not a snack’

작품명: This is not a snack 작가: 배우미 크기: 72.7 × 72.7 cm 재료: Acrylic on canvas. [갤러리 A]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작품명: This is not a snack 작가: 배우미 크기: 72.7 × 72.7 cm 재료: Acrylic on canvas. [갤러리 A]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 2025년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전시 〈뮤지엄 테라피: 칠(漆) 유어 소울〉에 출품된 배우미 작가의 ‘This is not a snack’은 유쾌하고도 전략적인 회화다. 화면 속 고양이 톰의 입 안에 던져진 제리와 트위티는 위기의 순간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우리는 언제나 도망칠 수 있어!”라고 외친다. 이 장면은 단순한 유머를 넘어, 감정적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재기발랄하게 통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각적 비유이자, 회화적 상상력의 경쾌한 실험이다.

구성과 화면 – 팝 이미지의 충돌 구조

작품은 정사각형(72.7×72.7cm) 화면 안에 대담하게 구성된 구도 구조를 따른다. 중심에는 고양이 톰의 커다란 입이 열려 있고, 입 속에는 날아들 듯한 제리와 트위티가 들어 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먹고 먹히는’ 구조를 전복한다. 위협자였던 톰은 오히려 감정적 배경으로 밀려나고, 제리와 트위티는 공포보다 유쾌함을 선택한 존재로 화면의 주체가 된다.

좌측 상단의 말풍선 “This is Not a Snack”는 르네 마그리트의 회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를 연상시키며, 대상의 고정된 의미를 해체하는 선언처럼 기능한다. 이 말풍선은 단순한 유머가 아닌, 주체성과 정체성에 대한 시각적 역설을 담고 있다.

표현 방식 – 회화적 유희와 레터링의 볼륨감

가장 눈에 띄는 표현적 특징은 상단과 하단에 배치된 볼드한 레터링이다. “Too cute to bite!”, “Surprise! We always escape!”라는 문구는 감정의 캐치프레이즈처럼 회화를 감싼다. 배우미 작가는 이 타이포그래피에 볼륨감을 부여해 마치 만화 속 자막처럼 튀어나올 듯 구성했다. 평면 안에서 3D 효과를 부여한 듯한 이 구성은 시선의 속도를 조절하며, 감정의 톤을 명확히 규정한다.

회화적 붓질은 부드러운 마커 감성과 크레용 터치가 혼합된 형태로, 색은 전반적으로 팝 컬러 계열에 속한다. 선은 경쾌하지만 고의적 ‘흘림’이 있고, 톰의 외곽선이나 배경의 보라톤 드로잉은 일관된 기법 안에서 유희적 리듬을 만든다. 이 모든 요소가 작품 전체에 ‘우스꽝스러운 긴장감’을 부여하며, 탈출의 순간조차 즐거움으로 전환되는 회화적 유연성을 보여준다.

주제 의식 – 위기의 전환, 감정의 전략화

‘이건 스낵이 아니야’라는 선언은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정의이자 타인의 시선을 전복하는 행위다. 작가는 제리와 트위티를 ‘먹힐 대상’이 아닌 ‘위기를 반전시키는 주체’로 그리며, 정서적 해방감을 회화로 구현한다.

이 장면은 오늘날 동시대인이 마주하는 감정적 위기, 관계의 긴장, 사회적 압박 속에서도 유쾌하게 도망치거나 반전을 시도하는 방법을 시각화한다. 특히 이들은 단순히 위기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놀랍게도” 탈출한다고 말한다. 이 ‘놀라움’은 전략적 감정의 언어이자, 미술 속에서 유희를 진지하게 해석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Art의 정서성과 미술 트렌드의 확장

배우미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팝 문화를 차용한 오마주로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글로벌 캐릭터 아이콘을 동시대 정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그것을 한국적 감정 구조 안에서 ‘재배열’하는 방식이 돋보인다. 이 회화는 ‘귀여움’이라는 코드, ‘위기’라는 상황, ‘도망침’이라는 서사를 동시에 구성해, 감정의 병렬적 구성을 회화로 실현하고 있다.

이는 현재 K-Art가 글로벌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이유와 연결된다.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정서적 주제를 개념 미술이 아닌 회화적 언어로 풀어내고 있으며, 배우미 작가는 그 중에서도 감정의 조형화, 텍스트와 이미지의 병치, 유희와 전략을 결합한 독자적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트렌드는 단순한 정체성 선언이나 사회적 비판을 넘어서, 정서적 회복과 감정적 기민함을 ‘경쾌한 회화’로 풀어내는 흐름이다. 배우미 작가의 회화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K-Art가 어떻게 언어적 경계를 넘고, 감정의 속도를 회화로 번역할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작품 정보

작품명: This is not a snack

작가: 배우미

크기: 72.7 × 72.7 cm

재료: Acrylic on canvas

전시: 〈뮤지엄 테라피: 칠(漆) 유어 소울〉 (2025.6.28 ~ 8.10,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