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체계, 수출 전략, 그리고 차나무의 선택이 만들어낸 대만 차 산업의 분기점

황감종 품종 / 사진=ⓒ대만국가문화기억은행,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황감종 품종 / 사진=ⓒ대만국가문화기억은행,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대만 차 산업은 20세기 중반, 국제 시장 변화에 대응해 홍차 중심의 생산 체계를 녹차로 전환했다. 이른바 ‘홍개록(紅改綠)’이라 불리는 구조 개편은 단순한 생산 품목의 조정이 아니라, 차 품종, 제조 기술, 유통 전략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의 대전환을 의미했다. 이 시기에 대만 차 산업의 성패는 두 품종, 청심대유(青心大有)와 황감종(黃柑種)의 선택과 배치에 의해 갈라졌다.

청심대유는 복건성에서 유입된 소엽종으로, 일제강점기 대만총독부의 품종 정리 정책에 따라 선발된 4대 명품종 중 하나였다. 청심대유는 고급 우롱차 생산에 적합한 품질을 지녔으며, 홍차와 녹차 양쪽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품종이었다.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단맛과 감칠맛이 강하고, 재배 적응력이 높으며, 장기간 수확이 가능한 장점을 가졌다. 동방미인차, 고산 우롱차, 고급 녹차의 주요 원료로 청심대유는 널리 활용되었다.

황감종은 같은 복건계 소엽종이지만 청심대유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빠른 생장, 높은 수확량, 병충해 저항력 덕분에 대량 생산에 적합한 품종으로 분류되었고, 북아프리카 수출용 녹차 생산의 주력 품종으로 각광받았다. 유자껍질을 닮은 독특한 향이 있었으나, 청심대유에 비해 섬세한 맛의 층위는 부족했다. 황감종은 가격을 중시하는 시장에 최적화된 품종이었으며, 1950~60년대 대만 녹차 수출의 중심에 있었다.

북아프리카 시장은 품질보다는 가격과 양을 중시했다. 황감종은 이 요구에 부합했고, 수많은 농가가 청심대유 대신 황감종 재배로 전환했다. 수확량이 많고 빠른 회전이 가능했던 황감종은 단기간에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냈다. 대만 정부와 차 업계도 황감종을 녹차 수출의 핵심 자원으로 간주했고, 정책적 지원도 집중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북아프리카 수출은 급격히 감소했다. 현지 정부의 수입 규제 강화, 중국산 저가 녹차의 공세, 수요 변화가 겹치며 황감종 수요는 급락했다. 수출이 막히자 황감종의 대량 재배 기반은 순식간에 위기를 맞았다. 대만의 차 산업은 다시 한 번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이 시점에서 일본 시장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고도성장을 겪던 일본은 센차 소비가 확대되었지만, 농촌 인구의 감소로 자국 내 녹차 생산에 한계가 있었다. 대만은 일본의 차 수입 수요에 대응해 센차 생산 체계를 빠르게 도입했다. 이때 중심 품종으로 다시 부상한 것이 청심대유였다.

청심대유는 일본 소비자가 선호하는 감칠맛 중심의 녹차 생산에 최적화된 품종이었다. 청심대유로 만든 센차는 일본 소비자의 기대에 부합했고, 대만산 고급 녹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했다. 센차 수출 확대는 청심대유 재배의 재확산으로 이어졌고, 청심대유와 황감종의 품종 간 경제적 격차는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1974년 발행된 차 전문지 《차訊》은 청심대유와 황감종 간 찻잎 가격 차이를 고착화된 품종 위계 구조로 분석했다. 일본 무역상들은 청심대유 찻잎을 프리미엄 가격에 사들였고, 황감종은 저가에 외면당하거나 혼합용 원료로만 취급되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시장 반응이 아니라, 대만 차 농가의 수익구조와 품종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산업 전략의 변수였다.

황감종 농가의 불만은 높아졌고, 일부 농가는 폐원을 결정하거나 차 이외의 작물로 전환했다. 청심대유 중심의 품종 재편은 우롱차와 고급 녹차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지만, 동시에 대만 차 산업의 품종 다양성은 축소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황감종은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이 품종은 대만 차 산업의 개량종 개발의 중요한 유전 자원이 되었다. 194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품종 개량 사업은 황감종의 수확량과 병충해 저항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품종이 바로 대차 10호(台茶10號)와 타이농983호였다. 대차 10호는 황감종과 인도계 대엽종을 교배해 만든 품종으로, 수확량과 품질의 균형을 갖추었고, 1980년대부터 주요 차 산지에 확산되었다.

품종의 운명은 단지 식물의 생리적 특성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장이 요구하는 품질, 가공 방식의 변화, 소비자의 기호 변화, 수출 대상 국가의 정책 변화 등 외부 요인과 정교하게 얽힌다. 청심대유는 변화하는 수출 시장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며 품종으로서의 생명력을 연장했고, 황감종은 수출 전략의 일시적 성공에 의존한 결과 도태되었다.

대만 차 산업은 품종을 선택하는 순간, 단순히 한 계절의 수익을 넘어서 수십 년의 산업 구조를 결정짓는 선택을 한다. 청심대유와 황감종의 엇갈린 운명은 품종 다양성의 중요성, 시장 대응 전략의 정교함, 그리고 유연한 산업 기획이 결합되어야 지속 가능한 차 산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