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계열사 가운데 86.5%에서 방호장치 누락, 관리감독 부재
한 주에 나흘, 밤샘 근무를 반복하는 구조

SPC그룹의 산업재해 구조는 기업문화에도 원인.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SPC그룹의 산업재해 구조는 기업문화에도 원인.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2022년 10월, 평택 SPL 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졌다. 2023년 8월, 성남 샤니공장에서 또 다른 여성 노동자가 반죽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2025년 5월, 시흥 SPC삼립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윤활유 작업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모두 SPC그룹 산하 공장에서 반복된 사고다. 모두 밤 시간, 모두 장시간 노동 중이었다. 이 반복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는 구조였다.

SPC그룹은 지난 3년간 중대재해처벌법의 대표 사례로 지목될 만큼 산재 사고가 빈번했던 기업이다. 고용노동부의 감독에 따르면, SPC 계열사 가운데 86.5%에서 방호장치 누락, 관리감독 부재 등 중대한 안전규정 위반이 적발됐다. 단순히 사고가 아니라, 구조 자체가 사고를 부르는 ‘위험한 시스템’이 고착화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같은 공장에서 같은 방식의 사고가 반복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SPC 주요 16개 계열사에서 2018~2023년 6월까지 산재 승인만 759건

최근 5년간 주요 6개 계열사 약 1,000건 산재 신청 중 926건 승인

가장 주목되는 구조적 원인은 심야 장시간 노동이다. 평택, 성남, 시흥 공장의 모든 사망 사고는 밤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12시간 교대제 근무 중 발생했다. SPC 현장에서는 이른바 2조 2교대제가 상시 운영됐다. 한 주에 나흘, 밤샘 근무를 반복하는 구조는 노동자의 집중력 저하와 피로 누적을 야기한다. 실제로 SPC의 과로사 판정 사례도 이미 3건이 확인됐으며,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SPC그룹의 야근 구조는 단순히 인력 부족의 결과만이 아니다. SPC 계열 공장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최소 인력으로 야간 생산라인을 운영했다. 생산성 중심의 경영 전략 아래, 기계 유지·관리보다 생산량 확대에 집중한 결과, 공정 곳곳에 위험이 방치됐다. 방호장치 미설치, 기계 노후화, 긴급정지 버튼 미비 등은 한두 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었다. 구조적이며 반복적인 안전관리 부실이었다.

설비 자동화는 충분하지 않았고, 현장 관리자와 안전 담당 인력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했다. 고용노동부의 특별 점검에 따르면 SPC 계열사 대부분은 보건관리자가 현장에 상주하지 않았으며, 일부 공장은 형식적 교육만 진행하고 실질적 훈련은 전무한 수준이었다. 기계 고장은 늘 예고 없이 발생했고, 대응 매뉴얼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노동자는 언제든지 ‘기계에 끼일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일했고, 실제로 끼이고 죽었다.

노동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쉬는 시간’이 아니었다. 중간 휴게시간은 있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구조는 없었다. 야간 교대제는 기본적으로 잠을 거부해야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체내 리듬은 무너졌고, 근로시간을 마치고 퇴근하더라도 회복은 불가능했다. 작업복을 입고, 어두운 공장으로 출근하면, 빵과 반죽기계와 컨베이어가 돌아가는 사이에 다시 날이 밝아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컨베이어 벨트가 사람을 삼켰다.

SPC그룹의 이러한 산업재해 구조는 기업문화에도 원인이 있었다. 내부에서는 안전보다 생산, 노동자보다 효율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고착되어 있었다. 사고가 발생하면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 있는 조치보다는 언론 대응에 치중했다. 실제로 SPC는 2022년 이후 1,000억 원 규모의 안전 투자를 선언했지만, 그 중 상당수가 교육·표지판·설비 보수 등 형식적 항목에 치중되었다. 설비 전체의 자동화나 공정 자체의 재설계에는 미흡했다. 안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비용’이었고, 그 비용을 줄이려는 구조가 죽음을 반복시켰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SPC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평택 SPL 공장 사고 이후에도 경영진은 구조적 문제 대신 ‘작업자 부주의’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성남, 시흥 사고 후에도 대국민 사과는 있었지만, 실질적 변화는 느렸다. 그사이 공장은 멈추지 않았고, 노동자는 돌아오지 못했다. 기업 신뢰도는 급락했고, SPC는 ‘죽음의 공장’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구조적 결함’이 단일 원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간 장시간 노동과 노후 설비, 안전관리 부실, 인력 부족, 노동강도 강화, 그리고 무기계약직·하청 노동자의 불안정 고용까지—이 모든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동했다. 이는 어느 하나만 바꾸어도 해결되지 않는 총체적 위기였다. 따라서 SPC그룹에 요구되는 것은 ‘하나의 조치’가 아니라, 경영 패러다임 전체의 전환이다.

대통령이 현장을 찾고 SPC가 야근 구조를 폐지한 것은 ‘사고의 끝’이 아니라 ‘구조의 시작’을 다시 짚는 작업이다. SPC의 사고는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산업 전반에서 무관심과 효율 중심 경영, 저비용 고효율 압박이 만들어낸 위험한 평범함이었다. 그 구조가 죽음을 예고했고, 죽음은 그 구조를 확인했다. 그리고 구조는 지금도 존재한다.

노동시간의 재조정, 안전 설비의 전면 개편, 안전관리자의 실질적 권한 확보, 기업의 책임 이행 강제 등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시스템 전환이 시작되어야 한다. 기업의 자율에만 맡겨둘 수 없는 이유는, 반복되는 죽음이 그 자율이 가진 한계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더 늦기 전에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죽음의 공장은 시스템으로 작동했고, 그 시스템을 해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안전 강화’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