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 명 참석한 기념식, 태권도의 세계적 위상 재확인
[KtN 임우경기자] 지난 9월 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 T1 경기장은 태권도의 기개와 문화적 울림으로 가득 찼다. ‘태권도, 세계와 연결하는 문화의 힘’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기념행사는 국내외 500여 명의 태권도 관계자와 정부·지자체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황리에 개최됐다.
행사는 태권도 9단회 원로들의 기품 있는 시범으로 시작해, 국가대표 품새 선수 변재영의 정갈한 품새와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의 화려한 공연으로 이어졌다. 무예의 절제미와 역동성을 동시에 보여준 이 무대는 단순한 축하 공연을 넘어, 태권도가 가진 정신적 가치와 문화적 상징성을 압축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52개국 193개 팀이 보내 온 축하 영상과 사진이 대형 화면에 공개되며, 태권도가 이미 국경을 넘어 세계인이 공유하는 문화임을 실감케 했다. 이 장면은 태권도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가 단순한 염원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기대하는 과제임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태권도의 문화적 가치와 국제적 위상
태권도는 오늘날 약 210개국에서 2억 명 이상이 수련하는 세계적 무예이자 스포츠다. 그러나 태권도의 본질은 단순한 경기 기술에 있지 않다. 예로부터 태권도는 평화, 인내, 존중, 절제라는 철학을 강조해 왔고, 이는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깊이 맞닿아 있다.
2018년 국회가 태권도를 ‘국기(國技)’로 법제화한 것도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제도적으로 확인한 과정이었다. 최재춘 KOREA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추진단장은 당시 국기 지정의 핵심 인물로, 태권도의 정체성과 전통성을 세계적 차원에서 인정받기 위한 다음 단계로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최재춘 단장은 태권도를 “스포츠이자 교육, 동시에 한국인의 문화적 자산”으로 정의하며, 인류 보편적 가치와 결합한 태권도가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순간,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문화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유네스코 등재 추진단의 전략과 현실
현재 추진단은 2026년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등재 성사를 목표로,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협력해 체계적인 연구와 자료 정리를 진행 중이며, 전라북도와 정부 부처와도 협력해 예산과 행정적 지원을 확보하고 있다.
추진단의 활동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 학술·자료 정리: 태권도의 역사적 기원, 전통 기술 체계, 구술 기록, 사진 아카이브 등을 확보해 등재 기준을 충족시키는 작업.
▶ 국제 홍보: 사진전, 국제 컨퍼런스,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태권도의 문화적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활동.
▶ 남북 공동 등재 추진: 북한이 2024년 단독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에서, 남북 공동 추진을 통해 ‘평화의 상징’으로서 태권도를 부각하는 전략.
▶ 교육 콘텐츠 개발: 전통 정신을 현대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전 세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태권도의 철학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
남북 공동 등재의 상징성과 난관
남북 공동 등재는 국제사회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과거 한반도의 전통문화가 남북 공동으로 등재된 사례는 드물지만, 만약 태권도가 공동 등재에 성공한다면 이는 문화 외교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태권도를 통해 남과 북이 평화적 교류의 길을 열고, 세계 무대에서 협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북한이 이미 단독 신청을 제출했기 때문에 공동 추진을 성사시키려면 유네스코 내 조정과 외교적 설득이 필요하다. 추진단은 이를 위해 국제유네스코 관계자와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ITF와의 협력으로 남북 간 의견 일치를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최재춘 단장은 “태권도의 정통성을 지키고 세계에 올바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반드시 공동 등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에 정부 적극 지원 나서... 통일부·국가유산청 "관심 표명"
최재춘 단장에 따르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는 두 차례에 걸쳐 면담을 갖고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의 의미와 추진 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태권도 등재가 남북 공동 추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통일부 차원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청장 직접 면담 요청... "조만간 국제 전문가와 3자 회담"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직접 최재춘 단장을 불러 면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청장이 직접 나선 것은 정부 차원의 관심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조만간 불가리아에서 유네스코 관련 국제 전문가인 슬라비가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이때 허민 청장과 최재춘 단장, 슬라비와 회담을 갖기로 했다는 것이다.
태권도의 날이 남긴 메시지
올해 태권도의 날은 단순한 기념식이 아니라, 태권도의 미래를 향한 방향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축하 공연과 포상, 국제적 참여 속에 숨겨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태권도는 이미 세계적 문화유산이며, 이제 이를 제도적으로 공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재춘 단장은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등재 이후에도 태권도를 현대 사회와 연결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국제 교류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의지다. 이는 태권도가 앞으로도 전 세계 아이들과 시민들이 ‘평화, 인내, 존중’을 배우는 교육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비전이기도 하다.
문화유산으로서의 태권도, 역사적 전환점 앞에 서다
2025 태권도의 날 기념행사는 태권도의 문화적 정체성과 국제적 연대를 확인하는 동시에, 유네스코 등재 추진이 대한민국의 중요한 과제임을 각인시켰다. 태권도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인류가 함께 공유하는 무형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은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존심을 높이는 동시에, 남북 평화와 세계 문화교류에도 기여할 것이다.
유네스코 등재를 향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무주 태권도원에서 울려 퍼진 함성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태권도는 이미 세계인의 문화이며, 이제 남은 것은 그 가치를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일이다. 최재춘 단장과 추진단, 그리고 정부와 태권도계가 함께 달려간다면, 2026년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태권도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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