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팬덤·산업이 맞물리는 메커니즘
김희재가 여는 관객 지형의 재편

김희재가 여는 관객 지형의 재편.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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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김동희기자]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트로트는 언제나 중심 장르였지만, 오랫동안 중장년 세대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가수가 대거 등장하면서 시장의 풍경이 달라졌다.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김희재가 있다. 울산에서 성장한 소년이 방송 오디션을 계기로 전국적 인지도를 얻기까지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보여준 안정된 발성과 또렷한 표정 연기, 카메라를 의식한 퍼포먼스는 전통적인 트로트 공연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김희재가 선보인 스타일은 트로트에 대한 인식을 바꿨고, 팬덤 형성과 산업 구조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지금 김희재라는 이름은 세대교체와 산업 다각화,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트로트 뿌리 위에 감성 확장

김희재 음악의 기초는 전통 트로트 문법이다. 꺾기 창법과 비브라토, 경쾌한 리듬은 무대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동시에 발라드적 감성을 담아내며 레퍼토리를 넓혔다. 긴 호흡과 대화하듯 이어지는 멜로디, 섬세한 고음 처리는 청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정규 앨범과 미니앨범은 단순한 곡 모음이 아니라 감정의 서랍처럼 구성됐다. 사랑, 이별, 감사가 주제별로 정리되어 팬들이 자신의 경험과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팬에게 헌정한 노랫말은 무대 밖 소통의 연장선으로 작동한다. 김희재는 무대에서는 관객을 끌어올리고, 음반에서는 감정을 정리하며, 메시지를 통해 관계를 이어간다. 트로트 가수라는 틀을 넘어 감성 중심 아티스트로 확장하는 과정이 뚜렷하다.

김희재가 여는 관객 지형의 재편.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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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식 퍼포먼스와 트로트의 만남

김희재 무대에는 시선 처리와 표정 변화, 포인트 제스처가 곡의 흐름과 정확히 맞물린다. 댄서와 함께 구성한 동선, 런웨이 같은 무대 활용은 기존 트로트 공연에서는 드물었던 방식이다.
최근 SBS 라디오 출근길에서 공개된 장면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방송국 포토월 앞에서 밝은 표정을 지으며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아이돌 출근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상의 이동이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콘텐츠 생산 장면’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김희재 활동은 전통 공연 언어와 아이돌식 미디어 언어가 교차하는 새로운 지점을 만들어냈다.

‘희랑별’이 만든 참여형 생태계

팬덤 ‘희랑별’은 김희재 브랜드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공연장에서는 주황빛 드레스코드와 응원봉, 슬로건으로 물결을 만들고, 온라인에서는 해시태그와 영상 편집으로 확산을 주도한다. 단순한 소비에 그치지 않고, 공연 후 청소, 지역 기부 활동 등으로 사회적 이미지를 구축한다.
팬덤 내부에서는 자발적으로 사진집, 굿즈, 팬북을 제작하고, 수익 일부를 다시 사회에 환원한다. 이러한 순환은 팬덤이 단순 지지 집단을 넘어 아티스트와 공동 제작자, 지역사회 파트너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김희재는 팬덤을 ‘동원’이 아닌 ‘협업’의 대상으로 두며, 팬이 공연과 콘텐츠 설계에 참여하는 문화를 형성했다.

공연·음반 중심에서 다각화로

전통적인 트로트 산업은 지역 행사와 방송 출연 중심 구조에 의존했다. 김희재 활동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한다. 음반 판매와 디지털 스트리밍, 전국 투어 외에도 팬미팅, 화보집, 굿즈 판매가 고정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뮤지컬·드라마 활동을 통한 협업, 브랜드 화보와 광고까지 확장되며 포트폴리오가 다층화됐다.

김희재 브랜드는 단일 장르 연예인이 아닌 멀티 플랫폼 크리에이터로 성장했고, 이 과정에서 트로트 산업도 더 이상 행사 중심 구조에 머무르지 않게 되었다.

김희재가 여는 관객 지형의 재편.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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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서 확인된 콘텐츠 분해

라디오 출연과 같은 일정조차 콘텐츠 자산으로 활용된다. 출근길, 대기, 방송, 퇴근길 전 과정이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되고, SNS와 포털 뉴스, 유튜브 숏폼 등 각기 다른 채널로 배포된다. 팬덤은 이 콘텐츠를 재편집하며 2차 확산을 만들어낸다. 플랫폼별로 속도는 다르지만 핵심 이미지는 일관되게 유지된다. 오렌지 컬러와 미소, 제스처가 모든 매체에서 동일하게 반복되며 김희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한다.

K-팝 경험을 트로트에 이식

K-팝이 이미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만큼, 김희재 활동은 K-트롯의 해외 확장 실험으로 해석된다. 발라드적 감성을 담은 트로트 곡은 자막 번역이 용이하고, 댄서블한 편곡은 직관적 이해를 돕는다. 국악, 재즈, 라틴 리듬과 결합한 편곡은 장르 장벽을 낮춘다. 유튜브 직캠, 세로 영상, 짧은 하이라이트 클립은 해외 플랫폼에서 언어 장벽을 무너뜨린다. 일본, 대만, 동남아 공연 시장과 한류 페스티벌은 향후 진출 접점이 될 수 있다.

정체성·속도·지속가능성의 세 축

첫째, 정체성 조율이다. 발라드와 트로트 두 세계를 동시에 품고 있기에 무대와 음반에서 균형 있는 배치가 필요하다. 취향이 갈린 팬덤을 아우르는 힘이 바로 이 균형에서 나온다.

둘째, 속도 관리다. 콘텐츠가 매일 쏟아지는 환경에서 무리한 노출은 피로로 이어질 수 있다. 단기적 노출과 장기 프로젝트를 병행하면 작품성과 지속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지속가능성 확보다. 반복 구매 중심 구조를 넘어 공연·콘텐츠·굿즈·사회공헌을 연결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포트폴리오·데이터·거버넌스

앞으로의 행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려할 전략적 방향은 분명하다.

레퍼토리 포트폴리오: 트로트 중심 무대, 발라드 감성 무대, 크로스오버 협업을 시즌제처럼 운영해 분기마다 대표 무대를 쌓아간다.

데이터 기반 운영: 스트리밍 패턴, 공연 전환율, 피지컬 판매와 디지털 소비의 상관관계를 정기적으로 분석해 근거 있는 의사결정을 내린다. 팬 커뮤니티 설문을 곁들이면 정확도가 높아진다.

팬덤 거버넌스: 팬 대표단, 운영진, 스태프가 모여 공연 질서, 기부 활동, 온라인 소통 규칙을 논의하는 구조는 팬덤과 아티스트가 협력적 파트너로 성장하는 기반이 된다.

브랜드 파트너십: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분야와 협업 굿즈를 제작하면 오렌지 컬러가 단순 상징을 넘어 시각적 브랜드 자산으로 확장된다.

글로벌 파일럿: 일본 엔카, 대만 민요, 라틴 발라다와 협연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준비해 K-트롯을 새로운 한류 카테고리로 자리잡게 한다. 다국어 자막, 가사 해설, 현지 악기 세션은 해외 팬 접근성을 높인다.

김희재가 여는 관객 지형의 재편.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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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재가 걷는 길, K-트롯의 방향

김희재는 무대에서 전통의 호흡을 지키면서 감성의 결을 확장하고, 팬덤과 함께 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희랑별은 공연장을 넘어 지역사회와 산업 생태계의 동반자로 성장했고, 라디오 출근길 같은 일상적 장면까지 콘텐츠로 재편집하며 영향력을 넓혔다.

세대교체가 본격화된 지금, 트로트는 더 이상 과거의 음악에 머무르지 않는다. 감성·퍼포먼스·관계·참여가 결합된 새로운 종합 콘텐츠로 소비된다. 김희재가 만들어가는 길은 K-트롯 전체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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