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신미희기자]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의 상상력과 유머가 드디어 세계 무대 중심에 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닭강정〉이 제53회 국제에미상(International Emmy Awards) 코미디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7일(현지시간) 국제에미상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번 부문 후보작에는 한국의 ‘닭강정’을 비롯해 프랑스의 아이리스(Iris), 영국의 루드윅(Ludwig), 멕시코의 *이 레가론 데 노체(El Regalo de Noche)*가 함께 올랐다.

〈닭강정〉은 박지독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배우 류승룡과 안재홍이 주연을 맡았다. 딸이 하루아침에 닭강정으로 변해버리자 이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여정을 유머와 감동으로 풀어내며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제에미상은 캐나다 반프 TV 페스티벌, 모나코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3대 방송상으로 꼽히며,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TV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다. ‘방송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프라임타임 에미상과 별도로 진행되는 이 시상식은 오는 11월 2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최종 수상작을 발표한다.

◆한국 콘텐츠, 국제에미상에서의 성과

국제에미상에서 한국 작품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특히 드라마 부문에서는 2022년 KBS2 〈연모〉가 아시아 최초로 텔레노벨라 부문 수상에 성공하며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후 한국은 다큐멘터리, 예술 부문에서도 꾸준히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넓혀왔다.

집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 작품의 국제에미상 최종 노미네이트 횟수는 20회 이상으로, 매년 여러 작품이 후보에 오르며 글로벌 위상을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코미디 부문에서 한국 작품이 최종 후보로 진입한 것은 이번 〈닭강정〉이 처음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심사 기준과 한국 드라마의 도전

국제에미상은 철저히 미국 외 지역에서 제작·방송된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한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콘텐츠라면 출품이 가능하다. 심사 항목은 △독창성 △연출력 △연기력 △문화적 기여도 △작품 완성도 △사회적 영향력 등으로, 예비 투표를 거쳐 본심에서 공개투표로 수상작을 최종 결정한다.

〈닭강정〉은 원작 웹툰의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이를 실사 드라마로 구현해낸 제작진의 역량, 류승룡·안재홍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그리고 가족애와 희망이라는 보편적 메시지로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선 감정적 깊이와 문화적 기여도로 이어진다.

◆글로벌 수상 경향 속 한국의 위치

코미디 부문은 유럽 국가들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다. 최근 5년간 수상작을 보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2022년에는 멕시코 작품이 깜짝 수상에 성공해 중남미의 부상도 눈에 띈다.

반면 아시아 지역은 후보작 진입은 잦지만 수상 사례가 극히 적다. 한국, 일본, 인도 등 주요 콘텐츠 생산국이 있지만, 아직까지 코미디 부문에서 ‘수상’이라는 기록은 남기지 못했다. 이번 〈닭강정〉이 한국 최초의 코미디 부문 수상작으로 등극한다면, 이는 아시아 전체의 위상에도 상징적인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국제에미상이 던지는 의미

한국 콘텐츠는 이미 칸, 베니스, 오스카 시상식에서 여러 차례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제에미상은 ‘방송’과 ‘드라마 시리즈’를 중심으로 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영화 중심의 글로벌 수상 무대와는 또 다른 상징성을 갖는다. 특히 글로벌 OTT와 K-웹툰 기반의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점에서 〈닭강정〉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경로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오는 11월, 한국 드라마가 다시 한 번 국제무대에서 쾌거를 이룰지 전 세계 방송·OTT 업계의 이목이 뉴욕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