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신미희기자] “정치와 예능의 경계, 국민의 식탁 위에 오른 ‘K-푸드 외교’ — 그러나 타이밍은 아쉬웠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0월 6일 방영된 JTBC 추석특집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다. 이는 취임 후 첫 예능 출연으로, 대통령은 “K-푸드를 수출하고 싶다”며 음식 문화를 한류 확장의 핵심으로 언급했다. 방송에선 김풍·최현석 등 셰프들의 요리 대결과 대통령 부부의 시식 장면이 공개됐다. 특히 김풍의 요리를 맛본 대통령이 “이게 왜 맛있지”라며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지난달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와 행정안전부 공무원 사망 사건이 이어진 직후 촬영이 공개돼 정치권 일각에서는 “부적절한 시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추모 기간을 이유로 방송 연기를 요청했고, JTBC는 편성을 하루 미뤄 6일 밤 10시에 방송했다.

■ “이게 왜 맛있지?” — 대통령의 한입이 만든 화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JTBC 대표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추석 특집편에 등장했다. 대통령의 첫 예능 출연이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JTBC가 공개한 예고편에는 대통령이 “많이 어색하다”고 웃으며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어 “K-팝과 드라마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문화의 핵심은 음식”이라며 “이제는 K-푸드를 수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대통령 부부, ‘K-푸드 외교’에 나서다
‘냉장고를 부탁해’ 추석 특집은 ‘K-푸드 전도사’를 주제로 한 특별 기획이다. 방송에서는 손종원·최현석 셰프, 정지선 셰프, 그리고 만화가 김풍이 두 팀으로 나뉘어 15분 요리 대결을 펼쳤다.

최현석 셰프의 화려한 조미료 퍼포먼스에 대통령이 웃음을 터뜨리며 따라하는 장면이 공개되었고, 김풍의 창의적인 요리를 맛본 뒤에는 “이게 왜 맛있냐”며 폭소를 터뜨려 스튜디오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김혜경 여사는 “외국인을 우리 식탁에 초대할 수 있는 한국 음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한식의 세계화를 강조했다.

■ ‘이재명 효과’… 방송 후 시래기 품절 조짐
방송 직후 이른바 ‘이재명 효과’가 나타났다.
이날 ‘냉장고를 부탁해’ 방영 이후, 마켓컬리 실시간 검색어에 ‘시래기’가 급상승하며 눈길을 끌었다.
김풍 셰프가 방송에서 시래기와 누룽지를 활용한 창의 요리를 선보이자,
시청자들이 “직접 만들어보겠다”며 재료를 찾는 움직임이 이어진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반응이 폭발했다.
“오늘 냉부해에서 김풍이 시래기랑 누룽지로 만들었음. 맛은 다르겠지만 양구 시래기가 이렇게 국격이 높아질 줄이야!”,
“양구 시민들 오늘부터 난리 날 듯. 내년부턴 양구 시래기 수출해야 함.”,
“역시 이재명 대통령, 시청률 폭발! 대통령 덕에 예능이 다시 살아났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봄 ...설에도 이런 예능 나와 주세요” 등
다양한 댓글이 이어지며 SNS 상에는 ‘K-푸드 외교는 시래기부터’라는 유머 섞인 반응도 등장했다.

이번 방송은 단순한 예능을 넘어, 국민의 밥상과 정치의 상징이 만난 새로운 방식의 ‘문화 소통’으로 기록되고 있다.
대통령의 한입은 결국 시청률과 소비, 그리고 지역 농산물까지 움직였다.

■ 그러나 시점은 ‘논란의 중심’
하지만 방송 예고편이 공개되자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전산망이 마비된 직후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내외가 예능에 출연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고, 장동혁 대표도 “국가 재난 중 예능 촬영이라니 무슨 생각이냐”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지난 3일,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여론은 더욱 민감해졌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공직자의 사명을 다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 방송 연기… “국민 정서 고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방송사에 방영 연기를 요청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가공무원의 사망으로 전 부처가 추모의 시간을 갖고 있는 만큼, 방영 시점을 미뤄 달라”고 밝혔다.
JTBC는 이를 수용해 5일 예정이던 방송을 하루 미뤄 6일 밤 10시로 편성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냉부해’ 출연은 단순한 예능이 아니라 문화외교 실험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식을 한류의 다음 축으로 삼아 ‘K-푸드’의 세계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