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저장'이 해답…머스크가 본 다음 축 'ESS'
탈중국·AI시대의 필수 인프라, 테슬라가 고른 파트너는 한국
LG엔솔·삼성SDI, 미국 공급망 재편 속 K-배터리 존재감 확대
[KtN 박채빈기자] 미국 에너지 시장을 무대 삼아 한국 배터리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K배터리가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머스크, AI 시대의 또 다른 핵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지목
AI 산업의 확산으로 연산 효율성과 처리 속도를 극대화하는 엔비디아 GPU가 각광받고 있지만,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다른 방향에서 AI 시대의 핵심을 본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데이터센터 산업이 안정적인 에너지 인프라와 친환경 전력 공급망 위에 구축돼야만 지속 가능하다고 보는것이다.
머스크는 이를 뒷받침할 핵심 해법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주목한다. 테슬라는 데이터센터와 연계한 대규모 ESS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중요성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친환경 전력망이 AI 중심 미래 사회의 필수적 핵심 에너지 솔루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구상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테슬라의 ESS 부문은 최대 설치량을 경신하며 전년 동기 대비 44%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에너지 생산·저장 매출은 34억2000만 달러(약 5조 원)에 달해 전체 사업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설치량 역시 12.5기가와트시(GWh)에 이르러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테슬라가 자동차 제조업을 넘어 에너지 기업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테슬라, 중국 CATL 의존 탈피…K-배터리 동맹 강화 및 현지 생산 확대
테슬라는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공급망 재편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고율 관세 정책을 계기로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연간 100GWh 규모의 배터리 확보를 목표로 파트너사 공급량 및 미국 내 생산망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한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안정적인 북미 에너지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최근 경주·부산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평균 관세를 57%에서 47%로 인하하고, 중국 역시 희토류·갈륨 등 핵심 소재 수출 제한을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 무역 긴장은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관세 부담이 실질적으로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테슬라는 에너지 자급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머스크는 올해 6월 말, 본인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 네바다주 스파크스에 북미 최초의 대규모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공개했다.
테슬라는 배터리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완공 후에는 연간 약 1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K-배터리, 탈중국 시대 테슬라와 '대형 파트너십' 구축
삼성SDI는 2016년 테슬라에 ESS용 배터리를 공급한 경험이 있으나,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시장 점유율이 축소된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일론 머스크의 러브콜을 계기로 반전 기회를 맞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스텔란티스와의 전기차 합작공장 내 일부 라인을 ESS용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해, 테슬라에 연간 10GWh 이상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2027년 8월부터 3년간 약 6조원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23.2%에 달하는 초대형 수주로, 공식적으로는 '미국 선두 에너지 솔루션 기업'을 거래처로만 밝혔으나, 국내외 주요 매체와 업계에서는 미국 내 LFP 배터리 대형 수요처와 생산 규모, 현지 공급의 전략적 의미를 감안할 때 테슬라가 유력한 계약 상대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수주와 별도로 글로벌 에너지 관리 기업을 상대로 주택용 ESS 배터리 계약도 맺으며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ESS 수요 '급증'…시장 성장 견인
AI 데이터센터의 폭증하는 전력 수요가 ESS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최대 10배에 달하는 전력을 소모하며 글로벌 기관들은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소비가 2023년에서 2030년 사이 두 배에서 세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SS는 AI 데이터센터에서 비상 전력 공급(UPS), 전력 품질 안정화, 전력 비용 절감, 재생에너지와의 연계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핵심 기능을 제공한다. 이런 수요 확대가 테슬라와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ESS 협력을 더욱 촉진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KtN 리포트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배터리 공급을 넘어,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을 견인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북미를 중심으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ESS 수주를 늘리며 전기차 이후의 성장축을 구축하고, 기술 차별화 경쟁에서도 우위를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를 돌파할 신사업, 그리고 재생에너지와 차세대 데이터 인프라를 연결하는 혁신 기업으로서 K-배터리의 역동적 변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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