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럭셔리의 돌파구는 어디에

Saint Laurent (생 로랑).  사진=예림출판사(Yelim Publishi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Saint Laurent (생 로랑). 사진=예림출판사(Yelim Publishi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파리는 오랜 기간 럭셔리 산업의 중심지로 인식돼 왔다. 특히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파리 8구 일대는 명품 브랜드가 정체성과 위상을 확인받는 대표적 지역이다. 그러나 소비 중심이 이동한 현 시장 구조에서 파리 중심 전략이 어떤 성과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재평가가 필요하다. 전통적 상징의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주요 수요 증가가 파리 바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생 로랑의 아베뉴 몽테뉴 플래그십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선택된 실험적 전략으로 분석된다. VIP 응대 중심 서비스, 제한된 접근성, 예술 작품과 빈티지 가구로 구성된 전시형 공간은 브랜드의 상징 자산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매장 운영은 구매 능력이 높은 고객에 집중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공간의 성격은 판매보다 ‘이미지 관리’ 기능에 가까운 성격을 띤다. 이 접근이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매출 기여도가 제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aint Laurent Unveils New Flagship on Avenue Montaigne, Paris. 사진=Saint Lauren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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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결합형 리테일은 명품 브랜드에서 중요한 전략축으로 자리 잡았다. 예술 작품 전시는 문화 자본을 활용해 제품의 가치를 설명하는 효과가 있다. 브랜드는 제품을 기능적 사물이 아닌 문화적 자산으로 인식시키고, 소비자는 감상 경험을 통해 구매 동기를 강화할 수 있다. 다만 예술 중심 운영이 매출 확대와 직결되는지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 작품 유지 비용, 보험 및 보안비용, 공간 관리비 등 고정비가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고정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요 변동성이 발생할 경우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VIP 중심 구조 역시 장단이 뚜렷하다. 초고액 자산가의 구매력은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명품 매출이 특정 고객군에 집중되면 매출 변동성이 커지고 리스크 감내 범위가 좁아지는 구조가 된다. VIP 수요가 줄어들면 매장 운영 성과는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특히 관계 기반 점포 운영이지만, VIP 충성도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지표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

파리(유럽) vs 아시아 럭셔리 소비 지형 변화

항목 유럽 (파리 중심 등) 아시아 (중국·한국·일본 중심) 설명
최근 매출 성장률 성장 정체 또는 소폭 둔화 5~6%대 성장세 유지 수요 중심축이 아시아로 이동
소비자 유입 구조 관광객 의존도 높음 현지 소비자 비중 확대 자생적 소비기반 차이 발생
임대료 및 운영비 세계 최고 수준의 고정비 부담 지역별 편차 크나 운영 효율 상대적 우위 비용 대비 수익성 차이
시장 성장 동인 문화·관광 기반 유지 도시화·디지털 소비 확대 구조적 성장 기반의 질적 차이
리스크 요인 경기 둔화, 관광 감소 영향 직접 노출 정책 규제 및 트렌드 변화 민감 각 시장 리스크 유형 상이

 

파리 중심 전략의 효율성 문제는 지리적 소비 구조 변화에서 기인한다. 글로벌 명품시장의 성장은 미국과 아시아에서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한국, 중동 시장이 구매 성장의 중심으로 부상했으며, 파리는 상징적 가치가 큰 대신 실제 매출 기여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현지 소비는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아 조정되는 상황도 나타난다. 공급자 중심 전략을 유지하기에는 수요의 지리적 재편이 괴리감을 만들 수 있다.

명품 브랜드에게 예술은 브랜드 헤리티지의 핵심 요소다. 다만 예술 중심 운영 방식이 실적 부문에서 독립적으로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리테일 공간이 예술성을 강조할수록 구매 전환 과정은 더 정교한 운영 능력을 요구한다. 예술이 상징적 가치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경제적 성과는 결국 고객 기반의 확장과 연결되어야 한다. 조용한 럭셔리가 확산되는 흐름은 일부 고객군의 소비 심리에 맞는 방향이지만, 이 흐름이 전체 시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생 로랑의 여신' 로제, 하늘빛 슬립 드레스+금발… 화보보다 더 화보 같은 순간  사진=2025 09.30  블랙핑크 로제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생 로랑의 여신' 로제, 하늘빛 슬립 드레스+금발… 화보보다 더 화보 같은 순간  사진=2025 09.30  블랙핑크 로제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명품 산업은 희소성과 접근성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구조적 과제를 갖고 있다. 브랜드 자산의 핵심은 상징적 존재감이지만, 수익의 기반은 구매 가능 인구의 규모에 의해 좌우된다. 프라임 상권 투자와 예술 중심 리테일은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지만, 동시에 고객군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올 위험을 내포한다. 상징 자산과 경제성이 조화롭게 유지될 수 있도록 고정비 구조와 수요 기반을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

파리에 대한 마케팅 의존은 럭셔리의 역사적 기반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수요 구조의 변화가 지속된다면 전략의 중심축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문화의 가치는 분명 남아 있으나 유럽이 글로벌 소비의 핵심 무대였던 시대정신은 약화되고 있다. 명품 시장의 성장 동력이 파리 밖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현실은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렵다.

Saint Laurent SS26 Rings in New Ideals of Feminine Power. 사진=Saint Lauren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Saint Laurent SS26 Rings in New Ideals of Feminine Power. 사진=Saint Lauren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브랜드가 축적해온 문화 자산을 유지하되, 소비 지형 변화에 걸맞은 경제 구조를 마련하는 일이다. 예술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적 수단이라는 점은 확고하지만,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는 방식이 재설계되지 않으면 장기적 지속 가능성 확보가 어렵다. 상징 자산을 수익 기반으로 연결하는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

명품 산업이 직면한 돌파구는 전통적 상징과 새로운 수요 사이를 잇는 능력에 달려 있다. 브랜드가 선택한 미학적 방향이 글로벌 소비시장 변화와 어떤 접점을 형성할지, 그 결과가 향후 실적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상징이 경제를 견인하던 시대에서 경제가 상징을 요구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항목 기대 효과 잠재 위험
브랜드 자산 문화적 위상 강화, 헤리티지 확장 상징 의존도 증가, 시장 변화 대응력 저하
고객 기반 VIP 충성도 제고, 단가 상승 신규 고객 유입 감소, 시장 저관여층 이탈
매출 구조 고마진 제품 판매 확대 수요 변동 시 충격 확대, 전환율 저하 가능
공간 운영비 체류 시간 증가로 서비스 차별화 예술품 유지·보안 등 고정비 지속 증가
지역 전략 파리 등 프라임 상권에서 권위 유지 성장 시장과의 괴리 심화, 비용 대비 효율 불확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이미지 관리 주도권 강화 과시·보여주기 논란 발생 시 신뢰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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