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트' 박정민 ·신세경 멜로 어땠냐? 질문에 조인성, '사적으로 많이 응원'  [KtN 현장] 배우 조인성이 영화 '휴민트'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사진=2026. 02.05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휴민트' 박정민 ·신세경 멜로 어땠냐? 질문에 조인성, '사적으로 많이 응원'  [KtN 현장] 배우 조인성이 영화 '휴민트'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사진=2026. 02.05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KtN 김동희기자]2026년 설 연휴 극장가는 오랜 침체의 터널을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차가운 불안을 동시에 드러냈다. 수년간 관객 감소와 제작 위축에 시달리던 극장가에 모처럼 인파가 몰리며 한국 영화가 다시 시장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그 이면에서는 특정 작품으로의 쏠림 현상이 급속히 심화하며 산업의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함께 고개를 들었다. 박스오피스 최상단에 오른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전체 매출의 80퍼센트를 훌쩍 넘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동안, 다수의 중소 규모 작품들은 명절 특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관객의 선택지에서 밀려났다. 한국 영화의 귀환이라는 화려한 수사 뒤에 가려진 이 흥행 양극화는 2026년 영화 산업이 정면으로 마주한 가장 구조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2월 15일 일요일 기준 박스오피스는 이 같은 편중 현상을 수치로 증명한다. 사극 장르를 기반으로 정통 서사와 대중적 감정을 결합한 왕과 사는 남자는 하루 매출 45억 원을 넘기며 점유율 59퍼센트를 기록했다. 같은 날 첩보 액션 영화 휴민트가 20억 원대 매출과 27퍼센트 점유율로 뒤를 이었다. 두 작품의 합산 점유율은 86퍼센트를 넘겼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60퍼센트대였던 상위권 집중도가 연휴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가팔라졌다는 점은 흥행의 가속도가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택은 좁아졌고, 시장의 다양성은 빠르게 잠식됐다.

유해진·박지훈 사극 통했다…‘왕과 사는 남자’ 개봉일 박스오피스 1위 사진=2026. 02.05 (주)쇼박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유해진·박지훈 사극 통했다…‘왕과 사는 남자’ 개봉일 박스오피스 1위 사진=2026. 02.05 (주)쇼박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왕과 사는 남자의 독주는 전통적 흥행 문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가족 단위 관객을 포괄하는 정서, 이해하기 쉬운 갈등 구조,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설 연휴라는 관람 환경과 정확히 맞물렸다. 개봉 2주도 채 되지 않아 누적 관객 230만 명을 넘어선 성적은 관객이 여전히 극장에서 실패하지 않는 선택을 선호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스크린 수 역시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빠르게 확대됐다. 개봉 초반 1천1백여 개 수준이던 상영관은 연휴 후반 1천8백 개를 넘겼고, 상영 횟수 또한 하루 7천 회 이상으로 늘어났다. 관객의 선택이 편중되자 극장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인기작에 상영 기회를 집중시키는 효율 중심 편성을 택했다.

휴민트의 성과 역시 한국 영화의 기획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다. 개봉 직후에는 신작 효과로, 연휴 기간에는 장르적 쾌감과 긴장감을 앞세워 꾸준한 관객 유입을 이어갔다. 감정과 서사에 집중한 왕과 사는 남자와 달리, 휴민트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볼거리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두 작품은 경쟁 관계이면서도 서로 다른 관람 수요를 흡수하며 설 극장가의 중심을 형성했다. 외화 대작이 부재한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영화가 시장의 최전선을 지켜냈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한 성과로 기록될 만하다.

신세경·박정민, 미공개 컷 속 '눈맞춤' 포착...현실 커플 방불케 하는 케미  사진=2026. 02.10 휴민트 시사회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신세경·박정민, 미공개 컷 속 '눈맞춤' 포착...현실 커플 방불케 하는 케미  사진=2026. 02.10 휴민트 시사회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제는 그 아래의 풍경이다. 3위부터 10위까지의 작품들은 매출 점유율 3퍼센트 이하에 머물렀고, 중위권 이하로 내려가면 1퍼센트조차 넘기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됐다. 이는 작품의 완성도나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관객이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선택할 수 있는 영화의 폭이 극도로 제한돼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1천8백 개가 넘는 스크린을 점유한 상위작과 수백 개에 그친 나머지 작품들 사이에는 내용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물리적 격차가 존재한다. 명절 특수라는 말이 무색하게, 중소 영화들은 존재를 드러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 같은 양극화는 관객의 소비 태도 변화와 맞물려 더욱 굳어지고 있다. 티켓 가격 상승은 관객을 신중한 선택으로 몰아넣었고, 확실한 재미가 보장되지 않는 영화에는 지갑을 열지 않는 경향이 강화됐다. 실패하지 않는 소비를 지향하는 분위기 속에서 대작으로 수요가 쏠리고, 극장은 좌석 판매율이 보장되는 작품에 스크린을 몰아준다. 이 과정에서 참신한 시도와 다양한 소재를 담은 영화들은 관객과 만날 통로 자체가 막히며 조기 종영으로 내몰린다. 이는 결국 새로운 서사와 형식의 등장을 가로막고, 검증된 흥행 공식만 반복되는 산업 구조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

신세경·박정민, 미공개 컷 속 '눈맞춤' 포착...현실 커플 방불케 하는 케미  사진=2026. 02.10 휴민트 시사회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신세경·박정민, 미공개 컷 속 '눈맞춤' 포착...현실 커플 방불케 하는 케미  사진=2026. 02.10 휴민트 시사회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번 설 연휴의 호황은 불안정한 균형 위에 서 있다. 일부 대작이 수백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동안, 다수의 제작사는 투자금 회수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티켓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익 구조는 배급과 극장 중심으로 고착돼 있으며, 제작 현장으로 돌아가는 몫은 제한적이다. 겉으로는 시장이 회복된 듯 보이지만, 산업 전반의 재투자 여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소수의 성공이 전체의 건강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2026년 설 극장가는 한국 영화가 다시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는 희망과 함께, 중위권 영화가 붕괴된 현실을 동시에 드러냈다. 상위 두 편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새로운 표준으로 굳어질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 흐름이 지속될 경우 관객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취향을 지닌 잠재 수요가 극장을 떠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화려한 수치에 안주하기보다, 이 그늘을 직시하고 공존의 토대를 복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작의 힘과 중소 영화의 실험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이번 설 연휴의 부활은 오래 기억되지 못할 반짝임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