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통발효 현장 전문가…식품학 박승규 박사 학문과 콜라보

50평생을 발효제품에 몰두해온 이봉우 한국전통누룩 대표가 포천시 고모리에서 31일 야심차게 전통된장 제조 및 실습에 나서 된장 전문가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맨우측 박승규 박사, 왼쪽 세번재 이봉우 대표(사진=조영식 기자)
50평생을 발효제품에 몰두해온 이봉우 한국전통누룩 대표가 포천시 고모리에서 31일 야심차게 전통된장 제조 및 실습에 나서 된장 전문가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맨우측 박승규 박사, 왼쪽 세번재 이봉우 대표(사진=조영식 기자)

[KtN 조영식기자] 된장은 더 이상 밥상 위에 놓이는 평범한 양념이 아니다. 시간과 정성, 그리고 미생물이 빚어내는 살아 있는 건강식품이다.

꾸준히 한 숟가락씩 떠먹는 것만으로도 장을 편안하게 하고, 혈관을 지키며, 간의 부담을 덜어주는 힘이 생긴다. 그래서 좋은 된장은 ‘맛’ 이전에 이미 몸이 먼저 알아본다.

된장이라 해서 모두 같은 된장은 아니다. 콩의 산지, 소금의 연식, 된장 숙성의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장인의 손길에 따라 그 맛과 품격은 전혀 다른 세계로 나뉜다.

무려 50년을 발효식품에 바쳐온 이봉우 한국전통누룩 대표가 31일 포천 고모리에서 전통 된장 담그기 실습을 공개하며 된장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50평생을 발효제품에 몰두해온 이봉우 한국전통누룩 대표가 포천시 고모리에서 31일 야심차게 전통된장 제조 및 실습에 나서 된장 전문가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사진=조영식 기자)
50평생을 발효제품에 몰두해온 이봉우 한국전통누룩 대표가 포천시 고모리에서 31일 야심차게 전통된장 제조 및 실습에 나서 된장 전문가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사진=조영식 기자)

이날 현장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선 하나의 ‘작품 제작 과정’에 가까웠다. 특히 식품공학 권위자인 박승규 박사가 함께하면서, 장인의 경험과 과학적 검증이 맞물린 보기 드문 협업이 완성됐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이론과 현장이 만난 국내 최고 수준의 된장 실습”이라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된장의 시작은 결국 ‘콩’이다. 이봉우 대표는 메주의 품질을 위해 전남 진도의 섬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콩을 예약해, 그 지역에서 메주를 띄워 준비했다.

여기에 사용된 소금 역시 남달랐다. 5년 이상 간수를 빼고 묵힌 천일염. 짠맛은 부드럽고, 발효에는 깊이를 더하는 조건이다.

장독 또한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전국을 돌며 숨 쉬는 전통 항아리만을 골라 모았다. 발효는 결국 ‘공기’와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미세하게 숨 쉬는 독만이 살아 있는 장을 완성한다는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50평생을 발효제품에 몰두해온 이봉우 한국전통누룩 대표가 포천시 고모리에서 31일 야심차게 전통된장 제조 및 실습에 나서 된장 전문가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봉우 대표 (사진=조영식 기자)
50평생을 발효제품에 몰두해온 이봉우 한국전통누룩 대표가 포천시 고모리에서 31일 야심차게 전통된장 제조 및 실습에 나서 된장 전문가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봉우 대표 (사진=조영식 기자)

소금물 하나에도 타협은 없었다. 하루 전 미리 풀어 숙성한 소금물에 계란을 띄워 염도를 확인하는 전통 방식을 적용했다. 계란이 500원짜리 동전만큼 떠오르는 상태. 여기에 박승규 박사는 염도 측정기로 다시 한 번 수치를 확인했다. 결과는 19.5%.

박 박사는 “된장 담그기의 핵심은 염도다. 15~20% 사이가 가장 이상적인데, 오늘 소금물은 거의 완벽한 상태”라며 “이 염도는 잡균을 억제하면서도 유익균의 발효를 살리고, 깊은 감칠맛을 만드는 결정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메주와 소금물이 항아리 속에서 만나자, 마지막 손길이 더해졌다. 마른 고추, 숯, 그리고 대추. 고추는 잡균과 해충을 막고, 숯은 불순물을 흡착해 발효 환경을 정화한다. 대추는 은은한 단맛으로 짠맛을 다독이며 발효를 부드럽게 이끈다. 과학으로 설명되는 전통의 지혜다.

이날 실습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구절초’였다. 말린 구절초를 소량 넣는 새로운 시도였다.

이봉우 대표는 “구절초는 항균·항염 작용이 뛰어나고, 된장의 군내를 잡아준다”며 “앞으로는 약초 발효된장이라는 새로운 프리미엄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모든 과정이 끝난 뒤, 항아리에는 마지막으로 새끼줄이 둘러졌다. 금줄의 의미를 담은 이 줄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함부로 열지 말라는 경계이자, 외부 오염을 막는 지혜이며, 동시에 ‘이 장은 신성하다’는 선언이다. 장독대 위에 내려앉은 햇살과 함께, 그 모습은 하나의 의식처럼 엄숙했다.

이날 담근 된장은 무려 100말. 절반은 이미 주문이 완료됐고, 나머지는 향후 소비자에게 판매될 예정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질 맛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이봉우 대표는 이미 한국장류발효인증협회로부터 씨간장 인증을 받은 장인이다. 지난 2월 우리콩 발효식품 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 등 수십 차례의 수상 경력은 그의 손맛이 단순한 경험을 넘어 ‘검증된 기술’임을 증명한다.

현장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할머니에게 배운 방식으로 된장을 담가왔지만, 오늘은 또 다른 다른 차원의 배움이었다”며 “이렇게 깊이 있는 실습은 처음”이라고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햇볕과 바람, 시간과 정성이 켜켜이 쌓여 완성될 이 된장. 항아리 속에서 천천히 익어갈 그 맛을 떠올리면, 밥 한 공기 위에 올려 한 숟가락 뜨는 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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