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다큐 첫 주인공 박찬욱 “막내에게도 묻는다”…“대화가 가장 좋은 판단의 지름길”
박찬욱 “대화가 가장 좋은 판단의 지름길”…BTS 다큐서 작업론
박찬욱 감독 출연한 BTS 다큐…‘KEEP SWIMMING’ 메시지 전했다
두 번째 영상에는 한국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로 불리는 노라 노
[KtN 신미희기자] 방탄소년단(BTS) 숏폼 미니 다큐멘터리 ‘킵 스위밍 위드 BTS(KEEP SWIMMING with BTS)’ 첫 영상에 박찬욱 감독이 등장해 “경험 많은 프로듀서부터 영화 현장에 처음 들어온 연출부 막내까지 물어본다”며 “언제나 대화가 가장 좋은 판단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 BTS 캠페인 첫 영상에 박찬욱 등장
박찬욱 감독이 방탄소년단 숏폼 미니 다큐멘터리의 첫 주인공으로 나섰다.
7일 빅히트 뮤직에 따르면 ‘킵 스위밍 위드 BTS(KEEP SWIMMING with BTS)’는 방탄소년단 정규 5집 ‘아리랑’ 타이틀곡 ‘스윔(SWIM)’의 메시지에서 출발한 캠페인이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자”는 노래의 뜻을 바탕으로 결과보다 그 뒤에 쌓인 일상과 노력, 오래 이어가는 삶의 리듬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지난 3일 공개된 첫 영상에는 박찬욱 감독이 출연했다. 영상은 한 분야를 오래 지켜온 인물이 어떤 기준과 태도로 시간을 버텨 왔는지 따라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 “혼자 쓰면 상투성에 빠지기 쉽다”
박 감독은 자신의 작업 방식을 비교적 담담하게 설명했다. 스스로를 “까다로운 작가는 아니다”라고 소개한 뒤 시나리오를 쓸 때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혼자 작업할 때 생기는 한계는 분명하게 짚었다. 박 감독은 “혼자 글을 쓰면 게을러지고, 자꾸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게 되고, 조잡한 감상주의에 빠지거나 상투성에 빠지기 쉽다”고 했다. 공동작가와 함께 작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혼자 몰입하는 시간만으로는 글의 결을 끝까지 다듬기 어렵고, 다른 사람과 부딪치며 걸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 “프로듀서부터 막내까지 묻는다”
박 감독이 가장 강조한 대목은 질문과 대화였다.
박 감독은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자꾸 말을 걸고 사람들에게 질문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험 많은 프로듀서부터 영화 현장에 처음 들어온 연출부 막내까지 물어본다”고 했다. 직급과 경력보다 각자 다른 시선이 판단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박 감독은 “그런 대화 과정에서 제 생각이 정리된다”며 “언제나 대화가 가장 좋은 판단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번 영상에서 가장 널리 회자된 대목도 이 부분이다. 창작의 해법을 개인의 직감보다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찾는 태도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 영화 작업의 기준은 “창피한 게 하나도 없는 것”
박 감독은 영화를 계속 만드는 기준도 직접 말했다.
박 감독은 “그동안 해온 세월이 있기 때문에 한 영화 안에서 좀 괜찮은 장면을 만든다, 볼 만한 장면을 만든다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정말 ‘창피한 게 하나도 없다’ 그것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어 “50년 후, 100년 후 어딘가의 시네마테크에서 보고, 즐거워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될지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반응이나 흥행보다 긴 시간 뒤에도 남을 수 있는 영화를 작업의 잣대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 두 번째 주자는 노라 노
캠페인은 박찬욱 감독 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두 번째 영상에는 한국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로 불리는 노라 노가 등장한다.
노라 노는 미국에 처음 진출했던 때를 돌아보고,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을 짚은 뒤 앞으로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노라 노”라는 이름이 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아무튼 해볼 때까지 해봐야 한다. 누가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빅히트 뮤직은 스노보드 국가대표 최가온 등 각자의 자리에서 긴 시간을 버텨온 인물들의 이야기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아리랑’과 ‘SWIM’이 꺼낸 메시지
이번 다큐멘터리는 방탄소년단 정규 5집 ‘아리랑’의 메시지와 맞물려 있다. 빅히트 뮤직은 ‘아리랑’을 방탄소년단의 정체성과 지난 여정에서 쌓인 정서를 함께 담은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타이틀곡 ‘스윔(SWIM)’은 삶의 파도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헤엄쳐 나가는 태도를 노래한다. 밀려오는 흐름을 억지로 거슬러 오르기보다 자기 속도로 건너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작사 전반에는 RM이 참여했다.
박찬욱 감독이 첫 주자로 등장한 배경도 여기서 읽힌다. 오래 작업해 온 창작자가 질문과 수정, 대화의 과정을 반복하며 버텨온 시간이 ‘KEEP SWIMMING’이라는 말과 자연스럽게 겹친다.
이번 영상은 성취한 사람의 성공담보다 오래 일하는 사람의 생활 방식에 시선을 둔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박찬욱 감독은 창작의 동력을 재능이나 영감만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질문하고, 대화하고, 고쳐 쓰는 시간을 먼저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과 함께 내놓은 메시지도 같은 자리에 놓여 있다. 빨리 결과를 내는 속도보다 오래 버티는 태도, 혼자 완성하는 감각보다 함께 다듬는 과정이 문화 산업 안에서도 여전히 가장 단단한 힘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