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제이홉, 거리의 춤에서 스타디움의 리듬까지… ‘잭 인 더 박스’와 솔로 투어로 확장한 퍼포머의 문법
[KtN 신미희기자] 끊임없이 '영감'을 갈구하며 성장해 온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의 행보가 이번 멕시코 월드 투어에서 어떤 결과물로 구현될지 현지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6일(현지 시간)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환담하고 청년 세대에 영감을 준 공로로 정부 기념패를 받았다. 멕시코 정부는 BTS가 음악을 통해 존중과 공감, 평화의 문화를 바탕으로 공동체 형성에 기여한 점을 공식 인정했다.
이번 100만 아미들의 환호를 받으며 방문해 주목받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인기 가운데, 멤버 제이홉이 강조해 온 음악적 진정성이다. 제이홉은 지난해 2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미국행을 택할 만큼 창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으며, 이러한 영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멕시코 청년들에게 국경을 넘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멕시코시티 에스타디오 GNP 세구로스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의 세 차례 공연은 예매 단계부터 중남미 시장의 규모를 드러냈다. 공식 판매가 100~1,030달러 수준의 티켓은 약 15만 장 안팎의 수요를 만들었고, 재판매 시장에서는 5,300달러를 웃도는 사례까지 나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약 100만 명에 달하는 티켓 구매 수요를 근거로 한국 측에 추가 공연 협조를 요청했다. 공연의 영향력은 음악 산업을 넘어 도시와 소비, 정치의 영역까지 흔드는 사회 현상으로 번졌다.
스타디움에서 한국어 가사는 번역을 거쳐 관객에게 닿는다. 리듬과 움직임은 번역을 기다리지 않는다. 무대 위 몸의 각도, 박자의 밀도, 동작 사이의 짧은 정지, 관객을 끌어당기는 시선은 문장보다 빠르게 도착한다. 제이홉은 BTS 세계화에서 가장 즉각적인 통로를 만든 멤버다. 가사를 알기 전에도 박자를 느낄 수 있고, 문장을 이해하기 전에도 몸은 반응한다. K팝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이해되는 순간은 종종 노래가 아니라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제이홉의 출발점은 화려한 무대 이미지가 아니라 거리의 몸짓이다. 광주에서 스트리트 댄서로 출발한 정호석은 BTS 안에서 래퍼이자 댄서, 퍼포먼스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팀의 안무와 무대 에너지를 이끌어온 역할은 단순한 ‘댄스 담당’이라는 말로 좁혀지지 않는다. K팝 퍼포먼스가 음악의 부속물이 아니라 세계 팬덤이 가장 먼저 접속하는 보편적 기호라는 사실을 제이홉의 몸이 증명해왔다.
제이홉의 춤은 큰 동작과 정확한 박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리듬을 타는 방식, 무게중심을 옮기는 속도, 동작과 동작 사이의 빈틈, 표정과 시선의 방향이 모두 무대의 문장을 만든다. 한국어 가사가 번역을 통해 의미를 얻는다면, 제이홉의 몸은 공연장에서 곧바로 공감을 끌어낸다. 멕시코와 시카고, 베를린의 관객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면서도 같은 박자 안에서 움직이는 배경이다.
솔로 아티스트의 서사는 2018년 믹스테이프 ‘Hope World’에서 본격화됐다. ‘Hope World’는 미국 빌보드 200에서 38위를 기록하며 한국 솔로 아티스트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밝고 색채감 있는 사운드는 제이홉 고유의 낙관을 담아냈다. 다만 그 밝음은 단순한 긍정의 표정이 아니었다. 자기 이름으로 세계를 탐색하려는 의지, 몸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리듬, 팀의 일부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확장되는 첫 지도가 함께 담겼다.
2022년 발표된 솔로 앨범 ‘Jack In The Box’는 제이홉의 세계를 바꾼 분기점이었다. 기존의 밝은 이미지를 반복하는 대신 어두운 질감과 거친 사운드, 창작자로서의 야망을 전면에 세웠다. 선공개곡 ‘MORE’와 타이틀곡 ‘Arson’은 욕망과 소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압박을 드러냈다. 무대 위 에너지 담당이라는 고정된 역할을 넘어 자기 세계를 직접 설계하는 솔로 아티스트의 입지를 굳힌 순간이었다.
2022년 7월 31일 미국 시카고 롤라팔루자 메인 스테이지는 전환을 세계가 목격한 자리였다. 제이홉은 미국 대형 음악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섰고, K팝 솔로 아티스트도 아이돌 팬덤 내부 행사를 넘어 글로벌 페스티벌의 문법 안에서 독자적 무대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Jack In The Box’의 어두운 에너지와 ‘Hope World’의 색채가 한 무대에 놓였고, 관객은 한 퍼포머가 축적해온 시간의 밀도를 확인했다. 춤은 노래 사이의 장식이 아니라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동력이 됐다.
2024년 공개된 ‘HOPE ON THE STREET VOL.1’과 동명의 다큐멘터리는 제이홉의 정체성을 다시 거리로 돌려보낸 작업이었다. 락킹, 팝핑, 하우스 등 스트리트 댄스의 계보를 따라가며 제이홉의 몸이 어떤 문화적 토양 위에서 만들어졌는지 추적했다. 한국 아이돌 시스템이 정교하게 가공한 무대 언어의 뿌리가 세계 각 도시의 거리 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제이홉은 K팝의 ‘K’를 닫힌 국적 표시로 두지 않고, 누구나 들어와 움직일 수 있는 열린 리듬의 공간으로 넓혔다.
2024년 10월 군 복무를 마친 뒤 활동은 공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2025년 서울을 시작으로 뉴욕, 시카고, 멕시코시티, 오사카 등을 잇는 첫 솔로 투어 ‘HOPE ON THE STAGE’는 제이홉의 퍼포먼스가 팀의 무대 밖에서도 강력한 산업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2025년 롤라팔루자 베를린 라인업에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린 일정도 페스티벌 서사가 일회성 기록에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BTS 안에서 제이홉은 퍼포먼스의 정확성과 무대 전체의 온도를 조절하는 균형추였다. 팬덤이 말하는 ‘희망’은 감상적 위로에 머물지 않는다. 동작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체력, 팀 전체의 흐름을 읽는 시야, 솔로 무대에서 관객의 호흡을 장악하는 감각, 반복 훈련을 견디는 노동이 밝음의 바닥에 놓여 있다. 제이홉의 희망은 정서보다 동사에 가깝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몸을 계속 움직이는 방식이다.
멕시코시티의 광장에서 팬들이 안무를 따라 하고 챌린지를 재생산하는 장면은 한국에서 제작된 퍼포먼스가 지역 문화 안에서 새 생명력을 얻는 과정이다. K팝은 음원으로만 이동하지 않는다. 몸으로 복제되고, 소셜미디어에서 변주되고, 팬 커뮤니티와 거리 행사 안에서 다시 만들어진다. 무대에서 시작된 동작은 관객의 몸으로 옮겨가고, 관객의 몸은 다시 지역의 언어로 K팝을 바꿔놓는다.
제이홉의 세계화는 번역 이전의 감각에서 출발한다. 국적은 출발점으로 남지만 리듬의 소유권은 관객에게 이동한다. 세계 팬덤이 제이홉의 동작을 따라 하며 자기 몸에 새기는 순간, K팝의 K는 원산지 표시가 아니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무대가 된다. 제이홉의 몸은 한국에서 출발한 퍼포먼스가 세계 각지의 거리와 광장, 스타디움에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BTS의 다음 장에서 제이홉을 향한 시선은 솔로 활동으로 확인된 무대 장악력이 팀의 복귀 국면에서 어떤 시너지로 이어질지에 모인다. 거리에서 시작해 스타디움으로 향했고, 다시 팬들의 몸으로 돌아간 리듬은 K팝이 세계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지표다. 제이홉이 앞으로 세울 무대는 K팝이 단순히 들리는 음악을 넘어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장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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