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71억원 들여 6천원 할인권 배포…낮은 객단가·불투명한 정산 구조 개선 요구 커져

문체부 최휘영 장관은 문화산업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다. 비교적 적은 물적 자본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국가 이미지와 결합해 파급 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체부 최휘영 장관은 문화산업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다. 비교적 적은 물적 자본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국가 이미지와 결합해 파급 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오는 13일 오전 10시부터 영화 관람료 6000원 할인권 225만장을 배포한다. 7월 추가 배포분 225만장까지 포함하면 총물량은 450만장이다. 문체부는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에서 관련 예산 271억원을 확보했다. 침체된 극장가에 관객을 불러들이겠다는 취지지만, 영화계에서는 할인권 배포만으로는 제작·배급 현장의 수익 악화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할인권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큐 등 주요 멀티플렉스 누리집과 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각 영화관 온라인 회원에게 1인 2매씩 자동 지급되고, 독립·예술영화전용관과 작은영화관, 실버영화관도 참여 대상에 포함됐다. 문화가 있는 날, 장애인·경로·청소년 우대 할인, 조조할인과 중복 사용도 가능하다. 문화가 있는 날에는 4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다만 통신사 회원 할인과는 중복 적용되지 않는다.

할인권은 단기 관객 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 정책 수단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체감 가격이 낮아지고, 개봉작 입장에서는 첫 주말 관객을 모을 기회가 생긴다. 극장도 좌석 점유율을 높이고 매점·광고·부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관객 감소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극장 시장에 수요 진작책을 투입하는 배경이다.

김은희와 사는 남자? 이젠 천만 감독!... 최휘영 장관, 장항준 '왕사남' 흥행에  한국 영화의 축복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침체됐던 한국 영화계에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사진=2026. 03.07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sns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김은희와 사는 남자? 이젠 천만 감독!... 최휘영 장관, 장항준 '왕사남' 흥행에  한국 영화의 축복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침체됐던 한국 영화계에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사진=2026. 03.07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sns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은 할인권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침체를 드러낸다. 영진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470억원, 전체 관객 수는 1억609만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12.4%, 13.8% 줄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평균과 비교하면 매출은 42.7%, 관객 수는 52.0% 감소했다. 한국영화 매출액은 4191억원으로 전년보다 39.4%, 한국영화 관객 수는 4358만명으로 39.0% 줄었다.

지난해 극장가가 1억 관객선을 유지한 데에는 할인권 배포와 성수기 흥행작 효과가 함께 작용했다. 그러나 연간 관객 규모는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2022년 이후 극장 매출과 관객 수는 3년 연속 감소했다. 정부가 올해 다시 450만장 규모 할인권을 꺼낸 배경에는 시장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영화 소비 행태도 달라졌다. 2025년 전체 박스오피스 1위는 ‘주토피아 2’로 매출액 741억원, 관객 수 771만명을 기록했다. 2위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으로 매출액 613억원, 관객 수 569만명이었다.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팬덤을 보유한 일본 애니메이션, 특수상영관 매출 비중이 높은 외화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영화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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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관람은 일상적 소비에서 목적형 소비로 옮겨가고 있다. 2025년 특수상영 매출은 1110억원으로 전년보다 46.3% 늘었고, 특수상영 관객 수는 739만명으로 52.4% 증가했다. 3D, 4D, 아이맥스, 스크린X, 돌비시네마 등 특수상영은 전체 극장 시장이 줄어드는 가운데 성장했다. 관객이 극장을 찾을 때 단순한 관람보다 체험 가치와 팬덤 경험을 중시한다는 흐름이 뚜렷해진 셈이다.

5월 둘째 주 극장가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10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전날 8만4301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고, 누적 관객 수는 115만3296명이었다.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 갤럭시’가 8만4027명으로 뒤를 이었다. 같은 날 오전 9시 기준 예매율은 마이클 잭슨 전기 영화 ‘마이클’이 25.1%로 1위였다. 속편, 게임 원작, 음악 전기 영화가 관객 선택의 앞자리를 차지했다.

OTT는 극장을 대체하는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관객을 극장으로 보내는 통로가 됐다. 영진위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의 흥행을 두고 OTT에서 형성된 애니메이션 팬덤이 극장판 흥행을 추동한 사례로 분석했다. 반면 극장 상영 종료 뒤 TV VOD를 거치지 않고 OTT로 직행하거나, TV VOD 출시 직후 OTT에 공개되는 사례가 늘면서 TV VOD 매출은 지난해 1381억원으로 전년보다 18.7% 줄었다.

영화관. 사진=2025 06.27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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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배급 현장의 불만은 할인 효과보다 정산 구조에 집중된다. 영화관은 입장료 외에도 매점, 광고, 임대, 특별관 운영 등 여러 수익원을 갖고 있다. 제작사와 배급사는 티켓 판매 수익에 크게 의존한다. 할인권으로 관객이 늘어도 실제 정산 기준이 낮아지면 제작·배급사 몫은 기대만큼 늘지 않는다. 극장 좌석은 채워지는데 투자 회수 구조는 개선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객단가 논란은 2026년 1분기 흥행작 ‘왕과 사는 남자’에서 수치로 드러났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3월 30일 누적 매출액은 1507억원, 누적 관객 수는 156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를 나누면 객단가는 약 9660원이다. 2025년 평균 객단가 9869원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영화계에서는 정가 인상 이후에도 통신사·제휴 할인, 대량 판매, 각종 프로모션이 얽히면서 실제 정산 기준이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배급사연대와 영화계 단체들은 이동통신사와 영화관 사이의 제휴 할인 구조도 문제 삼고 있다. 지난 1월 국회 간담회에서는 통신사 할인 티켓 판매와 정산 방식이 제작·배급 현장에 불리하게 작동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극장 측은 통신사 할인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이 적지 않고 정산받은 금액은 투명하게 배분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계약 내용은 비밀 유지 조항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영화 '내 이름은' 관람. 사진=청와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재명 대통령, 영화 '내 이름은' 관람. 사진=청와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화계가 요구하는 제도 개선은 영비법 개정과 표준계약서 보완으로 모인다. 할인 판매가 이뤄질 때 배급사와 제작사가 사전에 협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할인 비용 부담 주체와 정산 기준을 투명하게 하자는 요구다. 관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할인 비용이 실제로 누구에게 전가되는지 확인할 수 없는 구조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이재명 정부의 문화정책은 영화산업에 예산을 다시 투입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올해 영화 분야 본예산은 늘었고, 1차 추경에는 중예산영화 제작 지원, 독립예술영화 제작 지원, 한국영화 첨단제작 지원, 국민 영화관람 활성화 지원 등이 포함됐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영화의 극장 개봉 뒤 OTT 등 다른 유통 채널 공개까지의 유예기간인 홀드백 논의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이달 중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영화·영상 제작 지원금의 사용기한을 실제 제작 주기에 맞춰 넓히는 방안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

오는 13일 배포되는 6000원 할인권은 극장가에 즉각적인 관객 유입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산업 회복의 지속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극장 관객은 줄었고, 소비는 팬덤·IP·특수상영 중심으로 재편됐으며, 제작·배급 현장은 낮은 객단가와 불투명한 정산 구조를 호소하고 있다. 할인 비용 부담 주체, 제휴 할인 정산 방식, 정산 자료 공개, 표준계약서 개선, 영비법 개정 논의가 뒤따르지 않으면 450만장 할인권은 극장의 빈 좌석을 잠시 메우는 정책에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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