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Good Food–Good Life' 3부 │ 스파클링·화이트와 헬레닉 와인, '경험 소비'가 여는 유럽 식탁의 접점

 캠페인은 폴란드산 소고기·돼지고기와 그리스산 키위·황도복숭아 통조림을 대상 품목으로 한다. 육류와 과일을 하나의 '유럽 식탁' 서사로 묶은 만큼, 식음 경험 전체를 제안하는 페어링 전략이 자연스러운 확장 고리가 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캠페인은 폴란드산 소고기·돼지고기와 그리스산 키위·황도복숭아 통조림을 대상 품목으로 한다. 육류와 과일을 하나의 '유럽 식탁' 서사로 묶은 만큼, 식음 경험 전체를 제안하는 페어링 전략이 자연스러운 확장 고리가 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한국 와인 시장은 정점을 지났다.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21년 약 7만 6천 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5년 5만 1천 톤 수준으로 떨어지며 4년간 30% 이상 감소했다. EU 'Good Food – Good Life' 캠페인이 6월 11일 서울 미디어 행사에서 유럽 식탁을 통째로 제안하며 만찬 시연을 곁들였지만, 그 식탁의 한 축이어야 할 와인 시장은 위축 국면에 있다. 캠페인이 마주한 현실이자, 그 안에서 새로운 접점을 찾을 여지이기도 하다. 

캠페인은 폴란드산 소고기·돼지고기와 그리스산 키위·황도복숭아 통조림을 대상 품목으로 한다. 육류와 과일을 하나의 '유럽 식탁' 서사로 묶은 만큼, 식음 경험 전체를 제안하는 페어링 전략이 자연스러운 확장 고리가 된다. 위축된 와인 시장 안에서도 성장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 그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리스산 키위와 황도복숭아 같은 신선·달콤한 과일은 화이트·스위트 와인과의 페어링에서 강점을 갖고, 무항생제 돼지고기의 담백한 풍미는 가벼운 와인과 어울린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그리스산 키위와 황도복숭아 같은 신선·달콤한 과일은 화이트·스위트 와인과의 페어링에서 강점을 갖고, 무항생제 돼지고기의 담백한 풍미는 가벼운 와인과 어울린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축 속에서도 자라는 카테고리

전체 수입량은 줄었지만 시장 구조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2025년 부르고뉴 등 저생산·고가 와인군은 가격이 올라도 판매량에 큰 변동이 없었던 반면, 가볍고 부담 없는 뉴질랜드 등 신대륙 화이트 와인의 판매 비중은 눈에 띄게 늘었다. 소비 구조의 재편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프랑스 와인의 경우 레드 와인 물량 점유율이 2023년 52%에서 2025년 51.05%로 낮아진 반면, 금액 기준으로 스파클링 와인이 40.71%를 차지하며 레드(39.53%)를 앞질렀다. 무거운 레드에서 가볍고 경쾌한 화이트·스파클링으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흐름이다. 

이 변화는 유럽산 신선 과일·가벼운 육류 요리와 잘 맞물린다. 그리스산 키위와 황도복숭아 같은 신선·달콤한 과일은 화이트·스위트 와인과의 페어링에서 강점을 갖고, 무항생제 돼지고기의 담백한 풍미는 가벼운 와인과 어울린다. 식탁 전체를 묶어 경험으로 제안하는 캠페인 방식이 시장의 카테고리 변화와 같은 방향을 보는 셈이다.

EU Good Food – Good Life. 헬레닉와인 파블로스 장 대표 /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U Good Food – Good Life. 헬레닉와인 파블로스 장 대표 /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캠페인의 그리스, 헬레닉 와인으로도 이어진다

화이트·경량 카테고리가 부상하는 흐름은 캠페인의 한 축인 그리스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캠페인 과일 품목을 운영하는 곳은 그리스 이마티아 농업협동조합연합(ASIAC)이고, 그리스는 오랜 와인 문화를 가진 생산국이기도 하다. 독특한 정체성을 확립해 온 그리스 와인은 전 세계 와인 애호가를 적극적으로 유혹하고 있다. 그리스 와인의 강점은 화이트·경량 카테고리가 부상하는 한국 시장 흐름과 겹친다. 대표 토착 화이트 품종 아시르티코(Assyrtiko)가 그 중심에 있다. 아시르티코는 날카로우면서도 우아한 와인으로 리슬링과 비슷하며, 꽃 향과 놀라운 산미에 드라이하고 둥근 구조가 특징이다. 

국내에는 그리스 와인을 전문으로 수입·소개해 온 사례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서울에 거점을 둔 헬레닉와인(Hellenic Wine)은 2014년부터 그리스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수입해 국내에 공급해 왔으며,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과 함께 유럽의 주요 와인 산지로 꼽히는 그리스의 고품질 와인을 주로 취급한다.

대표 품목으로는 모스카토 100%의 주정강화 스타일 스위트 와인인 사모스 스위트 와인 4종, 자두·초콜릿·가죽 향이 조화를 이루는 독점 스위트 레드와인 오모로, 그리스 토착 품종을 사용한 말라구지아가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대표 품목으로는 모스카토 100%의 주정강화 스타일 스위트 와인인 사모스 스위트 와인 4종, 자두·초콜릿·가죽 향이 조화를 이루는 독점 스위트 레드와인 오모로, 그리스 토착 품종을 사용한 말라구지아가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대표 품목으로는 모스카토 100%의 주정강화 스타일 스위트 와인인 사모스 스위트 와인 4종, 자두·초콜릿·가죽 향이 조화를 이루는 독점 스위트 레드와인 오모로, 그리스 토착 품종을 사용한 말라구지아가 있다. 대표 제품인 게로바실리우 말라구지아는 '꿀주'라는 별칭이 통용될 만큼 높은 당도를 보이는 동시에 배·망고·파인애플·귤 아로마가 자스민, 백후추 노트와 조화되며, 풍부한 청과 향과 산미·단맛으로 균형미를 나타낸다. 품질에 대한 외부 평가도 쌓여 있다. 한국 단독 생산 와인인 오모로(Omoro)는 아르고스 지역의 토착 품종 마브로 스티포 100%로 만든 풀바디 스위트 레드 와인으로, 5년간 오크 숙성을 거쳐 출시되며 2024 코리아와인챌린지에서 골드를 수상했다.

한식과의 궁합도 이미 평가받는 지점이다. 말라구지아와 아시르티코를 블렌딩한 게로바실리우 화이트는 약간의 스파이스와 잘 익은 시트러스 풍미를 지녀 아시아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추천되며, 산토리니 토착 품종 아시르티코는 짭짤한 감칠맛을 지녀 음식과 즐기기 좋고 재구매율이 90%를 넘는 인기 품종이다. 그리스 토착 품종 와인이 한식 페어링에서 갖는 강점도 구체적이다. 매운 낙지볶음에는 아시르티코가, 비빔밥에는 과일 풍미가 풍부한 로제나 부드러운 레드가 추천 페어링으로 꼽힌다. 그리스산 과일과 헬레닉 와인을 한 식탁에 묶으면, 캠페인의 '유럽 식탁' 서사는 단일 원산지의 일관된 경험으로 한층 선명해진다. 

 유럽 식탁 서사의 강점이 여기서 살아난다. 개별 품목을 따로 파는 대신 '유럽의 한 끼'라는 경험을 제안하면, 폴란드 육류와 그리스 과일, 그리고 헬레닉 와인이 하나의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유럽 식탁 서사의 강점이 여기서 살아난다. 개별 품목을 따로 파는 대신 '유럽의 한 끼'라는 경험을 제안하면, 폴란드 육류와 그리스 과일, 그리고 헬레닉 와인이 하나의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험 소비'와 만나는 식탁 서사

와인을 대하는 소비자의 태도도 캠페인에 우호적인 쪽으로 바뀌고 있다. 소비자들은 와인을 기존의 '고급 주류'보다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술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동시에 한 병 한 병의 경험을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20~30대 소비층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추세가 분명하며, 여러 병을 소비하기보다 꼭 마시고 싶은 중요한 와인에는 돈이 들더라도 지출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양이 아니라 경험의 질을 따지는 소비는, 음식과 와인을 함께 묶어 하나의 식탁 경험으로 제안하는 페어링 전략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유럽 식탁 서사의 강점이 여기서 살아난다. 개별 품목을 따로 파는 대신 '유럽의 한 끼'라는 경험을 제안하면, 폴란드 육류와 그리스 과일, 그리고 헬레닉 와인이 하나의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다. 외식업계가 페어링 코스를 미식적 가치와 객단가를 함께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해 온 점도 이 전략에 힘을 싣는다. 아직 인지도가 낮은 그리스 와인에는 이런 경험 중심 제안이 새 진입로가 될 수 있다.

 시장이 양극화된 점은 캠페인이 고려할 변수다. 소비자의 기대가 '가성비 좋은 와인'과 '가격과 상관없이 희소성 있는 와인'으로 양분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장이 양극화된 점은 캠페인이 고려할 변수다. 소비자의 기대가 '가성비 좋은 와인'과 '가격과 상관없이 희소성 있는 와인'으로 양분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가성비와 프리미엄, 양쪽을 함께 보는 설계

시장이 양극화된 점은 캠페인이 고려할 변수다. 소비자의 기대가 '가성비 좋은 와인'과 '가격과 상관없이 희소성 있는 와인'으로 양분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유럽 식탁 서사는 이 양쪽 모두에 접점을 만들 수 있다. 일상적 한 끼에는 부담 없는 화이트·스위트 와인과 무항생제 육류를 가벼운 페어링으로 묶고, 특별한 자리에는 품질 근거가 분명한 프리미엄 조합을 제안하는 식이다. 토착 품종 중심에 한국 단독 생산·수상 이력까지 갖춘 오모로 같은 와인은 희소성과 개성이라는 측면에서 후자의 제안에 어울린다. 안전·복지·추적관리라는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는 어느 쪽에서든 '값을 치를 만한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다만 와인은 캠페인의 직접 대상 품목이 아니라는 점에서, 페어링은 어디까지나 식탁 서사를 완성하는 보조 장치다. 와인 시장 자체의 회복을 캠페인이 견인하기는 어렵다. 캠페인의 무게는 폴란드 육류와 그리스 과일에 두되, 헬레닉 와인을 식탁 경험의 맥락으로 활용하는 선에서 전략적 균형을 잡는 것이 현실적이다.

와인 시장의 회복 여부는 캠페인 바깥의 변수에 크게 달려 있다. 내수 경기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서 기호소비재인 와인 소비는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환율과 경기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국면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화이트·스파클링의 부상과 경험 중심 소비라는 두 흐름은 유럽 식탁 서사가 파고들 틈을 열어 둔다. 3부에 걸쳐 살펴본 'EU Good Food – Good Life'는 무관세 토대 위에서 건강지능 소비와 페어링 경험이라는 한국 시장의 변화를 읽어 가는 중이다. 캠페인은 2027년까지 한국과 베트남에서 후속 행사를 이어가며, 그 성과는 향후 수입 통계가 답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