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투명 소재·붉은 깃털·무광 검정·짙은 자주색…같은 부피도 가볍거나 묵직하게 만든 질감의 차이

[KtN 박인경기자]

[KtN 박인경기자]은빛 시어(sheer) 소재가 어깨에서 발끝까지 길게 내려왔다. 원단은 몸을 넓게 감쌌지만 피부와 안쪽 의상의 선을 완전히 숨기지 않았다. 햇빛이 닿은 주름은 밝게 반사됐고, 얇은 가장자리는 걸음을 따라 가볍게 흔들렸다. 옷이 차지하는 면적은 컸지만 묵직한 인상은 남지 않았다.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Pierpaolo Piccioli)의 발렌시아가 오트 쿠튀르에서 옷의 무게를 결정한 것은 원단의 양만이 아니었다. 투명도와 광택, 표면의 결, 움직이는 속도가 같은 크기의 옷을 전혀 다르게 만들었다.

은빛 원단은 신체를 감추는 동시에 안쪽의 윤곽을 남겼다. 불투명한 소재로 같은 길이와 폭을 만들었다면 모델의 몸은 하나의 큰 덩어리 안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피부가 희미하게 비치면서 옷과 사람의 경계가 완전히 끊기지 않았고, 넓은 케이프도 몸에서 멀리 떨어진 벽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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