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 무슬린과 투명한 레이어, 쿠튀르를 일상적 움직임에 가깝게 만든 실루엣

[KtN 신미희기자]샤넬 2026/27 가을·겨울 오트쿠튀르(haute couture·고급 맞춤복)는 수트의 재단에서 출발했지만, 중반 이후 컬렉션의 무게는 얇은 드레스와 투명한 레이어로 옮겨갔다.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는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의 서가에서 출발한 동화적 모티프를 화려한 드레스의 환상으로만 밀어붙이지 않았다. 실크 무슬린(silk mousseline), 시스루(see-through), 레이어링(layering), 플루(flou)의 흐름은 몸이 걷고 방향을 바꾸고 앉는 순간까지 염두에 둔 오트쿠튀르의 다른 얼굴을 만들었다.

붉은 시스루 드레스는 컬렉션 중반부의 속도를 단번에 바꿨다. 샤넬 수트와 트위드, 꽃과 깃털 장식이 앞선 흐름을 만들었다면, 붉은 드레스는 몸의 선과 움직임을 더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얇은 소재는 피부를 완전히 가리지도, 노출만을 앞세우지도 않았다. 투명한 층이 겹치며 색의 깊이를 만들고, 걸음에 따라 드레스의 가장자리가 흔들리면서 정지된 실루엣보다 움직이는 형태가 먼저 읽혔다.

플루는 이번 컬렉션을 읽는 중요한 단어다. 플루(flou)는 오트쿠튀르에서 흐르는 드레스와 부드러운 실루엣을 다루는 공방 영역을 가리킨다. 타이외르(tailleur)가 재킷과 수트의 골격을 세운다면, 플루는 얇은 소재와 드레이프(drape), 몸을 따라 흐르는 선을 다룬다. 블라지는 두 영역을 분리하지 않았다. 초반 수트 안쪽의 실크 무슬린, 스커트 아래의 투명한 층, 중반 이후의 시스루 드레스는 재단의 구조와 흐르는 소재가 함께 움직이도록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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