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지연·여당 자율성·친명 온라인 정치를 한 흐름으로 해석…지지했던 비평가의 공개 경고와 여권의 반발
[KtN 박준식기자]유시민 작가는 이재명 대통령이 선택한 노선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선택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잘못된 길이라는 도덕적 판정보다는 성공하기 어려운 길이라는 정치적 판단에 가까웠다. 대통령 자신과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을 선택한 시민 모두가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도 뒤따랐다.
7월 15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나온 발언은 검찰개혁 한 사안에 그치지 않았다. 민주당의 외연 확장과 인사, 당내 선거, 일부 친명 지지층의 온라인 공격을 한 줄로 연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존 민주당에 새로운 인물과 세력을 보태는 수준을 넘어 정당의 구조 자체를 다시 짜려 한다는 ‘재건축론’이 비평의 출발점이었다.
유 작가는 민주당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력을 더하는 변화를 ‘증축’으로 불렀다. 기존 정당의 일부를 남기고 외부 세력과 결합해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변화는 ‘재건축’, 정당 하나를 넘어 한국 정치의 구도 전체를 바꾸는 정계 개편은 ‘재개발’로 구분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던 시민들이 기대한 방향은 민주당의 가치와 조직을 유지하면서 외연을 넓히는 증축이었지만, 취임 이후 나타난 인사와 정치적 움직임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에 더 가깝다고 유 작가는 읽었다.
정계 개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기존 정치 질서가 국민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고 대중이 변화의 필요성을 받아들인다면 재건축과 재개발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에서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은 아니며 시대가 요구한다면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민주당의 조건은 다르다고 봤다.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했고 국회에서도 다수 의석을 확보한 집권당이다. 당의 기반이 무너졌거나 기존 구조를 허물지 않고서는 정권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도 아니다. 민주당을 다시 지어야 할 필요성을 국민과 당원이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에서 재건축을 밀어붙이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유 작가는 대통령의 동기까지 알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의 내부 구상을 전해 들은 것이 아니라 밖으로 드러난 인사와 정책, 정치권의 움직임을 연결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는 말로 분석의 근거를 제시했다.
재건축론은 이 지점에서 힘과 부담을 함께 가진다. 인사와 당내 경쟁, 지지층의 움직임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이재명 정치의 방향을 설명하지만, 서로 다른 결정이 하나의 정계 개편 구상에서 나왔는지는 앞으로의 정치적 결과를 통해 확인해야 할 영역으로 남는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비판은 한층 직접적이었다.
유 작가는 검찰개혁이 1년 넘게 지체된 배경에 이재명 대통령의 판단이 있다고 봤다. 대통령이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를 원했다면 정부의 입법안과 보완수사권 논의가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후보 시절부터 완전 분리 의지가 없었는지, 취임 이후 판단을 바꿨는지는 구분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된 뒤 경찰 권한의 비대화와 수사 지연, 범죄 피해자 보호 문제를 검토해 검찰에 일부 권한을 남겨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유 작가가 강하게 비판한 부분은 정책 변경보다 변경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대통령 후보로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약속했다면, 집권 뒤 다른 판단을 내리게 된 이유를 국민 앞에서 직접 밝혔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에 일부 보완수사권을 남길 필요가 있다면 어떤 범죄에 적용하고 권한 남용을 어떻게 막을지 설명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여당 의원들이 논쟁을 맡고 대통령이 뒤로 물러난 방식은 책임 있는 정치와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었다.
유 작가는 욕을 먹을 결정은 아래 사람에게 맡기고 인기를 얻을 결정은 통치자가 직접 하는 마키아벨리식 권력 운영에 빗댔다. 대통령의 정책 판단보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책임을 지는 방식에 비평의 무게를 실은 셈이다.
노무현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이라크 파병을 검찰개혁 공약과 비교하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이라크 파병은 선거에서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뒤집은 정책이 아니었지만, 검찰개혁은 대통령 후보가 직접 추진하겠다고 밝힌 공약이라는 논리다.
노무현 대통령은 논쟁이 큰 정책을 추진할 때 대통령의 언어로 필요성과 구상을 설명했다고 평가했다. 정책을 변경할 수는 있지만 변경의 이유를 장관이나 참모의 말 뒤에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검찰개혁은 이미 제도화 단계에 들어갔다. 2026년 3월 24일 제정된 공소청법은 10월 2일 시행되며, 같은 날 검찰청법은 폐지된다. 법무부 소속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서 한 조직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 행사해온 검찰 체제도 법률상 해체된다.
이재명 정부가 검찰개혁을 하지 않았다는 평가로는 검찰청 폐지와 수사·공소 기관 분리라는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유 작가의 비판도 검찰청 존치 여부보다 공소청 검사에게 어떤 권한이 남는지, 후보 시절 약속과 최종 제도 사이의 차이를 대통령이 어떻게 설명하는지로 향한다.
직접 보완수사권을 인정할지,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하는 권한만 부여할지는 형사사법체계의 실질을 가르는 쟁점이다. 검찰청이라는 간판이 사라져도 공소청 검사가 수사에 폭넓게 관여한다면 수사·기소 분리의 의미가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검사의 관여를 모두 끊을 경우 경찰 수사의 지연과 부실, 피해자 보호 공백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정치적 책임은 남는다. 국회가 법률을 만들더라도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던 대통령이 판단의 근거를 밝힐 필요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유시민 비평이 대통령의 의중을 단정한 부분보다 설명 책임을 지적한 대목에서 더 큰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도 비평의 중심에 놓였다.
유 작가는 대통령이 당과 국회의 주요 의사결정권자 자리에 원하는 인물을 배치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당대표 경쟁, 국회의장 선출 과정에서 대통령의 공개 발언과 인사가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고 해석했다.
법률 위반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여당의 인사와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정치적으로 적절한지를 따졌다. 대통령이 당내 후보를 사실상 선택하는 흐름이 굳어지면 민주당의 독립성과 내부 경쟁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민주당이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지배를 받아들이는 순간 당의 해체가 시작된다”는 발언은 비평의 결론에 가까웠다. 대통령과 여당이 동시에 강한 상태는 가능하지만, 여당이 대통령 개인의 권력에 종속되면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 정당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논리다.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나 인사가 당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일과 민주당 전체가 대통령의 지배 아래 들어가는 일은 같은 단계가 아니다. 유 작가는 전자의 움직임이 누적되면서 후자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 당 지도부 구성과 지방선거 후보 결정 과정은 재건축론의 타당성을 가늠할 주요 근거가 된다.
일부 친명 지지층의 온라인 활동도 정당의 자율성 문제와 연결했다.
유 작가는 친노·친문 세력과 문재인 전 대통령, 비판적 언론과 평론가를 한 집단으로 묶어 공격하는 움직임이 장기간 이어졌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온라인 정치에 밝은 만큼 지지층에서 벌어진 흐름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내놨다.
발언의 초점은 대통령이 공격을 직접 지시했는지를 가리는 데 있지 않았다. 지지층의 공격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동안 대통령과 민주당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를 따졌다. 정치권이 공격을 막지 않은 채 양쪽 모두 자제하라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가해와 반발의 책임을 같은 수준에 놓았다는 비판이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비판자를 반대 세력으로 분류하는 정치가 굳어지면 당내 토론은 정책 경쟁보다 충성 경쟁으로 흐르게 된다. 유 작가는 친명 지지층의 공격을 별개의 온라인 소란이 아니라 민주당의 기존 질서를 허무는 재건축 과정의 한 부분으로 해석했다.
대통령을 직접 만나 설득하라는 제안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참여했을 때는 정치적 책임이 있었지만 이재명 정부에서는 참모도, 선거운동원도, 부하도 아니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먼저 요청한다면 답할 수 있지만, 스스로 면담을 요구해 국정 노선을 바꾸도록 설득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권한과 책임이 없는 인사가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나 국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비선 정치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대통령에게 조언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개된 말과 행동을 시민에게 설명하는 비평가로 남겠다는 입장이다.
유 작가는 대통령이 들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들으라고 비평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선택한 노선을 몰라서 가는 것이 아니며, 시민이 현실을 직시하고 정치적으로 대응해야만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발언은 민주당 내부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박지원 의원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큰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고, 장철민 의원은 실패와 분열을 부추기는 발언이라며 강도 높게 반박했다. 유 작가가 당과 국회에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배치하려 한다고 주장한 대목과 민주당이 대통령의 지배를 받으면 해체가 시작된다고 말한 부분에 반발이 집중됐다.
여권이 유 작가의 표현을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재건축론은 인사와 검찰개혁, 당내 선거와 온라인 정치를 하나의 정치적 구상으로 묶은 강한 해석이다. 대통령과 민주당이 인사 원칙과 당정 관계, 검찰개혁의 최종 설계로 반박해야 할 내용도 그 안에 들어 있다.
비평가의 동기나 충성 여부를 따지는 방식만으로는 논쟁을 끝내기 어렵다. 유시민이 이재명 대통령을 얼마나 지지했는지가 검찰개혁의 방향과 민주당의 자율성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재건축론이 틀렸다면 앞으로의 제도와 정치적 결과가 반박의 근거가 된다.
유 작가는 자신의 예상이 틀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인 이재명의 행보를 비판하면서도 인간 이재명의 삶과 대통령으로서의 성공은 계속 응원한다고 밝혔다. 비평으로 자신이 상처를 입더라도 이재명 대통령이 성공하는 결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도 남겼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은 10월 2일 출범한다.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후속 형사소송 절차와 민주당 지도부 구성, 향후 선거의 후보 결정 과정은 유시민 비평의 타당성을 가를 구체적인 자료가 된다.
‘실패할 길’이라는 말은 아직 정치적 전망이다. 검찰청 폐지 이후의 제도가 권력기관의 자의성을 줄이는지, 민주당이 대통령의 영향력 속에서도 독립적인 정당으로 남는지, 비판을 배신으로 몰지 않는 공론장이 유지되는지가 쌓인 뒤 평가가 가능하다. 유시민의 경고가 지나친 비약이었는지, 이재명 정치의 위험을 먼저 짚은 비평이었는지는 대통령의 의도를 둘러싼 공방보다 앞으로 나타날 제도와 정치의 결과에서 판가름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