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마코스메틱·메디컬뷰티 시장, 임상 자료와 전문가 상담이 바꾸는 원료의 가격과 유통
특별기획 | K-뷰티의 미래는 원료 전쟁

화장품 판매대가 병원과 약국, 피부관리실, 미용 클리닉 안으로 이동하면서 유통의 작동 방식도 달라졌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화장품 판매대가 병원과 약국, 피부관리실, 미용 클리닉 안으로 이동하면서 유통의 작동 방식도 달라졌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5년 로레알의 더마톨로지컬 뷰티 사업 매출은 72억410만유로였다. 전년보다 보고 기준 2.5%, 동일 조건 기준 5.5% 늘었다. 세계 더마코스메틱 시장 점유율은 25.8%로 집계됐고, 한 해 동안 접점을 확보한 보건의료 전문가는 32만명을 넘었다. 라로슈포제(La Roche-Posay), 세라비(CeraVe), 스킨수티컬즈(SkinCeuticals)는 각각 연 매출 10억유로를 넘어선 브랜드군에 이름을 올렸다. 백화점과 온라인몰에서 출발한 화장품이 아니라 피부과학과 약국, 의료 전문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성장한 브랜드들이 세계 화장품 기업의 주력 사업이 됐다.

피에르파브르(Pierre Fabre)의 2025년 더모코스메틱·퍼스널케어 매출은 17억유로로 전년보다 3.9% 증가했다. 그룹 전체 매출의 55%를 화장품·생활관리 제품이 차지했다. 갈더마(Galderma)의 더마톨로지컬 스킨케어 매출도 같은 해 14억4900만달러로 9.3% 늘었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4억4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0% 증가했다. 피부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기업과 주사제·필러를 공급하는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이 화장품을 주변 사업으로 두는 단계를 넘어 별도의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화장품 판매대가 병원과 약국, 피부관리실, 미용 클리닉 안으로 이동하면서 유통의 작동 방식도 달라졌다. 대형 온라인몰에서는 제품 이미지와 할인율, 후기 개수가 구매를 좌우한다. 전문 채널에서는 피부 상태와 시술 여부, 치료제 사용, 제품의 자극 가능성, 사용 순서를 함께 설명할 수 있다. 소비자는 제품 한 병보다 자신에게 맞는 관리 방법을 구매하고, 브랜드는 광고비만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신뢰를 전문가와 상담 공간에서 쌓는다.

전문가 신뢰는 원료기업에도 새로운 가격표를 붙인다. 이름이 낯선 원료라도 안전성 자료와 완제품 시험, 사용 농도, 시술 전후 사용법을 정리하면 전문 채널에서 설명할 수 있다. 반대로 유명한 식물 성분을 넣었더라도 실제 함량과 안정성, 피부 자극, 치료제와 함께 사용할 때의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면 병원과 약국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전문 유통망이 넓어질수록 화장품 경쟁은 브랜드 인지도에서 원료 규격과 임상 설계, 교육 자료, 사후관리로 이동한다.

병원에서 팔아도 의약품은 아니다

더마코스메틱과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메디컬뷰티는 시장에서 널리 사용하는 용어지만 국내 화장품법의 별도 품목명은 아니다. 현행법은 화장품을 인체를 청결·미화하거나 피부·모발의 건강을 유지·증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품 가운데 인체 작용이 경미한 것으로 규정한다. 미백과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 탈모 증상 완화, 피부장벽 기능 회복을 통한 가려움 개선 등은 정해진 절차를 거친 기능성화장품의 범위에 들어간다.

병원이나 의료센터에서 판매된다는 사실만으로 법적 지위가 달라지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법령 해석은 화장품 판매처에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도 병원·의료센터 판매 제품이 의약품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표시와 광고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의료기관이 제품을 지정·공인·추천·지도·연구·개발하거나 사용한다는 내용과 이를 암시하는 광고도 제한된다. ‘피부과 전용’, ‘의사가 개발한 화장품’, ‘전문의 추천’ 같은 문구는 제품의 실제 법적 분류와 광고 근거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코스메슈티컬은 법률상 인정된 분류가 아니다. 제품의 사용 목적이 피부를 청결하게 하거나 외관을 바꾸는 데 머물면 화장품이지만 질병을 치료·예방하거나 인체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표방하면 의약품 또는 의료기기 규제를 받을 수 있다. 판매 장소보다 포장 문구와 광고, 홈페이지 설명,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목적이 분류를 가른다.

유럽연합도 완제품 화장품을 화장품 규정으로 관리하며 의약품·의료기기와 경계가 모호한 제품은 표시 내용과 성분, 작용 방식, 사용 목적을 종합해 판단한다. 같은 크림도 ‘건조한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한다’는 범위와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한다’는 설명은 규제 지위가 다르다. 전문 채널 진입은 치료 효능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허가증이 아니라 광고 문구를 더 정교하게 관리해야 하는 조건에 가깝다.

끌로랑뷰티 [오은희 원장]  /사진= ⓒ세라미스 스튜디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끌로랑뷰티 [오은희 원장]  /사진= ⓒ세라미스 스튜디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치료 옆에 놓이는 화장품

피부 질환 치료 과정에서는 의약품과 별도로 세정제와 보습제, 자외선 차단제의 사용이 필요할 수 있다. 여드름 치료에 사용하는 벤조일퍼옥사이드와 살리실산 등은 피부 건조와 자극을 일으킬 수 있어 순한 보습제를 함께 사용하는 관리가 권고된다. 아토피피부염과 건조성 피부에서도 피부장벽 상태와 자극 가능성을 고려한 보습 관리가 치료를 보조한다. 보습제가 질환을 치료하는 의약품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조와 불편을 줄이는 생활 관리의 일부다.

병원·약국 화장품은 치료제와 경쟁하기보다 치료가 닿지 않는 일상 시간에 자리 잡는다. 환자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하루 한두 차례 사용하더라도 세안과 보습, 자외선 차단은 매일 반복된다. 치료가 끝난 뒤에도 민감해진 피부를 관리하거나 재발 요인을 줄이기 위한 생활 습관은 남는다. 전문 채널 브랜드는 치료 전후에 이어지는 반복 사용을 제품군으로 묶어 매출을 만든다.

제품 구성도 일반 화장품과 달라진다. 향과 색, 화려한 사용감보다 성분 수를 줄인 세정제와 보습제, 피부장벽을 고려한 크림, 여드름성 피부가 사용할 수 있는 가벼운 제형, 시술 뒤 자외선 노출을 줄이는 선케어가 앞에 놓인다. 제품 전면의 성분 이름보다 어느 피부 상태에서 어떤 순서로 사용할지 설명하는 안내서가 중요해진다.

피부 질환을 앓는 소비자는 제품을 바꿀 때 발생할 수 있는 자극과 악화를 우려한다. 가격이 조금 낮다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쉽게 교체하지 않는 경향도 전문 채널의 반복 매출을 지탱한다. 한 번 처방 체계와 생활 관리 안에 들어간 제품은 사용 순서와 피부 적응 기간, 의료진 상담이 결합되면서 일반 화장품보다 교체 비용이 높아진다.

약국에서 시작해 온라인으로 넓어진 브랜드

오 떼르말 아벤느(Eau Thermale Avène)는 2023년 연 매출 10억유로를 넘어섰다. 115개 시장에서 1억3000만개가 팔렸고, 세계 8만명의 처방·추천 전문가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프랑스 약국 채널에서 구축한 민감성 피부와 선케어, 피부 회복 제품의 인지도가 해외 시장과 온라인 유통으로 확장됐다.

피에르파브르는 2025년 여드름과 아토피피부염, 피부 회복, 자외선 차단, 피부 노화, 지루성 피부염, 탈모 등 7개 분야에 더모코스메틱 연구개발을 집중했다. 화장품 사업 매출의 3.6%인 6300만유로가 연구개발에 투입됐다. 아벤느와 뒤크레(Ducray), 아더마(A-Derma)는 질환명과 가까운 피부 고민을 다루면서도 의약품 사업과 화장품 사업을 분리해 운영한다.

약국 판매가 온라인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피에르파브르의 2025년 더모코스메틱 매출 가운데 전자상거래 비중은 21.3%였다. 로레알 전체 매출에서도 전자상거래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전문 채널에서 제품의 신뢰와 사용법을 알린 뒤 재구매는 자사몰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받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약국은 최초 구매와 상담, 온라인은 반복 주문을 맡는다. 소비자는 약사나 피부 전문가에게 제품을 소개받은 뒤 가격과 배송 편의를 비교해 온라인으로 이동한다. 브랜드는 전문 채널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온라인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약국과 병원보다 온라인몰에서 더 싼 가격으로 상시 판매되면 전문 판매자가 제품을 설명할 동기가 약해지고, 채널 간 갈등이 커진다.

전문 채널의 가치는 물리적 판매점 수보다 상담 기능에서 나온다. 모든 약사가 화장품 원료와 피부 질환에 관한 깊은 지식을 갖추는 것은 아니며, 모든 병원 직원이 브랜드 교육 내용을 중립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아니다. 브랜드가 교육 프로그램과 사용 지침, 부작용 접수 체계를 운영하지 않으면 약국 진열대와 병원 카운터도 일반 소매점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

2025년 주사형 미용 제품 매출은 25억7200만달러, 더마톨로지컬 스킨케어 매출은 14억4900만달러였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5년 주사형 미용 제품 매출은 25억7200만달러, 더마톨로지컬 스킨케어 매출은 14억4900만달러였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술 산업이 만든 전후 관리 시장

2024년 세계 미용 목적의 수술·비수술 시술은 약 3800만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보다 40% 늘어난 규모다. 보툴리눔 톡신과 히알루론산 필러, 제모, 비수술 피부 타이트닝, 화학적 박피가 주요 비수술 분야에 포함됐다. 시술이 늘면서 의료기관은 시술 자체뿐 아니라 세안과 보습, 자외선 차단, 피부 상태 회복을 돕는 일상 관리 제품까지 하나의 소비 과정으로 묶고 있다. 마지막 문장은 시술 규모와 전문 화장품 사업의 확대를 연결한 산업적 해석이다.

갈더마는 주사형 미용 제품과 치료용 피부과 의약품, 더마톨로지컬 스킨케어를 한 기업 안에서 운영한다. 2025년 주사형 미용 제품 매출은 25억7200만달러, 더마톨로지컬 스킨케어 매출은 14억4900만달러였다. 시술 전후 관리 제품을 전문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알라스틴(Alastin)은 미국 의사 판매 스킨케어 시장의 주요 성장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26년 1분기에도 알라스틴과 세타필(Cetaphil)이 더마톨로지컬 스킨케어 부문의 두 자릿수 성장에 기여했다.

주사제와 레이저, 박피 뒤에 사용하는 화장품은 일반적인 ‘고기능성 크림’과 다른 조건을 요구한다. 피부 상태가 평소보다 민감할 수 있어 향료와 산도, 보존 체계, 도포할 때의 마찰까지 검토해야 한다. 시술 직후 사용 가능 여부도 시술 종류와 피부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시술 뒤에 같은 제품을 바르는 표준 처방은 성립하기 어렵다.

클리닉 판매는 객단가를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의료적 필요성과 판매 이익이 충돌할 가능성도 남는다. 시술 뒤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제품처럼 설명하거나 병원에서 판매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화장품보다 우수하다고 단정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든다. 의료진의 설명과 제품 판매 수익이 결합된 구조에서는 제품이 선택 사항인지, 의학적으로 필요한 관리인지, 다른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임상 자료가 영업사원이 되는 시장

온라인 화장품은 짧은 영상과 사용 전후 사진, 후기 문구로 판매할 수 있다. 병원과 약국에 들어가는 제품은 의료진과 약사, 상담 직원이 확인할 수 있는 기술 문서를 요구받는다. 원료의 정체성과 함량, 인체적용시험 설계, 자극 평가, 사용 대상, 병용 시 주의사항, 개봉 뒤 사용 기간이 영업 자료가 된다.

전문가에게 제공하는 문서가 많다고 근거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세포실험과 동물실험, 원료 시험, 완제품 인체적용시험을 한 파일에 넣고 모두 같은 수준의 효능 자료처럼 소개하면 해석이 흐려진다. 병원과 약국이 필요한 정보는 논문 편수보다 판매 제품과 시험 제품이 같은지, 권장 사용법이 시험 조건과 일치하는지, 부작용과 중도탈락이 어떻게 관리됐는지에 가깝다.

전문 채널은 대중 광고보다 좁지만 피드백이 빠르다. 반복되는 따가움과 건조, 밀림, 용기 불량, 치료제와 함께 쓸 때의 불편이 상담 과정에서 모인다. 원료기업과 제조사가 피드백을 처방 개선에 반영하면 전문 유통망은 판매처와 실사용 관찰망을 겸한다. 환자 상담을 정식 임상시험으로 간주할 수는 없지만 제품의 사용성과 안전성 신호를 조기에 찾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병원 한 곳에서 몇십 개를 판매하는 구조는 대형 유통의 수만 개 주문과 비교하면 작다. 여러 의료기관에서 같은 피부 고민에 반복 채택되고 재구매율이 유지되면 제품의 가격 할인 의존도는 낮아진다. 전문 채널에 필요한 교육비와 영업 인력, 샘플, 임상 문서 비용도 소비자가격에 반영된다. 높은 가격이 원료 품질을 자동으로 보증하지는 않지만 검증과 상담에 실제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는 존재한다.

 

티에스코리아 신영미 대표.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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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K-뷰티가 마주한 유통의 차이

한국의 K-뷰티 성장 경로는 유럽 약국 화장품과 달랐다. 국내 브랜드는 홈쇼핑과 온라인몰, 헬스앤뷰티 매장, 면세점, 해외 전자상거래에서 빠르게 규모를 키웠다. 병원과 에스테틱용 화장품도 생산됐지만 다수 제품이 소비자에게 알려지기 전에 전문 채널 안에서 소량 유통됐고, 별도의 매출 통계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유럽의 약국 화장품은 제약기업과 약사 네트워크, 장기간 축적한 피부과 연구를 배경으로 성장했다. 한국은 세계적인 ODM 생산 능력과 빠른 제형 개발, 높은 온라인 판매 역량을 갖고 있다. 두 산업 구조의 차이는 해외 진출 과정에서 드러난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성분과 제품을 현지 약국에 공급하려면 소비자 후기보다 현지 의료진이 검토할 수 있는 시험 문서와 교육 체계, 유통사의 전문 영업 조직이 필요하다.

낯선 천연물과 새 전달기술은 설명 비용이 더 크다. 병풀과 프로폴리스처럼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원료는 성분명만으로 첫 구매를 만들 수 있다. 매스틱처럼 화장품 원료로서 인지도가 낮은 소재는 원산지와 전통적 사용 경험을 나열하는 방식만으로 전문 채널에 들어가기 어렵다. 최종 제품의 함량과 안정성, 피부 자극, 사용 부위, 기존 관리 제품과의 차이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

신영미 (주)에스와이멤코스매틱 대표는 새로운 원료와 제형을 적용한 제품은 처음부터 대중 유통에 넓게 공급하기보다 설명이 가능한 방문판매 등 전문성이 있는 채널에서 사용 반응과 상품성을 확인한 뒤 일반 시장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봤다.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원료일수록 제품의 차이와 사용법을 전달할 접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방문판매와 병원·약국은 법적 성격과 판매 방식이 다르지만 상담을 통해 낯선 제품을 소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 채널에서 판매됐다는 사실을 효능 입증으로 바꿔서는 안 된다. 상담 과정에서 확인한 반응을 정해진 조건의 인체적용시험으로 발전시키고, 제품의 자극과 안정성, 반복 구매를 수치로 남겨야 유통 경험이 기술 자산으로 바뀐다.

의사 이름을 빌리지 않는 전문성

국내 화장품 광고에서는 실제 의사와 약사의 추천뿐 아니라 의료기관과 공동 개발했다는 표현도 제한될 수 있다. 병원 안에서 판매하는 제품일수록 포장과 홈페이지, 상담 문구를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2025년 개정된 화장품 표시·광고 관리 지침도 의약품 오인 가능성과 전문가 추천 표현의 범위를 구체화했다.

전문성은 흰 가운을 입은 모델이나 병원 로고에서 생기지 않는다. 원료 규격과 제조 공정, 시험 결과, 사용 대상, 제한 조건을 소비자에게 정확히 설명하는 데서 형성된다. 의료진은 제품 광고의 얼굴이 아니라 피부 상태와 치료 과정에 맞춰 화장품의 역할을 제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브랜드도 병원 입점 개수를 성공 지표로 삼는 데서 멈출 수 없다. 처방 또는 추천 뒤 실제 구매가 얼마나 이어졌는지, 사용 중 자극 신고가 어느 정도였는지, 상담 뒤 재구매와 온라인 이동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국가별 광고 문구가 규제 범위 안에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임상 자료가 빈약한 제품이 유명 병원에 입점한 사실만 강조하면 전문 채널이 또 하나의 광고 배경으로 소모된다.

2025년 로레알 더마톨로지컬 뷰티 매출 72억유로, 피에르파브르 더모코스메틱·퍼스널케어 매출 17억유로, 갈더마 더마톨로지컬 스킨케어 매출 14억4900만달러는 화장품과 의료 전문 채널이 결합한 사업의 규모를 확인시켰다. 세 기업은 화장품만 판매하지 않는다. 의료진 네트워크와 임상 연구, 치료용 의약품 또는 미용 시술 제품, 약국·클리닉·온라인 유통을 하나의 사업 구조 안에서 운영한다.

K-뷰티가 병원과 약국으로 들어간 뒤 남는 자산도 입점 사진이나 의사 이름이 아니다. 특정 원료를 어떤 피부 상태에 어느 농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문서, 치료제와 시술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경계, 반복 사용에서 축적된 안전성 정보, 전문 채널에서 시작해 온라인 재구매로 이어지는 유통 구조가 기업가치를 만든다. 판매 장소가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병원과 약국은 강한 효능 표현을 허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원료와 제품의 근거가 가장 먼저 검증받는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