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하나, 감정 하나까지 함께 만드는 창작 초연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티파니 영이 전하는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평범한 서른두 살의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 / 사진=퍼시픽뮤직그룹 주식회사(PACIFIC MUSIC GROUP Ltd.),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티파니 영이 전하는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평범한 서른두 살의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 / 사진=퍼시픽뮤직그룹 주식회사(PACIFIC MUSIC GROUP Ltd.),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배우 티파니 영(Tiffany Young)은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을 단순한 연애 이야기가 아닌 '자신을 회복해 가는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연애와 이별을 지나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유미, 이름도 역할도 없던 견습세포 109가 존재 이유를 발견하는 과정이 자신을 가장 끌어당겼다고 말했다.

샘컴퍼니와 스튜디오N이 2021년부터 무대화를 추진한 ‘유미의 세포들’은 글로벌 누적 조회수 35억 회를 기록한 이동건 작가의 동명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평범한 직장인 유미의 일상과 연애를 머릿속 세포들의 활동으로 그려낸 원작의 독창적 세계관 위에, 제작진은 원작에 없던 ‘견습세포 109’를 새로 배치하며 한 사람의 완벽한 자존감 회복 서사로 외연을 확장했다.

티파니 영은 작품의 중심을 '사랑'보다 '회복'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불안하고 서툰 순간을 겪지만, 그 모습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름도 역할도 없이 시작하는 견습세포 109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고, 유미 역시 흔들리는 시간을 지나 스스로 회복하는 과정에 깊이 공감했다고 했다.

"연애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이야기였어요. 유미도, 109도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잖아요." 

견습세포 109는 이름도 역할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한다. 모든 역할이 정해진 세포마을에서 109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유미의 연애가 흔들리고 세포마을이 위기에 빠지면서 109는 수면 위로 올라와 자신의 역할을 찾아간다. 티파니 영은 일이나 사랑에 방향을 잃은 사람이 회복하는 흐름이 한 사람의 회복으로 넓어지는 이야기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티파니 영이 전하는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평범한 서른두 살의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 / 사진=퍼시픽뮤직그룹 주식회사(PACIFIC MUSIC GROUP Ltd.),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티파니 영이 전하는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평범한 서른두 살의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 / 사진=퍼시픽뮤직그룹 주식회사(PACIFIC MUSIC GROUP Ltd.),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만큼 음악 역시 티파니 영에게는 중요한 해석의 대상이었다. 가장 애정하는 넘버로는 의외로 사진의 솔로곡보다 109 세포의 대표 넘버인 '109'를 꼽았다. "희망을 찾아가는 코드 진행이 정말 좋았어요. '109 리프라이즈'도 정말 좋아하고요." 희망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음악적인 구조 자체가 작품이 말하는 회복의 메시지와 가장 닮아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반면 유미의 넘버 가운데서는 2막 유미의 첫 솔로곡 '째깍째깍'을 가장 어려운 장면으로 꼽았다. 창작 초연인 만큼 여러 차례 수정이 이어졌고, 마지막까지 악보를 손에서 놓지 못했던 곡이자, 코드 진행 하나에도 인물의 감정선이 달라졌던 넘버였다. 뮤지션이기도 한 티파니 영은 음악적인 구조가 유미의 심리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창작진과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

"고요해지는 장면이라 더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마이너 코드로 시작하는 버전이었는데 자칫 너무 우울하게 느껴질 수 있더라고요. 유미가 그 장면에서 너무 암흑으로 가버리면 마지막 엔딩까지 이어지는 감정이 맞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티파니 영이 전하는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평범한 서른두 살의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 / 사진=퍼시픽뮤직그룹 주식회사(PACIFIC MUSIC GROUP Ltd.), 샘컴퍼니,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티파니 영이 전하는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평범한 서른두 살의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 / 사진=퍼시픽뮤직그룹 주식회사(PACIFIC MUSIC GROUP Ltd.), 샘컴퍼니,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음악에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지만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은 정반대였다. 이미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캐릭터였던 만큼 자신의 해석보다는 연출과 창작진이 만들어 놓은 유미를 먼저 받아들이는 데 집중했다. 

"연기할 때는 악기가 되고 싶었어요. 의견이 많은 편인데 이번에는 흡수하려고 마음을 열고 연습실에 출근했어요. 제가 말이 너무 없으니까 연출님이 "얘기하고 싶으면 말해야 돼요"라고 하실 정도였어요. 감사하게도 '티파니가 곧 유미'라는 말이 가장 큰 응원이었어요. 저희 팀들이 유미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평범한 회사원 유미를 표현하기 위해 주변 도움도 받았다. 특히 '미생'으로 인상 깊은 직장인 캐릭터를 소화했던 변요한 배우에게 직장인의 자연스러운 행동과 분위기에 대해 조언을 구하며 현실감을 채워 갔다.

"저는 회사 생활을 해본 적이 없잖아요. 회사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회의는 어떤 분위기에서 진행되는지, 정말 사소한 부분까지 많이 물어봤어요."

티파니 영이 전하는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평범한 서른두 살의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 / 사진=퍼시픽뮤직그룹 주식회사(PACIFIC MUSIC GROUP Ltd.), 샘컴퍼니,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티파니 영이 전하는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평범한 서른두 살의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 / 사진=퍼시픽뮤직그룹 주식회사(PACIFIC MUSIC GROUP Ltd.), 샘컴퍼니,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다만 모든 장면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연습 과정에서 유일하게 공감할 수 없다고 의견을 낸 장면이 있었다. 바로 '속눈썹' 장면이다.

"여사친이 내 남자친구의 속눈썹을 내가 보는 앞에서 떼주는게 가능하세요? 저는 진짜 이 장면에서 '유미 왜 가만히 있어! 유미 싸워야 돼' 이러면서 분노했어요. 연습하면서 유일하게 제가 리액션이 컸던 날이에요. 연출님이 이 장면이 만들어져야 이야기가 이어진다고 하셨던 장면이었어요. 공감 못하고 유미를 위해 보고하고 싸워주고 싶었던 장면이었습니다"

함께 작품을 완성해 간 배우들의 존재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티파니 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가장 큰 힘을 얻은 존재로 창작진들과 함께한 배우들을 꼽았다.

티파니 영이 전하는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평범한 서른두 살의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 / 사진=퍼시픽뮤직그룹 주식회사(PACIFIC MUSIC GROUP Ltd.),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티파니 영이 전하는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평범한 서른두 살의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 / 사진=퍼시픽뮤직그룹 주식회사(PACIFIC MUSIC GROUP Ltd.), 샘컴퍼니,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특히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최재림 배우를 '자신의 109 세포'라고 표현했다. "늘 좋은 원동력이 되어줬어요. 시카고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본인 넘버가 아닌 저의 넘버들까지 직접 불러 녹음까지 해주셨고, 그 음원을 들으며 연습하기도 했어요." 이어 함께 무대에 오른 배우들의 서로 다른 에너지 역시 작품을 풍성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말했다. 

"재림 배우의 109는 의외의 발랄함이 해피 바이러스 같은 점이 정말 큰 매력이고, 택운 배우의 109는 순수한 힘이 있어요. 사랑세포를 맡은 선배님들은 전혀 다른 매력이 있어요. 소향 선배님은 깊이와 무게감으로 중심을 잡아주시고 리아 선배님은 파워와 위트가 정말 뛰어나세요. 서로 다른 에너지를 보면서 매일 많이 배우고 있어요."

세포마을의 다른 세포들을 언급하자 "오늘 그럼 저 인터뷰 못 끝낼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며 남다른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말 한 분 한 분 다 너무 대단하시고 세포들 자랑을 하자면 정말 끝도 없어요."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자신 역시 자연스럽게 자극을 받고 있다고 했다. 

"세포 배우들이 코미디의 달인들이에요.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오세요.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티파니 영이 전하는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평범한 서른두 살의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 / 사진=퍼시픽뮤직그룹 주식회사(PACIFIC MUSIC GROUP Ltd.),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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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연을 찾은 배우 변요한의 응원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공연이 끝난 뒤 최재림 배우와 작품 이야기를 나누었던 변요한은 특히 마지막 장면이 인상깊었다는 감상을 전했고, 티파니 영에게 큰 힘이 됐다.

"공연 끝나고 내려오니까 재림 선배와 안고 계시더라고요..(웃음) 두 분이 같은 학교 선후배이기도 하고 워낙 친해서 작품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나누고 있었어요. 마지막 장면이 너무너무 인상적이었다고 해줘서 뿌듯했어요" 

공연장을 찾은 소녀시대 멤버들의 반응은 티파니 영에게 또 다른 평가 기준이 됐다. 멤버들은 작품을 보고 창작뮤지컬을 완성하는 과정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특히 "너여서 할 수 있다!"는 응원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윤아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오랜 시간 함께 활동하면서 가장 가까이에서 봐준 친구들이 건넨 평가는 단순한 응원을 넘어 배우로서 달라진 지점을 짚은 피드백이었다. 티파니 영은 가까운 친구이자 동료에게 변화를 인정받은 순간을 “가장 뿌듯하고 성공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제 안에 있는 뚝딱거림을 마음껏 쏟아낼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누군가에게 공감을 드리고 위로를 전하는 것이 제가 무대를 서는 이유인데, 이번 작품을 통해 그 이유를 다시 확인한 것 같아 참 행복합니다."

티파니 영에게 '유미의 세포들'은 단순히 새로운 작품이 아니었다. 불안하고 서툰 모습마저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 스스로 다시 확인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인터뷰③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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