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의 눈과 측면의 코, 길어진 목선과 줄어든 어깨… 작은 페이지에 남은 피카소식 초상의 구조
닮은 얼굴을 옮기는 데서 멈추지 않은 드로잉, 스크랩북은 선과 비례를 다시 짜는 피카소의 손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여 준다
[KtN 박준식 기자] 스크랩북 안의 초상은 사람 얼굴을 그대로 옮겨 놓는 데서 출발하지 않는다. 정면을 본 눈 옆에 측면의 코가 들어오고, 양쪽 눈의 크기와 위치는 어긋난다. 목은 길어지고, 어깨와 가슴은 몇 개의 선과 면으로 줄어든다. 얼굴을 닮게 맞추는 방식보다, 얼굴을 이루는 축과 비례를 다시 세우는 방식이 앞에 선다. 작은 페이지에 남은 초상 드로잉들은 피카소가 인물을 어떻게 단순화하고 어디에서 비례를 꺾고 어느 선을 끝까지 남겼는지를 비교적 또렷하게 보여 준다.
색이 들어간 얼굴 드로잉에서는 윤곽보다 중심축이 먼저 보인다. 양쪽 눈의 위치는 정확히 맞물리지 않고, 코는 정면과 측면의 성격을 함께 품는다. 입은 짧게 닫혀 있고, 머리선은 얼굴 바깥을 감싸며 전체 틀을 만든다. 색도 빈 공간을 채우기보다 구조를 짚는 데 쓰인다. 붉은 선과 푸른 선, 연두 계열의 흔적이 얼굴 가장자리와 코 주변, 머리 둘레를 따라 얹히면서 한 번에 끝난 초상보다 여러 차례 손이 오간 초상에 더 가까운 인상을 남긴다.
검은 선으로 세운 여성 초상은 같은 원리를 더 분명하게 밀고 간다. 좌우의 눈은 완전히 같지 않고, 코는 얼굴 한가운데를 가르는 기둥처럼 내려온다. 머리카락은 얼굴을 꾸미는 요소라기보다 바깥 형태를 정리하는 덩어리로 놓여 있다. 목은 길고, 어깨와 가슴은 몇 개의 곡선으로만 남아 있다. 명암과 세부 묘사는 많지 않지만 얼굴의 중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피카소 드로잉에서 중요한 것이 세부의 충실한 재현보다 축과 비례의 재편이라는 점이 이 페이지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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