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말은 차세대 위성 서비스 목표…6000억달러 시장·전국망 비용·실내 품질은 검증 전
[KtN 조종식기자]스페이스X가 스타링크를 위성 통신 보조망에서 독립 이동통신 서비스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에코스타(EchoStar)로부터 확보한 65MHz 주파수와 차세대 위성, 주택·사업장 지붕에 설치하는 소형 기지국을 결합해 AT&T와 버라이즌(Verizon), T모바일(T-Mobile)의 가입자를 가져오겠다는 계획이다.
그윈 숏웰(Gwynne Shotwell) 스페이스X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 4일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지상 통신시설을 구축해 스타링크를 “진정한 이동통신 서비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스타링크 모바일 위성은 2027년부터 발사하고 서비스도 같은 해 말 시작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최고경영자는 대형 기지국 대신 스타링크 접시형 안테나가 설치된 지붕에 다수의 소형 기지국을 배치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공개된 내용만으로 2027년 말 미국의 ‘제4 이동통신사’가 출범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숏웰이 제시한 시점은 차세대 위성 발사와 스타링크 모바일 서비스 개시에 관한 일정이다. 지상 소형기지국 설치 규모와 지역, 이동통신 코어망 구축, 요금제, 번호이동, 긴급통화 지원을 포함한 독립 이동통신 사업의 상용화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65MHz 확보했지만 저대역 주파수는 없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5월 에코스타의 AWS-4 40MHz, AWS H블록 10MHz, 비대칭 AWS-3 5∼15MHz를 스페이스X에 넘기는 거래를 승인했다. 약 65MHz에 이르는 중대역 주파수는 위성 직접통신(D2D·Direct-to-Device)과 지상 이동통신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두 회사가 발표한 관련 거래의 총액은 196억달러이며, FCC가 심사한 주파수 거래 부분은 170억달러 규모다.
65MHz는 현재 스타링크 직접통신 서비스가 현지 통신사를 통해 사용하는 약 5MHz보다 크게 넓다. 숏웰은 주파수 폭을 약 10배 늘리고 위성 수도 10배가량 확대하면 전체 성능이 현재보다 100배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0배는 10배와 10배를 단순 곱한 경영진의 추산이다. 상용망에서 측정한 속도나 동시접속 용량은 아니다.
스페이스X가 확보한 주파수에는 1GHz 미만 저대역이 없다. FCC는 T모바일에서 임차해 사용하는 10MHz를 포함해 스페이스X가 지역별로 보유하거나 사용하는 주파수가 최대 75MHz이며, 전부 1GHz 이상이라고 명시했다. 저대역 주파수는 같은 출력에서 상대적으로 넓은 지역에 도달하고 건물 벽을 통과하는 데 유리하다. 스페이스X는 저대역 부족분을 위성 신호와 촘촘한 소형 기지국 배치로 보완해야 한다.
AT&T와 버라이즌, T모바일은 수십 년간 저대역·중대역·고대역 주파수와 대형 기지국, 소형 셀, 건물 내 분산안테나를 결합해 망을 구축했다. 뉴스트리트리서치의 데이비드 바든은 3사가 합계 약 1000MHz를 사용하는 데 비해 스페이스X는 65MHz로 출발한다며 기존 통신망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의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6000억달러’는 미국 빅3 매출과 맞지 않아
숏웰은 미국 통신 3사가 연간 약 6000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며 상당수 가입자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2025년 공시된 세 회사의 전체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3521억4800만달러다.
AT&T의 2025년 매출은 1256억4800만달러, 버라이즌은 1381억9100만달러, T모바일은 883억900만달러였다. 숏웰이 제시한 6000억달러는 실제 합계보다 2478억5200만달러, 약 70% 많다.
3521억4800만달러도 미국 소비자 이동통신 시장만을 뜻하지 않는다. 유선 광대역, 기업 통신, 단말기 판매, 멕시코 사업과 기타 매출이 포함돼 있다. 스타링크가 실제로 공략할 수 있는 미국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은 세 회사의 연결 매출 합계보다 작다.
6000억달러라는 숫자를 목표시장 규모로 기사에 그대로 적용하면 스페이스X의 사업 기회가 실제보다 크게 보인다. 이동통신 가입자 매출뿐 아니라 유선·기업·단말기 사업까지 포괄하는 광의의 통신시장 추산인지, 단순 착오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공개된 공시와는 맞지 않는 수치로 처리하는 편이 타당하다.
지붕형 펨토셀은 확정된 전국 구축계획이 아니다
숏웰은 스타링크 접시형 안테나를 고정하는 장비에 셀룰러 기지국을 설치할 수 있다며 전국에 작은 펨토셀(femtocell)을 필요에 따라 배치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머스크도 대형 기지국보다 설치가 쉬운 소형 기지국을 다수 구축하고, 스타링크 안테나가 있는 주택과 사업장 지붕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언에는 “설치할 수 있다”, “상당히 확신한다”, “필요한 곳에 배치한다”는 표현이 사용됐다. 모든 기존 스타링크 접시형 안테나에 기지국을 장착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몇 곳에 설치할지, 기존 가입자 장비를 사용할지, 별도의 사업용 시설을 구축할지, 건물주에게 어떤 대가를 지급할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펨토셀은 송신기와 이용자의 거리를 줄여 주파수를 여러 구역에서 반복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비스 반경이 좁아 전국망을 만들려면 많은 수의 설치 지점이 필요하다. 인접 기지국 간 전파 간섭과 주파수 배분, 이동 중 접속 전환, 전력 공급, 장비 보안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저비용 장비 한 대의 가격보다 전국에 필요한 설치 수량과 유지비가 전체 경제성을 결정한다.
스타링크 접시형 안테나는 소형 기지국의 백홀을 위성망으로 연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광케이블을 모든 설치 지점까지 새로 끌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반면 폭우나 적설, 위성 혼잡, 전원 장애가 발생하면 무선 접속망과 백홀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기존 통신사는 기지국의 백홀을 광케이블과 마이크로웨이브 등으로 분산해 운용한다.
주택 지붕의 높이도 대형 기지국을 그대로 대체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지붕형 기지국은 인근 도로와 주택가를 담당할 수 있지만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심, 지하철, 쇼핑몰, 경기장처럼 이용자가 몰리는 곳에는 별도 실내망과 고용량 소형 셀이 필요하다.
위성망의 면적과 지상망의 용량을 구분해야
현재 스타링크 직접통신은 일반 스마트폰이 위성과 직접 연결되는 방식이다. 산악지역과 해안, 사막, 국립공원처럼 지상 기지국이 없는 곳에서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다만 하나의 위성 빔 안에 있는 이용자가 통신 용량을 나눠 써야 한다.
2024년 10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미국의 스타링크 직접통신망을 측정한 연구에서는 기존 시스템의 야외 데이터 용량이 빔당 약 4Mbps로 추산됐다. 주파수와 송신출력 등 조건이 개선되면 약 24Mbps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빔당 수치는 개별 가입자의 속도가 아니라 해당 구역 이용자가 공유하는 전체 용량이다.
65MHz 주파수와 차세대 위성이 투입되면 기존 측정치보다 성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도심의 수백명이나 수천명이 동시에 동영상과 대용량 데이터를 사용하는 환경을 위성만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상 소형기지국 구상은 위성이 넓은 면적을 맡고 펨토셀이 인구 밀집지역의 용량을 보충하는 구조로 해석할 수 있다.
머스크가 언급한 “기존 통신사보다 높은 대역폭”도 실측 결과가 아니다. 기지국 수와 설치 간격, 단말기 송신출력, 이용자 밀도, 주파수 재사용 방식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도 우위를 단정하기 어렵다.
2027년 말 서비스와 독립 통신사 출범은 다른 일정
스페이스X가 2027년 말 제공하겠다고 밝힌 서비스는 차세대 스타링크 모바일 위성과 65MHz 주파수를 활용하는 통신 기능이다. 음성과 데이터 성능을 현재보다 높이겠다는 목표는 제시됐지만, 미국 전역에서 기존 이동통신사를 대체하는 독립 요금제를 같은 시점에 내놓는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이동통신사는 무선 신호만 제공하는 사업이 아니다. 미국에서 독립적인 소비자 이동통신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긴급전화 발신자의 번호와 위치를 관제기관에 제공하는 E911 체계를 갖춰야 한다. 기존 전화번호를 유지한 채 사업자를 바꿀 수 있는 번호이동과 합법적인 수사 요청에 대응할 수 있는 통신망 체계도 필요하다.
자체 기지국이 없는 지역에서는 다른 사업자와 로밍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FCC는 호환 가능한 이동통신 사업자 간 음성·문자 로밍과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조건의 데이터 로밍 제도를 두고 있지만, 실제 요금과 용량은 사업자 간 협상에 달려 있다.
스페이스X가 번호 체계와 가입자 인증, 과금, 고객지원, 긴급통화, 로밍을 모두 직접 구축할지 공개된 내용은 없다. 2027년 말이라는 날짜는 차세대 위성 서비스의 출발점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FCC의 2029년 조건도 지상 전국망 검증 기준은 아냐
FCC는 주파수 이전 승인 과정에서 2027년 11월 30일을 기준으로 단계별 성능 조건을 부과했다. 2년 뒤에는 각 기본경제구역 면적의 90%에서 시간 기준 70%의 서비스 가용성을 충족해야 한다. 4년 뒤에는 가용성 80%, 9년 뒤에는 90%로 높아진다. 상향링크 속도와 빔당 주파수 효율 기준도 포함됐다.
해당 조건은 위성 링크의 신호대잡음비와 상향링크 처리량, 빔당 주파수 효율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지붕형 펨토셀의 설치 수나 실내 통화 성공률, 차량 이동 중 기지국 전환, 고객센터 품질을 검증하는 지상 이동통신망 기준이 아니다.
앞선 원고처럼 2029년 FCC 제출자료가 스페이스X의 독립 이동통신 서비스 전체 품질을 입증한다고 쓰기는 어렵다. FCC 조건은 확보한 주파수를 위성 직접통신에 실제 활용하는지 확인하는 기준으로 봐야 한다. 지상망의 품질과 구축 정도는 별도의 공시와 측정자료가 필요하다.
현실적인 진입 순서는 D2D·로밍·선별적 지상망
모펫내서슨의 크레이그 모펫은 기존 통신사의 망을 임차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계약이 없으면 향후 5년 안에 경쟁력 있는 소비자 서비스를 만들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하그리브스랜스다운의 매트 브리츠먼은 주파수와 기지국, 가입자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중소 사업자 또는 통신자산 인수가 가장 빠른 경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페이스X가 전국 소비자 시장에 진입하는 현실적인 순서는 세 단계로 나뉜다.
초기에는 위성 직접통신을 통해 통신 사각지대와 재난지역, 해상·물류·에너지 시설을 담당할 수 있다. 기존 통신사와의 제휴를 유지하면 도심과 실내에서는 지상망을 사용하고 외곽에서는 위성으로 전환하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다음 단계에서는 MVNO나 국내 로밍 계약으로 기본 커버리지를 확보하면서 기업 고객과 스타링크 가입자가 밀집한 지역에 소형 기지국을 설치할 수 있다. 공장과 물류센터, 농장, 항만, 캠퍼스처럼 설치권한을 확보하기 쉽고 통신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장소가 가정용 지붕보다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공개된 회사 계획이 아니라 구축비와 망 품질을 고려한 사업적 경로다.
자체 소비자 브랜드를 확대하는 단계에서는 이동통신 코어망과 번호이동, E911, 보안·감청 대응, 요금제와 고객지원이 갖춰져야 한다. 저대역 주파수 추가 확보나 다른 사업자와의 장기 로밍 계약도 필요할 수 있다.
기존 3사에 당장 닥친 위협은 ‘가입자 대이동’보다 협상력 변화
AT&T와 버라이즌, T모바일이 단기간에 전국 가입자를 대규모로 잃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스페이스X는 도심 용량과 실내 수신, 이동 중 연속성에서 기존 3사와 같은 수준의 망을 아직 보유하지 않았다. 로이터가 인용한 통신업계 분석도 전국 소비자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경쟁이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통신 3사가 받는 압력은 농촌과 재난 통신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음영지역이 줄어들면 기지국 수가 적은 외곽지역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기 어려워지고, 위성 연결을 요금제에 포함하는 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 스페이스X가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지 않더라도 통신사에 위성 용량을 판매하는 도매사업자로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
기존 사업자는 저대역 주파수와 실내망, 광케이블 백홀, 고객지원 체계를 차별점으로 유지하면서 위성 사업자와의 제휴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경쟁 구도는 지상망과 위성망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하는 방향보다, 어느 사업자가 두 망을 가장 낮은 비용으로 통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투자비·기지국 수·로밍 계약 공개 뒤 판단 가능
스페이스X가 공개한 내용은 미국 빅3를 대체할 전국 이동통신망의 완성된 설계도가 아니다. 65MHz 주파수를 위성과 지상에서 함께 사용하고, 대형 철탑 대신 스타링크 기반 소형 기지국을 활용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단계다.
2027년 말까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차세대 위성 발사와 초기 서비스의 실제 속도, 동시접속 능력이다. 독립 이동통신사로서의 경쟁력은 지상 기지국 수와 설치지역, 전체 투자비, 저대역 보완 방식, MVNO·로밍 계약, 번호이동과 긴급통화 체계가 공개된 뒤 판단할 수 있다.
6000억달러 시장과 100배 성능, 기존 통신사보다 빠른 데이터라는 발언은 모두 경영진의 전망이다. 65MHz 주파수 인수와 지상망 구축 의지는 확인됐지만, 전국 이동통신 사업의 비용과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스페이스X의 발표가 곧바로 미국 이동통신 3강 체제의 붕괴를 뜻하지는 않는다. 위성 사업자가 이동통신사의 경쟁자와 인프라 공급자, 제휴 상대라는 세 역할을 동시에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장 구조의 변화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