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24 거래액 비중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하락…가격지수는 2019년보다 55% 높아
1만~2만달러 시장 61% 장악, 30세 미만 예산 비중 34%…점유율 하락보다 소비 분산에 무게
[KtN 박인경기자]2022년 초 44%까지 치솟았던 롤렉스(Rolex)의 크로노24(Chrono24) 거래액 비중이 2026년 2분기 30.5%로 내려왔다. 반올림하면 31%다. 오메가(Omega) 11%, 파텍 필립(Patek Philippe) 6%와 비교하면 선두 자리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팬데믹 기간 한 브랜드로 몰렸던 자금은 빠르게 분산되고 있다.
점유율 하락을 롤렉스 가격의 붕괴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크로노24의 롤렉스 가격지수는 2019년보다 약 55% 높은 수준이며 최근 1년 동안에도 7%가량 상승했다. 거래액 비중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가격은 이전 수준으로 후퇴하지 않았다. 중고 명품시계 시장의 ‘정상화’는 시세가 과거로 되돌아갔다는 뜻보다 롤렉스에 집중됐던 구매 예산이 다른 브랜드와 제품군으로 이동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은 롤렉스의 시장 비중을 이례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서브마리너(Submariner), GMT-마스터 II(GMT-Master II), 데이토나(Daytona) 등 스테인리스 스틸 스포츠 워치에는 희소성뿐 아니라 추가 가격 상승을 기대한 수요까지 붙었다. 제품을 착용하고 보유하려는 구매와 짧은 기간 안에 되팔려는 거래가 뒤섞이면서 인기 모델의 가격과 롤렉스 점유율이 함께 상승했다.
2022년 고점 이후 나타난 변화는 브랜드 선호의 소멸보다 구매 기준의 재조정에 가깝다.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지자 구매자는 브랜드 이름만 좇기보다 착용 빈도, 디자인, 가격대, 매각 가능성을 함께 따지기 시작했다. 롤렉스가 내준 점유율은 경쟁력이 갑자기 약해진 결과라기보다 팬데믹 기간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던 시장 집중도가 낮아진 결과로 읽힌다.
가격대별 거래에서는 롤렉스의 지배력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 크로노24에서 5000달러 이상 모든 가격 구간의 선두를 유지했고, 주력 구간인 1만~2만달러에서는 거래액의 약 61%를 차지했다. 2022년 70%를 넘었던 비중보다는 낮지만 오메가와 카르티에(Cartier)가 쉽게 좁히기 어려운 격차다. 2만달러 이상에서도 점유율은 약 39%에 달했다.
롤렉스의 점유율은 2023년 이후 가격 구간별로 3~8%포인트씩 하락했다. 5000~1만달러에서는 카르티에가 비중을 높였고, 2만달러 이상에서는 파텍 필립과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이 영역을 넓혔다.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도 고가 시장에서 강한 위치를 유지했다. 구매 예산이 높아질수록 인지도와 환금성만으로 브랜드를 고르기보다 제작 방식, 희소 생산, 복잡 기능과 수집 가치까지 비교하는 흐름이 강해진 셈이다.
30세 미만 구매자의 변화는 시장 재편 속도가 가장 빠른 구간이다. 해당 연령층은 현재도 전체 시계 구매 예산의 약 34%를 롤렉스에 쓴다. 60세 이상 구매자의 27%보다 높은 비중이다. 다만 2022년에는 예산의 절반가량이 롤렉스로 향했다. 3년 동안 약 30% 줄어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젊은 구매자가 롤렉스를 떠났다기보다 롤렉스 한 브랜드에 집중했던 예산을 다른 브랜드와 제품군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모델 선택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거래를 주도한 서브마리너와 GMT-마스터 II, 데이토나는 여전히 롤렉스 거래액의 약 38%를 차지한다. 최대 매출 제품군은 세 스포츠 워치가 아니라 데이트저스트(Datejust)다. 데이트저스트가 롤렉스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8%에 이른다.
데이트저스트는 스포츠 모델처럼 하나의 희소 레퍼런스에 수요가 집중되는 제품군이 아니다. 케이스 크기와 소재, 다이얼, 베젤, 브레이슬릿 구성이 폭넓고 중고 매물의 생산 연도와 가격대도 다양하다. 작은 케이스를 포함한 선택 폭은 여성 구매자와 첫 롤렉스 구매자까지 수요 기반을 넓힌다. 단기간 가격 상승보다 실제 착용과 장기 보유를 중시하는 소비가 늘어날수록 제품군이 넓은 데이트저스트가 유리해지는 구조다. 크로노24도 데이트저스트와 오이스터 퍼페추얼(Oyster Perpetual)을 주요 입문 제품군으로 분류했다.
데이트저스트의 부상만으로 스포츠 워치 시대가 끝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희소성이 발생한 개별 모델에는 여전히 자금이 몰린다. 2026년 스테인리스 스틸 GMT-마스터 II ‘펩시’가 단종된 뒤 해당 제품 가격은 1년 전보다 약 24% 상승해 2만5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시장 전체의 투기 열기는 낮아졌지만 생산 중단과 공급 부족에 반응하는 단기 수요는 남아 있다.
크로노24의 30.5%를 세계 중고 명품시계 시장 전체 점유율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번 수치는 2018년부터 2026년 2분기까지 크로노24에서 완료된 거래를 기준으로 산출됐다. 경매, 브랜드 공식 인증 중고, 다른 온라인 플랫폼까지 포함한 에브리워치(EveryWatch)의 2026년 상반기 집계에서는 롤렉스가 전체 거래액의 41%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과 유통망에 따라 점유율이 10%포인트 이상 달라질 수 있다.
플랫폼별 차이는 중고 명품시계 시장의 불투명성도 드러낸다. 등록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이 다르고, 동일 모델도 생산 연도와 구성품, 수리 이력, 부품 교체 여부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브랜드 점유율이나 평균 가격지수만으로 개별 시계의 보유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고 거래 플랫폼은 브랜드별 거래액을 넘어 레퍼런스별 최종 거래가격, 매물 등록 뒤 판매까지 걸린 기간, 호가와 체결가의 차이, 재등록 빈도를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판매자는 팬데믹 시기처럼 일부 스포츠 모델의 시세 상승에 재고를 집중하기보다 가격대와 제품군을 나눠 회전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데이트저스트와 클래식 워치 수요 확대는 인기 모델 한두 종에 의존한 재고 운용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변화다.
구매자는 브랜드의 시장점유율과 개별 제품의 투자 가치를 구분해야 한다. 롤렉스가 시장 선두라는 사실은 매각할 때 구매자를 찾기 쉽다는 의미는 될 수 있지만 모든 모델의 가격 상승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구매가격에 정비비, 보험료, 거래 수수료를 더하면 실제 보유 수익은 시세 상승률보다 낮아진다. 착용을 목적으로 한 구매와 재판매를 염두에 둔 구매를 나누고, 거래가 활발한 모델인지와 상태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따지는 방식이 필요하다.
지역별 수요 변화도 남아 있다. 북미 구매자의 시계 거래액 가운데 롤렉스 비중은 2018년 약 27%에서 현재 35%로 높아졌다. 유럽은 약 29%, 아시아는 30%대 초반에서 약 20%로 낮아졌다. 롤렉스의 전체 점유율 하락이 모든 지역에서 같은 속도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북미 수요가 브랜드의 하단을 지탱하는 동안 아시아와 젊은 구매자의 지출 분산이 시장 구성을 바꾸고 있다.
2026년 중고 명품시계 시장에서는 롤렉스의 독주와 경쟁 브랜드의 확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30.5%로 내려온 점유율은 팬데믹 시기의 과도한 집중이 해소됐다는 수치이고, 1만~2만달러 시장의 61%는 롤렉스의 유통력과 환금성이 여전히 강하다는 수치다. 데이트저스트 비중 확대와 30세 미만 구매자의 예산 분산은 다음 시장이 소수 스포츠 모델의 가격 급등보다 착용성과 제품 다양성, 레퍼런스별 가치 평가를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