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13일 대극장에 100여 점 배치…무대 경험과 역사 재해석 사이 놓인 ‘FUTURE HISTORY’
[KtN 김성은기자]재건축으로 문을 닫은 도쿄 국립극장 대극장이 9월 12일과 13일 이틀간 관람객에게 열린다. 관객은 객석에서 공연을 보는 대신 무대 위를 직접 걸으며 온나가타(onnagata)의 역사를 살펴보게 된다. 독립 예술단체 RANSHOU가 마련한 ‘FUTURE HISTORY: Lineage and Form of Onnagata’는 100점이 넘는 역사 자료와 무대 의상, 현대 작업을 5개 주제로 나눠 배치한다.
1966년 완공된 국립극장은 일본 전통 창고 건축인 아제쿠라즈쿠리(azekura-zukuri)를 참고해 지어진 건물이다. 현재 대규모 재건축을 위해 폐관 중이다. RANSHOU는 공연이 중단된 대극장을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평소 배우에게 허용됐던 무대 공간까지 관람 동선에 포함시킨다.
높은 천장 아래 무대와 객석이 이어지고 붉은 조명 아래 관객이 모여 있다. 극장에서 가장 익숙한 관계는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과 무대 위 공연자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객의 위치가 바뀐다. 객석과 무대를 나누던 경계를 넘는 경험 자체가 전시 구성의 일부가 된다.
공연장이 곧 전시장이 된다는 점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다만 ‘무대 위를 걷는다’는 경험만으로 온나가타 300년의 역사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전시의 무게는 결국 무대 위에 어떤 자료를 놓고, 서로 다른 시대의 기록을 어떤 맥락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시에는 1689년 목판본 ‘오조요슈(Ōjōyōshū)’와 ‘헤이케 모노가타리(Heike Monogatari)’, 도리이·가쓰카와·우타가와 계열의 우키요에, 1753년 나가우타(nagauta) 대본, 쇼치쿠 코스튬의 무대 의상이 포함된다. 여기에 사진가 RK의 와시 사진, 건축가 반 시게루(Shigeru Ban) 사무소와 제작한 아크릴 게타, 후지마 란쇼(Ranshou Fujima)의 싱글채널 영상 ‘de(i)fied’가 함께 놓인다.
17세기 후반의 문헌과 18세기 공연 자료, 우키요에, 무대 의상, 2026년의 사진과 영상이 같은 공간에 들어오는 구성이다. 시간 순서대로 유물을 나열하는 전시와는 다르지만, 과거와 현재를 한자리에 놓는 방식 자체가 곧 역사 해석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각 자료가 온나가타의 형성과 변화, 공연문화의 사회적 위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하는지가 전시의 밀도를 가른다.
객석에서 바라본 대극장 무대는 높이와 거리가 분명하다. 공연이 열릴 때 관객은 이 선을 넘지 않는다. 이틀간의 특별 개방은 오랫동안 유지된 공간의 질서를 잠시 바꾼다. 무대를 걷는 관객이 과거 공연자의 위치에 가까워진다는 상징성은 분명하지만, 공연자의 경험까지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무대에 올라서는 행위와 공연 전통을 이해하는 일 사이에는 여전히 역사 자료와 설명이 필요하다.
전시의 중심에는 ‘교가노코 무스메 도조지(Kyōkanoko Musume Dōjōji·The Maiden at Dojoji Temple)’가 놓인다. 노(能)를 기반으로 한 가부키 무용극 가운데 오래 이어져온 작품으로, 온나가타의 기량을 보여주는 주요 레퍼토리로 다뤄진다.
온나가타는 남성 배우가 여성 역할을 맡는 가부키의 공연 전통이다. 이번 전시는 약 300년에 걸친 온나가타의 계보를 따라가면서 여성의 위치도 함께 다룬다. 전시를 기획한 후지마 란쇼는 전통적인 가부키 세습 계보 밖에서 고전 가부키 기법을 익힌 여성 무용가이자 안무가다. 무용과 안무, 영상, 아카이브 연구를 병행해왔다.
후지마 란쇼가 이번 전시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남성이 여성 역할을 연기해온 역사만이 아니다. 근대 이후 공연사의 제도화 과정에서 여성의 존재가 어떻게 기록되고 배제됐는지 다시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에도성 오오쿠(Ōoku)에서 이뤄졌던 여성 가부키 전통도 전시의 한 축으로 다뤄진다.
여성 공연자의 역사와 온나가타의 형성을 한 흐름 안에서 읽는 작업은 전시의 가장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300년에 걸친 공연사를 오늘의 시각으로 다시 배열하는 과정에서는 전통의 계승과 역사 해석을 구분해야 한다. 현대적 문제의식이 앞서면 복잡한 공연사가 하나의 서사로 단순화될 수 있고, 반대로 전통의 권위만 강조하면 기존 기록에서 비켜난 인물과 공연 형태를 다시 살피기 어렵다.
붉은 의상을 입은 공연자가 무대 중앙에 서고 객석과 주변 인물이 함께 들어오는 사진에서는 국립극장의 규모와 공연자의 위치가 동시에 드러난다. ‘FUTURE HISTORY’가 다루는 대상도 결국 문헌에 남은 역사만은 아니다. 의상과 몸짓, 무대 구조, 관객과의 거리까지 공연을 구성했던 요소가 함께 들어온다.
국립극장의 폐관 상태도 이번 전시와 겹친다. 1966년 문을 연 건물은 재건축을 앞두고 공연 기능을 멈췄고, ‘FUTURE HISTORY’는 중단된 대극장을 이틀 동안 다시 사용한다. 오래된 공연 전통을 다루는 전시가 철거와 재건 사이에 놓인 건축 안에서 열린다는 점은 전시의 배경을 복잡하게 만든다.
건물을 새로 짓는 일과 공연의 역사를 이어가는 일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극장은 다시 세울 수 있지만 배우의 몸을 통해 이어진 기술과 공연 기록, 의상과 문헌은 축적과 해석을 거쳐야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 이번 전시가 100여 점의 자료를 무대 위에 올리는 이유도 결국 남아 있는 기록과 현재의 공연 사이를 다시 연결하는 데 있다.
기간은 단 이틀이다. 9월 12일과 13일 관람객이 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들어가고, 이후 극장은 다시 재건축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짧은 개방이 남길 것은 무대에 올라선 경험보다 300년에 걸친 온나가타의 기록을 어떤 관점으로 다시 읽었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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