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10명 내세운 ‘Primavera’, 화제성 넘어 제품과 고객 신뢰로 이어져야

높은 가격을 받는 능력보다 오래 소유할 이유와 책임이 명품의 가치

Gucci's Primavera Campaign Is a Fusion of K-Pop, UK Underground, DMV Rap & More, 사진=Gucc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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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박인경기자]구찌의 2026년 상반기 매출은 27억5700만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9% 감소했다. 환율과 매장 변동 영향을 제외한 비교 가능한 기준으로도 5% 줄었다. 북미 매출은 늘었지만 아시아·태평양과 일본, 서유럽에서는 감소했다. 상반기에 줄어든 직영점은 19곳이다.

매출 감소세 속에 뎀나(Demna)의 첫 구찌 패션쇼 컬렉션 ‘Primavera’ 광고가 공개됐다. BTS 진(Jin), 이영애(Lee Young Ae), 닝닝(NINGNING), 샤오잔(Xiao Zhan), 톰 브래디(Tom Brady), 숀 멘데스(Shawn Mendes), 알렉스 콘사니(Alex Consani), 리코 내스티(Rico Nasty), 에스디키드(EsDeeKid), 타잔(Tarzzan)이 참여했다. 케이트 모스(Kate Moss)는 별도의 캠페인 영상에 출연했다.

K팝과 영화, 미국 팝, 랩, 프로스포츠, 패션모델, 영국 언더그라운드 음악까지 한 캠페인에 들어왔다. 검은 가죽 재킷과 시퀸 드레스, 퍼 코트, 금색 바지, 체인백과 홀스빗 가방은 출연자마다 나뉘었다. 세계 여러 지역과 세대의 관심을 동시에 끌어오려는 구찌의 선택이다.

매출 회복이 급한 브랜드가 세계적인 스타를 모으는 일은 낯설지 않다. 광고는 제품을 알리고 매장 방문과 구매를 늘리기 위해 존재한다. 기업은 수익을 내야 장인과 직원을 고용하고 매장을 운영하며 다음 컬렉션에 투자할 수 있다. 품격만 말하며 손실을 견디는 명품 브랜드도 오래 존속하기 어렵다.

구찌에 매출은 필요하다. 다만 매출이 브랜드의 최종 목적처럼 비치기 시작하면 구찌가 팔아온 명품의 가치도 흔들린다.

스타의 팬과 구찌의 고객 사이

‘Primavera’는 출연자마다 별도의 초상 사진을 만들었다. 진의 팬은 검은 가죽 모터스포츠 재킷과 작은 가방을 보고, 닝닝의 팬은 검은 밀착 의상과 체인백을 본다. 톰 브래디의 팬에게는 가죽 남성복이, 이영애의 팬에게는 퍼 숄과 홀스빗 가방이 전달된다.

출연자의 이름이 10명으로 늘어나면 광고가 퍼지는 길도 그만큼 넓어진다. 국가와 언어, 활동 분야가 다른 팬 계정은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의 사진을 골라 공유한다. 한 차례의 캠페인으로 여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효율적인 방식이다.

위험도 함께 커진다. 진의 사진에서 구찌보다 진만 기억하고, 닝닝의 사진에서는 가방보다 닝닝의 스타일만 소비할 수 있다. 출연자의 팬덤은 광고 확산을 돕지만 곧바로 구찌의 고객이 되지는 않는다. 사진을 저장하고 공유하는 일과 수백만 원대 가방을 구매하는 일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명품 광고에 스타가 등장한다고 품격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드리 헵번과 지방시, 카트린 드뇌브와 생로랑처럼 한 인물과 패션하우스가 오랜 관계를 이어가며 서로의 이미지를 쌓은 역사도 있다. 디자이너는 인물에게 맞는 옷을 만들었고, 인물은 여러 해 동안 브랜드의 옷을 입었다. 축적된 시간이 두 이름을 하나의 패션사로 묶었다.

‘Primavera’ 출연진 가운데 누가 뎀나의 구찌를 오래 대표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음 시즌에 전혀 다른 스타들이 자리를 대신한다면 지금의 출연진은 단기 매출을 위해 작성한 명단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몇몇 인물과 관계를 이어가며 옷과 가방, 행사와 문화 활동을 함께 쌓는다면 다중 캐스팅도 구찌의 역사로 편입될 수 있다.

유명인의 숫자보다 관계의 지속성이 명품의 품격을 만든다.

Gucci's Primavera Campaign Is a Fusion of K-Pop, UK Underground, DMV Rap & More, 사진=Gucc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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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표만으로 증명할 수 없는 가치

명품을 높은 가격만으로 설명하던 시대는 지나고 있다. 비싼 가격은 희소성을 만들 수 있지만 품질까지 보증하지는 않는다. 소비자는 가죽의 상태와 봉제, 금속 장식의 내구성, 소재의 생산 과정, 수선 가능 여부를 살핀다. 브랜드가 어떤 환경에서 제품을 만들고 판매 이후에는 어느 범위까지 책임지는지도 구매 판단에 들어간다.

수백만 원을 지불한 가방은 여러 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 가죽에 생긴 변화가 제품의 멋으로 남아야 하며 손잡이나 잠금장치가 손상됐을 때 수선할 수 있어야 한다. 유행이 지난 뒤에도 들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높은 가격을 받았다면 브랜드가 제품의 긴 수명까지 뒷받침해야 한다.

장인정신도 광고 문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소재와 제작 방식, 품질 관리 기준이 실제 제품에서 확인돼야 한다. 제품을 만든 사람의 노동을 존중하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줄이는 일도 포함된다. 장인의 손길을 홍보에 활용하면서 생산 현장에는 낮은 비용과 빠른 납기만 요구한다면 명품의 품격은 설 자리를 잃는다.

‘Primavera’에는 퍼를 사용한 스타일링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부피가 크고 화려한 코트는 광고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실제 판매 단계에서는 정확한 소재와 생산 방식, 가격, 관리 방법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사진의 화려함만으로 고가 제품의 가치를 설명하기에는 소비자의 기준이 달라졌다.

구찌는 홀스빗 장식과 재키백, 플로라 무늬, 녹색과 빨간색 줄무늬처럼 오랜 시간 축적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통은 로고를 크게 붙인다고 계승되지 않는다. 과거의 형태를 오늘날의 생활에 맞게 다듬고, 이전 제품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 때 구찌의 역사는 현재의 제품 안에 남는다.

새 가방이 나올 때마다 기존 가방이 낡은 유행처럼 밀려난다면 아카이브도 판매를 위한 장식으로 축소된다. 오래된 제품과 새 제품이 같은 역사 안에서 이어질 때 소비자는 구찌라는 이름에 가격 이상의 가치를 부여한다.

뎀나의 도발, 구찌의 시간

뎀나는 베트멍(Vetements)과 발렌시아가에서 큰 옷과 거리문화, 인터넷 유행, 일상용품을 고가 패션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기존 명품의 취향을 흔들고 패션산업이 권위와 가격을 만드는 방식도 드러냈다. 대중의 논쟁과 반응까지 컬렉션의 일부로 활용해 온 디자이너다.

구찌에서는 출발점이 다르다. 1921년 창립한 구찌에는 가죽 제품과 여행용품, 승마 문화, 할리우드와 이탈리아 패션의 역사가 쌓여 있다. 톰 포드(Tom Ford) 시기의 관능과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 시기의 장식성도 소비자의 기억에 남아 있다.

뎀나의 첫 패션쇼에는 몸에 붙는 드레스와 낮은 허리선, 가죽과 시퀸, 깊게 파인 옷이 이어졌다. 케이트 모스가 입은 검은 드레스와 구찌 로고 속옷은 톰 포드 시기를 떠올리게 했다. 미할 첼빈(Michal Chelbin)이 촬영한 광고 사진은 르네상스 회화의 자세와 실내 구도를 가져왔다.

매출이 부진할수록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구찌의 상징은 안전한 출발점이 된다. 과거의 성공을 반복하는 데 머물면 새 디자이너를 영입한 이유도 약해진다. 톰 포드의 관능과 미켈레의 장식성, 뎀나의 거리 감각을 한꺼번에 모으는 일만으로 새로운 구찌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1990년대의 관능을 다시 꺼낼 때는 달라진 신체 인식과 성별, 소비자의 생활 방식이 반영돼야 한다. 구찌의 역사를 존중한다는 말도 과거의 상징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뜻과는 다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지 결정하는 절제가 필요하다.

모든 아카이브와 모든 스타, 모든 유행을 한꺼번에 사용하면 브랜드가 지켜야 할 중심은 흐려진다. 품격은 더 많이 더하는 능력보다 무엇을 빼고 남길지 판단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Gucci's Primavera Campaign Is a Fusion of K-Pop, UK Underground, DMV Rap & More, 사진=Gucc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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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관심과 명품의 희소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는 대중의 관심 없이 성장하기 어렵다. 패션쇼 영상과 스타 사진이 널리 퍼질수록 향수와 화장품, 작은 가죽 제품으로 구찌를 처음 경험하는 소비자도 늘어난다. 입문 제품을 구매한 고객 가운데 일부는 시간이 지나 가방과 의류를 찾는다.

지나친 대중화는 희소성을 약화한다. 유명인마다 같은 브랜드를 입고 매주 새로운 캠페인과 한정판이 쏟아지면 소비자는 제품을 오래 바라볼 이유를 잃는다. 구입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가방이 다음 광고와 신제품에 밀려 과거의 물건처럼 취급될 수도 있다.

명품의 희소성은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줄이거나 매장 앞에 줄을 세운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누구나 사진을 볼 수 있어도 제품을 이해하고 선택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야 한다. 디자인과 제작 과정, 브랜드 역사에서 계속 새로운 내용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쉽게 살 수 없다는 우월감만으로 높은 가격을 설명하면 경기 둔화와 소비문화 변화에 취약해진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세월이 지나도 의미가 남는 디자인, 수선과 관리가 가능한 구조가 가격을 받쳐야 한다.

구찌에 필요한 고객은 광고 사진을 한 번 공유하고 떠나는 사람이 아니다. 가방을 사용하면서 품질을 경험하고, 수선을 맡기며, 몇 년 뒤 다시 매장을 찾는 고객이다. 판매량보다 관계가 길어질 때 한 사람의 소비자가 만드는 가치도 커진다.

매출은 품격의 대가가 아니라 결과

매출과 품격을 서로 반대편에 둘 필요는 없다. 잘 만든 제품이 오래 팔리고, 고객의 신뢰가 반복 구매로 이어지며, 장인의 기술과 수선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익이 생긴다면 매출은 품격의 결과가 된다.

순서가 바뀌면 결과도 달라진다. 매출 목표를 먼저 세우고 스타와 로고, 한정판과 가격 인상을 계속 붙이면 단기간 실적은 높아질 수 있다. 제품보다 화제성과 희소성 연출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알아차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명품의 품격은 광고가 선언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가죽을 고르는 단계부터 디자인과 생산, 검수, 판매, 수선까지 같은 기준을 유지한 결과다. 유행이 지나도 사용할 수 있고 소유한 사람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만족을 느낄 때 높은 가격도 비로소 설명된다.

구찌의 상반기 매출 감소는 경영진에게 분명한 압박이다. 2분기 들어 감소 폭이 줄었고 북미 매출도 증가했지만 아시아·태평양과 일본의 부진은 이어졌다. 뎀나의 첫 컬렉션은 관심을 실제 판매로 옮겨야 하는 시점에 나왔다.

‘Primavera’가 모은 세계적인 스타들은 소비자를 매장 앞까지 데려올 수 있다. 매장 안에서 소비자를 붙잡는 것은 스타의 얼굴이 아니다. 손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소재와 마감, 몇 년 뒤에도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판매 이후의 관리, 브랜드가 약속한 기준을 지키는 태도다.

구찌에는 매출이 필요하다. 품격을 소모해 얻은 매출은 구찌가 한 세기 넘게 쌓은 이름을 깎아내린다. 제품과 고객의 시간을 존중해 얻은 매출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자산이 된다.

명품의 가치는 비싸게 파는 능력에 있지 않다. 오래 소유할 이유를 만들고, 높은 가격만큼 긴 책임을 지는 능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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