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 1,000만·한옥 숙소 절반·정부 한옥 활성화까지 — 2026년 한옥 열풍의 빈칸을 채우는 김포문화재단 '우아한 한옥나들이'

차경(借景)·오행·처마의 과학으로 읽는 한옥의 오늘 — 힐링·헤리티지 트렌드 속 한옥이 다시 묻는 '집의 의미'

한옥스테이 해외 예약은 2023년 한 해에만 전년 대비 1,380% 뛰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한옥스테이 해외 예약은 2023년 한 해에만 전년 대비 1,380% 뛰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6년, 한옥의 위치가 바뀌었다. 올해 한옥을 둘러싼 숫자들은 한 방향을 가리킨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893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5월에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관광공사 세이프스테이에 등록된 소규모 숙소 1,205곳 가운데 한옥은 657곳, 절반을 넘는다.

한옥스테이 해외 예약은 2023년 한 해에만 전년 대비 1,380% 뛰었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도깨비기와와 까치호랑이를 전 세계 안방에 들여놓았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K-콘텐츠발 한옥 수요를 근거로 '한옥 건축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며 이를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2026~2030)에 담기로 했다. 국가유산청은 K-헤리티지 산업을 5년간 100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한옥은 더 이상 사극의 배경이나 관광 코스의 한 장면이 아니다. 숙박 상품이고, 지역 균형발전의 정책 수단이며, 글로벌 IP의 원천이다. 그러나 열풍의 속도에 비해 한 가지 질문은 비어 있다. 한옥은 왜 편안한가. 처마는 왜 그 길이인가. 담은 왜 낮은가. 한옥에 묵는 외국인에게, 한옥 카페에서 사진을 찍는 20대에게, 심지어 한옥에서 자란 60대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답이 막힌다.

김포아트빌리지 한옥마을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열리는 김포문화재단의 중장년 인문예술 프로그램 '우아한 한옥나들이'는 바로 그 빈칸을 겨냥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김포아트빌리지 한옥마을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열리는 김포문화재단의 중장년 인문예술 프로그램 '우아한 한옥나들이'는 바로 그 빈칸을 겨냥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김포아트빌리지 한옥마을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열리는 김포문화재단의 중장년 인문예술 프로그램 '우아한 한옥나들이'는 바로 그 빈칸을 겨냥한다. 만 50세 이상 열 명이 보이차를 나누며 두 시간 반 동안 한옥의 '왜'를 배우고, 한옥마을을 돌고, 기와에 자기만의 터주신을 빚는다. 8월 6일부터 9월 17일까지 6회, 영유아 '아장아장'·초등 '오감' 트랙과 함께 운영되는 「모담도담 예술 한옥 나들이」의 중장년판이다.

기획은 더문스페이스 윤혜진 대표가, 창작 워크숍은 설치미술·자연미술가 홍지희 작가가 맡았다. 윤 대표는 서울을 떠나 전북 완주에 자리 잡은 지 8년째로, 흙집을 짓는 팀과 일하며 생태·공간 프로그램을 이어온 실무자다.

더문스페이스 윤혜진 대표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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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자연을 빌려 사는 집" — 열풍이 놓친 원리

강의의 출발은 정의였다. 한옥은 생김새가 아니라 건축 방식이다.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우고 보와 도리, 서까래를 얹는 방식으로 지었다면 궁궐도 정자도 한옥이다. 그래서 벽이 많고 창이 작은 북부형, 처마가 중요해지는 중부형, 앞뒤로 바람이 통하는 남부형, 바람 때문에 담과 지붕이 맞붙은 제주형이 모두 한옥이고, 지붕 재료에 따라 기와집·초가집·너와집·굴피집으로 이름이 갈린다.

"한옥은 왜 따뜻하고 편안하다고 느낄까요?" 이 질문에 참가자들은 목재, 황토, 색감을 꼽았고 윤 대표는 '빛'을 더했다. 그리고 결론을 한 문장으로 모았다. "보시면 전부 자연입니다." 한옥 스테이와 한옥 웰니스가 팔리는 이유는 새로운 유행이 아니라, 한옥이 애초에 그렇게 설계됐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 설계의 핵심이 차경(借景)이다. '경치를 빌린다'는 뜻으로, 창을 크게 내고 담을 낮춰 바깥 풍경을 방 안으로 들이는 철학이다. 윤 대표는 '내 것'임을 과시하는 베르사유식 정원과, 흐르는 물과 제멋대로 자란 나무를 액자처럼 바라보는 한국 정원을 대비시키며 "그 액자가 민화와 병풍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케데헌 무대 배경에 등장한 일월오봉도, 호랑이 캐릭터의 원형인 까치호랑이 민화가 바로 그 액자에서 나온 그림이다.

한옥은 감성만이 아니라 과학이기도 하다.  한옥은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집이다. 그리고 재산이 아니라 품이었던 집이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한옥은 감성만이 아니라 과학이기도 하다.  한옥은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집이다. 그리고 재산이 아니라 품이었던 집이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한옥은 감성만이 아니라 과학이기도 하다. 처마는 계절별 태양 고도를 계산해 여름엔 그늘을, 겨울엔 볕을 들이는 온도 조절 장치다. "처마 길이가 정해져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과 방위에 따라 각도와 길이를 산출하는 구조 계산법이 있다"는 답이 돌아오자 한 참가자는 "한옥이 정말 과학적이네요"라고 감탄했다. 흙벽은 시멘트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단단해지고, 기둥 목재로 단단한 하드우드가 아닌 소나무를 쓰는 것은 "가공이 쉽고 세월을 먹으며 스스로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온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세계화로 이어졌다. 뉴질랜드 홈스테이에서 전기장판이 신문물이 됐던 경험, 발트 3국 오래된 건물에서 발견한 한국식 바닥난방은 한옥 기술이 이미 국경을 넘었음을 보여줬다.

강의 후반에는 목·화·토·금·수 오행을 한옥에 대응시켰다. 기둥과 서까래는 목, 아궁이와 햇빛은 화, 벽과 구들장의 흙은 토, 흙이 불을 만나 차가운 성질을 얻은 기와와 문고리는 금, 우물과 장독은 수다. 국토부가 '한옥 건축 산학연 클러스터'와 자재 표준화를 말하는 시대에, 기와 한 장이 오행에서 어디에 놓이는지를 설명하는 사람은 드물다.

 한옥이 자연을 빌려오던 자리에 이제는 수십억 원의 숫자가 들어와 있는 셈이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한옥이 자연을 빌려오던 자리에 이제는 수십억 원의 숫자가 들어와 있는 셈이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강의실 밖의 숫자 — 열풍의 이면

한옥마을 투어 직전, 윤 대표는 강의를 한 문장으로 접었다. "우리가 어릴 적 그리던 집은 지붕이 있고 마당이 있는 집이었다. 몸 하나 뉘일 곳이 중요했던 시대를 지나, 이제 집은 가족이 함께 추억을 만들고 건강하게 사는 공간이어야 한다. 지금 '재산성'으로 이야기하는 집의 의미와는 아주 다르다." 초등 트랙의 한 아이가 한옥을 '할머니 품 같은 집'이라고 글짓기했다는 일화가 뒤따랐다.

이 메시지는 강의실 밖에서 묘한 대비를 만났다. 쉬는 시간, 참가자들은 한옥 마루에서 마을을 둘러싼 고층 아파트 불빛을 바라보며 "예전엔 여기서 연을 날렸다"는 추억과 함께 자연스럽게 아파트 시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한옥이 자연을 빌려오던 자리에 이제는 수십억 원의 숫자가 들어와 있는 셈이다.

한옥 열풍의 이면도 같은 자리에 있다. 한옥체험업은 실거주 의무가 없고 입지 규제가 느슨해 법인 운영이 가능하며, 업계는 이를 두고 한옥이 "가장 부가가치 높은 문화 콘텐츠 비즈니스"가 됐다고 표현한다. 호텔업계 전문지는 정부가 밀어주는 한옥체험업 열풍이 품질 관리 없는 양적 팽창으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옥이 정책과 산업, 자산의 언어로 번역될수록 한옥이 본래 무엇이었는지를 말하는 인문의 언어가 함께 필요한 이유다.

참가자들의 구술 기억과 터주신 작품이 김포문화재단의 역사문화 아카이브로 이어진다면, 한옥마을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에서 생산하는 곳으로 바뀐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참가자들의 구술 기억과 터주신 작품이 김포문화재단의 역사문화 아카이브로 이어진다면, 한옥마을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에서 생산하는 곳으로 바뀐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소비에서 이해로, 자산에서 거처로

2026년 한옥은 세 층위에서 동시에 움직인다. 국토부의 지역 균형성장 수단, 국가유산청과 문체부의 K-헤리티지 브랜드, 그리고 민간의 프리미엄 숙박 자산이다. 세 층위 모두 '왜 한옥인가'라는 답을 전제로 하지만, 그 답을 시민에게 건네는 프로그램은 드물다. 김포의 이 프로그램은 한옥을 '예쁜 배경'이 아니라 '읽어야 할 텍스트'로 다룬다. 지역별 구조, 재료의 논리, 처마의 계산법, 오행의 상징까지 이해한 뒤의 한옥 스테이 하룻밤은 이전과 같을 수 없다.

더 깊은 층위에서 이 프로그램은 '집의 재산화'에 대한 인문적 반론이다. 집값이 삶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에, 한옥은 집이 본래 자연을 들이고 가족을 품는 '거처'였음을 상기시킨다. 최근 확산되는 한옥 스테이·귀촌·흙집 자가 건축 흐름은 이 반론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적 갈증임을 보여준다.

중장년이라는 타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옥에서 살아본 마지막 세대인 이들은 기억을 가진 당사자다. 참가자들이 풀어놓은 소나무 마루, 황토벽, 작은 아랫방·윗방의 기억은 살아있는 구술 아카이브였다. "요즘 아이들은 집을 그리라고 하면 전부 네모난 아파트를 그린다"는 강의 마지막 말은 왜 이 세대의 기억이 다음 세대로 건너가야 하는지를 압축한다.

중장년이라는 타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옥에서 살아본 마지막 세대인 이들은 기억을 가진 당사자다.
중장년이라는 타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옥에서 살아본 마지막 세대인 이들은 기억을 가진 당사자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김포 모델의 확장 전망

이 프로그램이 남길 효과는 세 갈래로 읽힌다. 먼저 지역 문화자산의 재해석이다. 김포아트빌리지 한옥마을은 그동안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 관람 공간에 가까웠지만, 강의와 투어, 창작이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창작 거점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참가자들의 구술 기억과 터주신 작품이 김포문화재단의 역사문화 아카이브로 이어진다면, 한옥마을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에서 생산하는 곳으로 바뀐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한옥형 디자인 특화명소'와의 접점도 여기서 생긴다.

두 번째는 세대 통합형 문화 모델이다. 영유아·초등·중장년 세 트랙이 같은 한옥에서 같은 기간에 운영되는 구조는 흔치 않다. 한옥에서 살아본 세대의 기억과 '할머니 품 같은 집'이라는 아이의 문장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이 방식은 세대별로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해 온 지자체 문화재단들이 참고할 만한 설계다.

마지막으로 K-한옥 담론의 확장이다. 방한 외국인 2,000만 시대를 앞두고 '한옥을 설명할 수 있는 시민'은 그 자체로 관광 수용태세다. 처마와 차경, 오행을 풀어내는 인문 프로그램은 한옥 스테이의 감상을 바꾸고, 관광과 주거, 건축 트렌드 전반에 깊이를 더하는 밑바탕이 된다.

차경(借景)·오행·처마의 과학으로 읽는 한옥의 오늘 — 힐링·헤리티지 트렌드 속 한옥이 다시 묻는 '집의 의미' /사진=남산골한옥마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차경(借景)·오행·처마의 과학으로 읽는 한옥의 오늘 — 힐링·헤리티지 트렌드 속 한옥이 다시 묻는 '집의 의미' /사진=남산골한옥마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한옥의 위치는 바뀌었다, 다음은 사람의 자리다

국토부는 한옥을 짓는 사람을, 국가유산청은 한옥을 파는 브랜드를, 민간은 한옥에 묵는 손님을 늘리고 있다. 김포의 목요일 저녁은 한옥을 '이해하는 사람'을 늘린다. 회차별 10명, 무료, 저녁 7시라는 설계는 일하는 중장년의 참여 장벽을 낮췄고, 흙집을 직접 짓는 강사와 진짜 기와를 손에 쥐게 하는 작가가 이론과 현장의 거리를 좁혔다.

다만 6회 모두 동일 구성의 원데이 형식이어서 심화를 원하는 참가자를 위한 후속 과정이 아쉽고, 프로그램 공간 자체가 시멘트 비율이 높은 개량 한옥이라는 점은 강의에서도 솔직히 언급됐다. 그 솔직함이 '진짜 한옥'을 향한 갈증을 만들어냈다면, 다음 단계는 완주 화암사나 안동 병산서원 같은 현장으로 잇는 답사형 확장일 것이다.

한옥은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집이다. 그리고 재산이 아니라 품이었던 집이다. 한옥이 정책과 산업의 주인공이 된 해, 김포 한옥마을의 목요일 저녁은 그 늙어감과 품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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