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Night’에서 다시 읽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30년

장소 특정적 설치와 비선형 큐레이션, 신체적 관람으로 이동하는 2026년 전시 흐름과 맞물린 오래된 문법

[KtN 임민정기자]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이 작아졌다.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을 압도하던 기념물은 노이에 나치오날갈레리(Neue Nationalgalerie) 안에서 몇 걸음이면 통과할 수 있는 크기가 됐다.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Purgatory’다. 카텔란은 브란덴부르크문의 형태를 없애지 않고 크기만 줄였다. 사람이 기념물을 올려다보던 관계도 함께 달라졌다.

권위는 오랫동안 높이와 크기를 사용해왔다. 높은 단상과 거대한 궁전, 넓은 광장, 사람보다 큰 동상은 정치와 종교, 국가가 자신을 드러내는 오래된 방식이었다. 카텔란은 이런 권위에 새로운 상징을 맞세우기보다 원래 있던 대상의 크기와 위치를 바꾼다. 거대한 것은 작아지고, 아래에 있던 것은 위로 올라가며, 관람하는 사람과 관람 대상의 자리도 뒤집힌다.

베를린 노이에 나치오날갈레리에서 열리고 있는 ‘Night’에는 카텔란의 지난 30년 작업과 신작이 함께 들어왔다.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가 설계한 유리홀도 별도의 장치로 가리지 않았다. 넓은 바닥과 높은 천장, 투명한 유리벽 사이에 작품을 흩어 놓으면서 건축 자체가 전시의 일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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