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에 나치오날갈레리 맞춤형 설치로 건축·작품·관람 동선 연결
서울·뉴욕에서도 장소 특정적 작업 확대…전시장 벽과 방, 이동 경로까지 작품의 재료로

[KtN 임민정기자]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이 사람 가까운 크기로 줄어들어 노이에 나치오날갈레리(Neue Nationalgalerie)의 넓은 상부홀에 놓였다.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Purgatory’다. 실제 도시에서는 거대한 기둥 아래로 차량과 사람이 오가는 기념물이지만 전시장에서는 몇 걸음이면 지나갈 수 있는 구조물이 됐다. 문을 축소한 것만으로 도시와 미술관, 기념물과 사람 사이의 크기 관계가 달라졌다.

카텔란의 개인전 ‘Night’는 지난 9월 10일 개막했다. 지난 30년간의 작업과 신작을 함께 배치한 전시의 중심에는 노이에 나치오날갈레리를 위해 제작한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설치가 들어갔다. 작품을 다른 전시장으로 그대로 옮겨도 같은 조건을 갖는 방식이 아니라,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가 설계한 건물의 구조와 작품 배치를 함께 사용한다. 노이에 나치오날갈레리 역시 이번 설치가 건물의 이용 방식과 작품·관람객·건축의 관계를 바꾸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한다.

유리로 둘러싸인 상부홀에는 작품을 하나씩 분리하는 전시실이 이어지지 않는다. 바닥은 넓게 열려 있고 시야는 건물 반대편까지 이어진다. 한 작품을 보고 있어도 다른 작품과 이동하는 관람객이 함께 들어온다. 카텔란은 기존 공간을 가벽으로 다시 나누기보다 작품 사이의 거리를 길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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