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바니 앤 코, 루비·핑크 사파이어로 캐릭터 재구성…3898억달러 라이선스 시장서 넓어지는 IP 주얼리의 영역
[KtN 박인경기자]도자 캣(Doja Cat)을 위해 제작된 헬로키티(Hello Kitty)가 1캐럿 다이아몬드를 단 배꼽 피어싱으로 등장했다. 마바니 앤 코(Mavani & Co.)는 하트 셰이프 다이아몬드와 루비, 핑크 사파이어를 사용해 도자 캣 전용 커스텀 주얼리를 제작했다. 얼굴 뒤에는 헬로키티 서체를 사용한 ‘Hello Doja’ 문구를 새겼다. 똑같은 제품을 반복 생산하는 컬렉션이 아니라 한 사람을 위해 한 점씩 제작한 1-of-1 주얼리다.
1974년 태어난 헬로키티가 반세기 뒤 도자 캣의 배꼽에 착용하는 고급 주얼리로 옮겨갔다는 점은 캐릭터 산업의 변화를 압축한다. 캐릭터 상품의 범위가 인형과 문구류, 의류를 넘어 고가 보석과 커스텀 보디 주얼리까지 넓어졌고, 유명인의 이름과 취향을 결합하는 개인화도 한층 깊어졌다. 세계 라이선스 시장에서 캐릭터·엔터테인먼트 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투명한 스톤을 촘촘하게 세팅한 헬로키티 얼굴에는 핑크 계열의 리본과 의상이 더해졌다. 검은 눈과 노란 코, 양옆으로 길게 뻗은 수염은 작은 크기에서도 캐릭터의 인상을 유지한다. 얼굴 아래 몸체는 별도의 고리로 연결해 고정된 장식보다 움직임을 살렸다.
가장 위에는 1캐럿 GIA 등급 하트 셰이프 다이아몬드가 놓였다. 다이아몬드에서 금속 바가 아래로 길게 이어지고 헬로키티 얼굴과 몸체가 차례로 연결된다. 얼굴 하나를 펜던트처럼 매다는 방식이 아니라 배꼽 피어싱의 세로 구조를 이용해 캐릭터 전체를 길게 풀어냈다.
하트형 다이아몬드를 헬로키티 얼굴 내부에 넣지 않은 점도 전체 인상을 좌우한다. 상단에는 큰 다이아몬드를 독립적으로 세우고 얼굴에는 작은 스톤을 빽빽하게 채웠다. 아래 몸체는 고리로 분리했다. 하나의 캐릭터를 보석으로 덮는 데 그치지 않고 크기와 움직임이 다른 세 부분으로 나눈 구성이다.
핑크색 리본과 의상은 얼굴을 채운 투명 스톤과 큰 대비를 만들지 않는다. 얼굴과 몸 전체가 밝은 색감으로 이어지면서 최상단 하트 다이아몬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캐릭터의 귀여운 형태와 다이아몬드의 존재감을 서로 다른 위치에 두면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가리지 않도록 조절했다.
붉은색을 강조한 디자인에서는 리본과 의상의 존재감이 한층 또렷해진다. 투명한 스톤을 채운 얼굴과 짙은 레드가 선명하게 갈리면서 헬로키티의 대표적인 리본 형태도 빠르게 드러난다. 루비와 핑크 사파이어는 값비싼 소재를 더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캐릭터를 구분하는 색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금속 윤곽과 보석의 배치도 헬로키티를 평면 이미지로 옮긴 방식과 다르다. 귀와 얼굴의 외곽선을 금속으로 잡고 그 안을 스톤으로 채웠다. 리본은 별도의 형태로 돌출시키고 눈과 코, 수염은 작은 면적 안에서도 색과 선을 분명히 나눴다. 캐릭터의 원래 비례를 유지하면서 입체 장신구로 다시 설계한 것이다.
두 가지 색의 차이도 단순한 색상 교체보다 시선이 머무는 위치를 바꾼다. 밝은 핑크에서는 하트 다이아몬드와 얼굴 전체가 먼저 읽히고, 짙은 레드에서는 리본과 몸체의 색이 앞선다. 같은 캐릭터와 같은 세로 구성을 사용하면서도 유색 보석의 농도에 따라 전체 인상이 달라진다.
뒷면에는 도자 캣을 위한 주문 제작이라는 성격이 보다 직접적으로 새겨졌다. 헬로키티 얼굴 뒤쪽의 금속 면에는 ‘Hello Doja’가 들어가고 아래에는 ‘MAVANI’ 로고가 자리한다. 앞면에서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헬로키티가 중심에 놓이고, 뒷면에서는 소유자의 이름이 나타난다. 세계적인 캐릭터와 한 사람을 위한 맞춤 제작을 한 점의 앞뒤에 나눈 셈이다.
마바니 앤 코 설립자 에릭 마바니(Eric Mavani·Eric the Jeweler)는 16세 때 뉴욕 다이아몬드 디스트릭트의 주얼리 매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전단을 나눠주는 아르바이트에서 판매 업무로 옮겨 다이아몬드와 고급 시계를 익혔고, 20세부터 독립적으로 주얼리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스눕 독, 50 센트와 G-유닛, 크리스 브라운, 프렌치 몬타나, 웨일, YG 등 힙합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며 커스텀 주얼리 분야에서 영역을 넓혔다.
유명인을 위한 커스텀 주얼리는 대량 생산품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수천 개를 생산해 단가와 판매량을 확보하는 대신 특정 인물을 위한 한 점에 디자인과 보석을 집중한다. 착용자가 공연과 행사,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면 같은 제품을 팔지 않더라도 제작자와 캐릭터가 동시에 노출된다. 희소성 자체가 상품 가치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다.
도자 캣의 헬로키티 피어싱도 판매 수량보다 ‘누구를 위해 만든 주얼리인가’가 먼저 드러나는 작업이다. 헬로키티라는 대중적인 캐릭터에 도자 캣의 이름을 새기고, 일반 캐릭터 상품에서 보기 어려운 1캐럿 하트형 다이아몬드와 유색 보석을 사용했다. 같은 디자인을 많은 사람에게 판매하는 대신 한 사람의 이미지와 캐릭터를 결합해 주얼리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든다.
캐릭터를 둘러싼 시장 규모는 이미 전통적인 완구와 문구류의 범위를 넘어섰다. Licensing International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라이선스 상품·서비스 매출은 3898억달러로 전년 3696억달러보다 5.45% 증가했다. 캐릭터·엔터테인먼트 부문은 1618억달러로 전체의 41.5%를 차지했다. 한 해 성장률도 8%로 전체 시장 증가율을 웃돌았다.
캐릭터·엔터테인먼트 분야의 1618억달러 매출은 기업 브랜드 980억달러, 스포츠 444억달러보다 크다. Licensing International의 2026년 조사에는 51개국 1068개 기업의 자료가 반영됐다. 캐릭터 IP가 특정 연령대나 상품군에 머무는 산업이 아니라 패션과 뷰티, 게임, 식음료, 공간 사업까지 뻗어 있는 세계 시장이라는 점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헬로키티의 긴 생명력도 주목할 부분이다. 2026년 산리오 캐릭터 대상에는 7064만7379표가 몰렸다. 전년보다 12% 늘어난 역대 최다 투표다. 폼폼푸린이 1위, 시나모롤이 2위, 포차코가 3위, 쿠로미가 4위를 차지했고 헬로키티는 5위에 올랐다. 반세기가 지난 캐릭터가 현재의 산리오 인기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헬로키티의 강점은 특정 연도의 순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반복 노출되면서 얼굴 윤곽과 리본, 눈과 코만으로도 캐릭터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각적 자산이 쌓였다. 작은 면적 안에서 정체성을 전달해야 하는 주얼리에는 이런 단순하고 강한 형태가 유리하다. 마바니 앤 코의 디자인에서도 얼굴 면적은 크지 않지만 리본과 눈, 코, 수염의 위치만으로 헬로키티가 바로 드러난다.
캐릭터 IP가 고급 주얼리로 이동한다고 해서 대중적인 캐릭터 상품의 구조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 점짜리 주문 제작에서는 복잡한 세팅과 큰 보석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반 판매 제품으로 확대하면 반복 생산과 내구성, 착용감, 가격대까지 함께 맞춰야 한다. 목걸이나 브로치보다 피부에 직접 착용하는 보디 주얼리는 무게와 크기, 금속 마감과 체결 구조도 중요하다.
1-of-1 제작물이 가진 희소성과 상업 제품의 확장성도 방향이 다르다. 단 하나뿐이라는 조건은 주목도를 높이지만 같은 물건을 원하는 소비자가 곧바로 구매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캐릭터 주얼리가 넓은 시장으로 이어지려면 고가 원석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형태와 색, 개인화 요소를 남기면서 소재와 가격대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방식이 뒤따를 수 있다.
IP 사업에서도 같은 조건이 적용된다. 캐릭터를 고급 제품에 붙이는 것만으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원래 캐릭터의 형태가 살아 있어야 하고, 브랜드와 제작자만의 디자인이 구분돼야 한다. 주문 제작에서는 여기에 착용자의 이름과 색, 보석 선택까지 더해진다. 도자 캣의 주얼리가 헬로키티 얼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Hello Doja’를 뒷면에 새긴 이유도 이런 개인화와 맞물린다.
마바니 앤 코의 디자인은 1캐럿 다이아몬드 하나에 모든 시선을 몰아놓지 않았다. 다이아몬드, 헬로키티 얼굴, 움직이는 몸체를 위아래로 나누고 리본과 의상에는 루비와 핑크 사파이어를 배치했다. 앞면은 캐릭터가 담당하고 뒷면은 도자 캣의 이름이 맡는다. 고가 보석과 캐릭터, 소유자의 정체성을 각기 다른 위치에 배치하면서 작은 배꼽 피어싱 안에 여러 층의 정보를 넣었다.
1974년 등장한 헬로키티는 2026년 도자 캣의 1-of-1 보디 주얼리로 다시 만들어졌다. 같은 기간 세계 캐릭터·엔터테인먼트 라이선스 시장은 1618억달러까지 커졌다. 오래된 캐릭터의 경쟁력도 인형과 문구류를 얼마나 더 많이 만드는가에만 머물지 않는다. 익숙한 얼굴을 새로운 소재와 착용 방식, 개인화된 디자인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옮길 수 있는지가 캐릭터 IP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