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그려 온 자화상 80여 점 가운데 11점 전시…거울과 미용 마스크, 장난감으로 얼굴을 가린 영국 화가의 작업과 '최초 공개'의 미술사적 가치

[KtN 임민정기자]영국 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이 화가 이시 우드(Issy Wood)의 자화상 11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지난 9일 개막한 'Self-Portraits'에는 2020년부터 이어진 자화상 연작 가운데 일곱 점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보관해 온 작품들이 국립 미술관의 전시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전시는 2027년 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1993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성장한 우드는 회화와 음악, 글쓰기를 병행해 왔다. 가죽 재킷과 오래된 시계, 음료수 캔과 장신구 등 일상적인 물건을 낯선 구도로 그리며 활동해 왔고, 2020년부터 자신의 얼굴을 반복해서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이 새로 마련한 현대미술 프로그램 '아티스트 포커스(Artist Focus)'의 첫 전시이기도 하다.

전시에 등장하는 우드의 얼굴은 대개 일부가 가려져 있다. 초록색 장난감 손가락이 눈가를 덮거나 거울에 눌린 얼굴이 비틀어지고, 하얀 미용 마스크가 피부를 감싼다. 눈과 입술은 드러나 있지만 얼굴의 전체적인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운 작품도 있다. 우드는 휴대전화로 촬영한 자신의 모습을 유화로 옮기면서 얼굴을 확대하거나 잘라내고 사물을 겹쳐 놓았다.

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은 1856년 설립된 이후 영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인물들의 초상을 수집해 왔다. 왕실과 정치, 문학과 예술 등 여러 분야의 인물들이 회화와 사진, 조각으로 기록돼 있다. 우드의 작품은 역사적 인물의 외모와 생애를 기록해 온 이 미술관에 동시대의 자화상이 들어오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2023년 우드의 자화상 세 점을 소장품으로 들인 데 이어 올해는 작가가 보관하던 작품들을 별도의 전시로 묶었다. 미술관이 수집한 작품과 작가 개인의 소장품은 소유와 관리 방식이 다르다. 개인 소장품으로 남아 있던 그림은 이번 전시 기간에 관객에게 공개되고, 작품의 제목과 제작 연도, 전시 이력도 함께 기록된다.

'최초 공개'라는 표현은 미술관이 새 전시를 알리는 데 사용하는 주요한 정보다. 우드의 경우 공개 시점보다 여러 해 앞서 제작한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작품을 그린 시기와 전시장에 걸린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처음 공개되는 일곱 점은 새롭게 제작한 일곱 점과 구분된다. 이번 전시는 2020년 이후 이어진 작업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작품을 선택하고 배치한 결과다.

작가의 작업 가운데 관객에게 공개되는 작품은 일부에 그친다. 우드는 지난 5년여 동안 80점이 넘는 자화상을 제작했다. 런던에서 선보인 11점은 연작 전체의 일부이며, 이전에 공개됐던 작품과 개인적으로 보관해 온 그림이 함께 포함됐다. 전시는 우드의 자화상 제작 과정을 모두 보여주기보다 국립초상화미술관이 선정한 작품들을 통해 그 흐름을 소개한다.

이시 우드, 'Self portrait 63', 2024. 초록색 장난감 손가락을 끼고 얼굴을 감싼 자화상. 길게 뻗은 손가락과 붉은 손톱이 눈가와 이마를 가린다. 사진=Damian Griffiths, © Issy Wood, Courtesy Carlos/Ishikawa and VeneKlasen
이시 우드, 'Self portrait 63', 2024. 초록색 장난감 손가락을 끼고 얼굴을 감싼 자화상. 길게 뻗은 손가락과 붉은 손톱이 눈가와 이마를 가린다. 사진=Damian Griffiths, © Issy Wood, Courtesy Carlos/Ishikawa and VeneKlasen

2024년 작품 'Self portrait 63'에는 초록색 장난감 손가락을 낀 손이 등장한다. 손가락 끝에는 붉은색의 길고 뾰족한 손톱이 붙어 있다. 우드는 양손을 얼굴 가까이 가져가 눈과 이마의 일부를 가렸다. 머리카락과 피부는 어두운 갈색과 회색으로 처리됐으며 장난감 손가락의 밝은 초록색이 두드러진다.

길게 늘어난 손가락은 얼굴의 비례를 바꾼다. 실제 손보다 과장된 길이와 인공적인 색채 때문에 손과 장난감이 쉽게 구분되지만, 손가락이 얼굴의 일부를 가리면서 사람의 피부와 플라스틱이 한데 얽힌다. 얼굴보다 손과 장난감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구성이다.

초상화에서 손은 인물의 직업과 지위, 감정을 나타내는 중요한 표현 수단이었다. 화가의 자화상에는 붓과 팔레트를 든 손이 등장했고, 귀족의 초상에서는 손에 쥔 책과 장신구가 인물의 사회적 위치를 설명했다. 우드가 자신의 얼굴 앞에 가져온 것은 값비싼 장신구나 미술 도구 대신 장난감 손가락이다.

긴 손톱은 미용과 패션에서 사용해 온 장식이기도 하다. 손톱의 모양과 길이를 바꾸는 행위는 몸의 일부를 인공적인 형태로 꾸미는 과정이다. 우드는 장난감과 손톱을 결합해 익숙한 미용의 요소를 과장된 신체 표현으로 바꿨다.

사진 전체에는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있지만 얼굴은 편안하게 웃고 있지 않다. 손가락 사이로 드러나는 눈과 입술, 어두운 피부 표현이 밝은 초록색과 대비된다. 장난감의 익살스러움과 얼굴의 진지한 표정이 나란히 놓이면서 인물의 감정을 하나로 정리하기 어려운 인상을 만든다.

우드의 회화에서는 이러한 대비가 반복된다. 일상적인 사물은 익숙한 형태를 유지하지만 확대된 구도와 낮은 채도의 색채 속에서 낯선 분위기를 띤다. 음료수 캔과 가죽 의류, 오래된 장신구와 시계 등 소비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물건들도 우드의 그림에서는 작은 부분이 크게 드러나거나 주변 공간이 잘려 나간다.

자화상에서도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손가락과 눈, 입술을 가까이 그려 얼굴의 일부를 강조하고, 인물이 놓인 장소는 거의 남기지 않았다. 얼굴을 온전히 드러내는 전통적인 인물 초상과 달리 손과 소품이 인물의 모습을 결정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드가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는 잡지의 취재 요청이었다. 2020년 한 잡지가 작가를 소개하는 기사를 준비하면서 작업실에서 사진을 촬영하려 하자, 우드는 사진 대신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제공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타인이 촬영한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는 일에 부담을 느꼈던 시기였다.

이후 휴대전화로 촬영한 셀카를 바탕으로 자화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사진을 찍고 유화로 옮기는 동안 얼굴의 각도와 크기, 표정과 색채를 다시 선택할 수 있었다. 사진으로 남긴 순간의 모습을 며칠 동안 관찰하면서 수정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작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 점의 자화상을 완성하는 데 며칠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얼굴을 그리는 동안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되며,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특정한 표정을 피했다가 다시 그 표정을 선택하기도 했다. 자화상은 작가가 자신의 외모를 관찰하고 수정해 온 기록으로 쌓였다.

우드가 제작한 작품은 순간적으로 포착한 모습보다 여러 차례 선택하고 조정한 얼굴에 가깝다. 작가 스스로 사진처럼 솔직한 순간을 담은 이미지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도 작품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자신의 모습을 직접 그렸다는 사실이 곧 꾸밈없는 얼굴을 보여준다는 뜻은 아니다. 자화상마다 어떤 부분을 남기고 어떤 부분을 가릴지 결정한 시간이 들어 있다.

이시 우드, 'Self portrait 22', 2022. 얼굴에 가까이 가져간 거울에 비친 모습과 거울 밖의 얼굴이 함께 등장한다. 곡선형 거울이 눈과 코, 입술의 비례를 왜곡한다. 사진=Eva Herzog, © Issy Wood, Courtesy Carlos/Ishikawa and VeneKlasen
이시 우드, 'Self portrait 22', 2022. 얼굴에 가까이 가져간 거울에 비친 모습과 거울 밖의 얼굴이 함께 등장한다. 곡선형 거울이 눈과 코, 입술의 비례를 왜곡한다. 사진=Eva Herzog, © Issy Wood, Courtesy Carlos/Ishikawa and VeneKlasen

2022년 작품 'Self portrait 22'에서는 거울이 얼굴의 일부를 가린다. 우드는 곡선형 테두리의 거울을 손으로 붙잡고 얼굴 가까이 가져갔다. 거울에 반사된 얼굴은 비틀린 형태로 나타나고, 거울 밖에 남은 얼굴의 일부와 서로 겹친다.

미술가들은 오랫동안 거울을 자화상의 제작 도구로 사용했다. 렘브란트(Rembrandt)는 자신의 얼굴을 반복해서 그리며 나이에 따른 외모와 표정의 변화를 남겼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역시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탕으로 자화상을 제작했다. 거울을 이용해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회화로 옮기는 방식은 자화상의 오랜 제작 과정이었다.

우드는 거울 자체를 그림에 등장시켰다. 거울의 곡면과 손의 위치가 얼굴을 가리고, 반사된 이미지는 실제 얼굴과 다른 비례를 갖는다. 인물의 얼굴을 관찰하는 데 사용하는 물건이 얼굴의 형태를 바꾸는 요소가 된 것이다.

거울에 비친 눈과 코, 입술은 익숙한 얼굴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휘어 있다. 손으로 거울을 잡은 자세는 얼굴을 한 번 더 분할하고, 거울의 가장자리는 피부와 머리카락의 경계를 가른다. 얼굴이 한곳에 모이지 않고 실제 모습과 반사된 모습으로 나뉘면서 초상화의 구성이 달라졌다.

사진과 회화의 차이도 이 작품에서 나타난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면 반사의 각도와 빛, 순간적인 표정이 하나의 사진으로 남는다. 우드는 그 사진을 유화로 옮기면서 얼굴의 굴곡과 명암을 다시 그렸다. 사진으로 포착한 왜곡에 회화적 표현이 더해진 것이다.

우드의 인물은 피부를 부드러운 색조로 처리한 유화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구도는 휴대전화 사진과 가까운 부분이 있다. 얼굴을 지나치게 확대해 일부가 잘리고, 주변의 공간을 줄이면서 손과 거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회화에서 익숙한 거울 자화상의 전통과 스마트폰 시대의 촬영 방식이 한 작품에 결합했다.

오늘날 셀카에는 얼굴을 촬영한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직접 선택하는 과정이 들어 있다. 카메라의 위치를 바꾸거나 여러 장의 사진을 찍은 뒤 한 장을 선택하고, 원하는 부분을 보정해 공개한다. 우드의 자화상은 이러한 선택을 유화 제작으로 이어간다. 사진에서 한 차례 정한 얼굴을 캔버스에서 다시 조정하며 인물의 모습을 구성한다.

자신의 얼굴을 스스로 제작한다는 점에서 작업의 주도권은 우드에게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실제 모습에 가장 가까운 얼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장의 사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다시 그리는 과정에서 표정과 형태는 달라진다. 우드는 거울과 소품을 활용해 자신의 외모를 다루면서 자화상에 남길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이시 우드, 'Self portrait 71', 2025. 흰색 시트형 얼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이어트 코크 캔을 입 가까이 가져간 자화상. 마스크의 구멍 사이로 눈과 입 주변이 드러난다. 사진=Damian Griffiths, © Issy Wood, Courtesy Carlos/Ishikawa and VeneKlasen
이시 우드, 'Self portrait 71', 2025. 흰색 시트형 얼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이어트 코크 캔을 입 가까이 가져간 자화상. 마스크의 구멍 사이로 눈과 입 주변이 드러난다. 사진=Damian Griffiths, © Issy Wood, Courtesy Carlos/Ishikawa and VeneKlasen

2025년 작품 'Self portrait 71'에는 흰색 시트형 얼굴 마스크가 등장한다. 마스크는 이마와 뺨, 코 주변을 덮고 있으며 눈과 입 부분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우드는 다이어트 코크 캔을 입 가까이 가져갔다. 피부에 밀착된 마스크의 가장자리는 얼굴의 굴곡을 따라 접히고, 일부에는 젖은 표면의 광택이 남아 있다.

얼굴을 꾸미거나 가꾸는 행위는 인물사진과 패션사진에서 오래전부터 다뤄졌다. 메이크업을 완성한 얼굴과 정돈된 헤어스타일은 배우와 모델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주요한 요소였다. 피부 관리에 사용하는 마스크와 화장품도 광고와 사진을 통해 반복적으로 소개됐다.

우드는 피부를 관리하는 중간 과정을 자화상에 남겼다. 얼굴에는 마스크가 붙어 있고 손에는 음료수 캔이 들려 있다. 미용을 위한 행동과 일상적인 소비가 한 인물의 초상 안에 들어왔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모습은 완성된 메이크업을 보여주는 패션사진과 다른 인상을 만든다.

우드의 정물화에도 탄산음료와 오래된 가죽 의류, 장신구와 시계가 자주 등장한다. 상품의 표면과 질감에 관심을 기울여 온 작업이 자화상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재가 얼굴 가까이에 놓였다. 다이어트 코크 캔은 작가가 이전부터 반복해서 그려 온 물건이고, 얼굴 마스크는 피부의 일부를 가리는 도구다.

미용과 음료 소비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행동이지만 광고에서는 대개 완성된 효과와 만족스러운 경험이 강조된다. 우드의 작품에서는 얼굴에 달라붙은 마스크의 주름과 캔을 입 가까이 가져간 자세가 남아 있다. 피부와 미용용품, 상품의 포장이 한데 놓이면서 소비생활의 익숙한 모습이 다소 불편한 초상으로 바뀌었다.

마스크가 가린 부분은 넓지만 눈은 관객을 향한다. 얼굴의 전체적인 형태는 흰색 시트에 덮여 있고, 눈과 입 주변의 작은 부분만 인물의 표정을 전달한다. 손에 든 음료수 캔도 입술의 일부를 가린다. 얼굴을 표현한 그림에서 인물을 알아보게 하는 특징들이 여러 물건에 의해 나뉘어 있다.

2024년의 장난감 손가락과 2022년의 거울, 2025년의 얼굴 마스크는 모두 우드가 직접 사용하는 일상적인 사물이다. 손과 거울, 미용용품이 얼굴의 일부를 가리면서 작품마다 서로 다른 인상이 만들어졌다. 세 그림 모두 인물에게 가까이 다가간 구도와 부드러운 유화의 색조를 사용하지만 얼굴을 드러내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우드가 자화상에서 사용하는 얼굴 가리기와 왜곡은 20세기 이후 여러 미술가가 다뤄 온 표현이기도 하다. 신디 셔먼(Cindy Sherman)은 가발과 의상, 메이크업으로 자신을 다른 인물처럼 꾸몄고, 질리언 웨어링(Gillian Wearing)은 가면과 사진을 이용해 자신의 모습과 가족의 얼굴을 겹쳐 표현했다.

우드는 자신의 얼굴에 장난감과 미용용품을 더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다른 인물을 연기하거나 가족의 모습을 재현하기보다 자신의 얼굴을 계속 그리면서 그때마다 다른 물건과 자세를 선택했다. 과거 자화상에서 화가의 얼굴과 작업실이 주요한 소재였다면 우드의 작품에는 휴대전화 사진의 구도와 생활용품, 소비문화의 흔적이 함께 들어 있다.

우드의 회화는 사물의 형태를 매끄럽게 정리하기보다 빛과 명암을 부드럽게 처리하는 특징이 있다. 피부와 플라스틱, 천과 금속은 서로 다른 물질이지만 작품에서는 어둡고 흐릿한 색조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얼굴 가까이에 놓인 사물들은 익숙한 물건이면서도 낯선 분위기를 갖는다.

그림의 상당 부분이 얼굴과 물건으로 채워져 주변 공간은 거의 남지 않는다. 관객은 인물의 실제 생활공간이나 촬영 장소보다 피부에 닿은 물건과 얼굴의 일부를 먼저 접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인물을 바라보는 듯한 인상이 강하지만 얼굴 전체가 드러나지 않아 표정을 읽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우드는 자신의 얼굴에 대한 불편함과 자화상을 그리는 과정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 왔다. 사진에 찍힌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고, 자신의 외모에 대한 판단을 쉽게 믿기 어려웠던 경험을 설명했다. 자화상을 반복해서 그리면서 얼굴을 바라보는 태도도 달라졌다고 밝혔다.

작가의 이러한 경험은 작품의 출발점에 해당하지만 그림의 미술사적 가치는 구체적인 표현에서 드러난다. 장난감 손가락의 비현실적인 비례, 거울에 휘어진 얼굴, 시트 마스크의 질감은 모두 인물의 형태를 바꾼다. 우드는 자신의 외모를 다루는 과정에서 회화와 사진, 생활용품의 관계를 함께 실험했다.

전시에서 일곱 점이 처음 공개됐다는 사실은 우드의 자화상 연작이 미술관에서 새롭게 편집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80점이 넘는 작업 가운데 일부가 선택됐고, 서로 다른 시기에 그린 그림들이 한 공간에 놓였다. 관객에게는 개별 작품의 제작 연도뿐 아니라 작품들이 어떤 순서로 배치됐는지, 초기와 최근 작업 사이에 표현의 변화가 있는지도 중요한 관람 요소가 된다.

국립초상화미술관이 우드의 작품을 소장하기 시작한 시기는 2023년이다. 올해는 작가의 개인 소장품을 중심으로 자화상 전시를 마련했다. 작품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과 일정 기간 빌려 전시하는 일은 미술관의 서로 다른 활동이다. 소장품은 기관의 영구적인 기록에 남고, 대여 작품은 정해진 기간에 공개된 뒤 소장자에게 돌아간다.

새로 시작한 '아티스트 포커스'는 해마다 현대미술가 세 명의 작품을 소개하도록 구성됐다. 우드의 자화상 전시는 첫 발표이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역사적 인물들의 초상을 수집해 온 미술관에 동시대 작가의 개인적인 이미지가 들어왔다는 점에서 기존 소장품과의 관계도 살펴볼 만하다.

1856년 설립된 국립초상화미술관은 영국의 역사와 사회를 형성한 인물들의 초상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초상화에는 인물의 이름과 생애, 사회적 역할이 연결된다. 왕실과 정치인, 작가와 예술가의 모습은 해당 시대의 기록으로 보존돼 왔다.

우드의 자화상은 작가 자신이 인물이자 제작자다. 거울과 장난감, 미용용품을 사용해 얼굴을 가리고 비틀면서 개인의 외모와 일상을 회화의 소재로 삼았다. 한 사람의 얼굴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방식도 달라진 시대다. 지금은 작가가 자신의 사진을 직접 촬영하고 선택해 공개할 수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같은 얼굴이 수많은 이미지로 반복된다.

국립초상화미술관에 우드의 자화상이 걸렸다는 사실은 작가에게 새로운 전시 이력으로 남는다. 미술관의 소장과 전시는 작품이 유통되는 경로를 넓히고, 작가를 연구하는 자료로도 활용된다. 미술시장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경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제도적 기록이다.

국립 미술기관이 작품을 소개하는 일과 작품의 예술적 성취를 평가하는 일은 서로 다른 차원에서 이뤄진다.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이 전시장에 등장하면 관객과 연구자는 새로운 자료를 접할 수 있고, 비평가는 작품의 형식과 내용, 연작 안에서의 위치를 살핀다. 처음 공개됐다는 사실은 작품의 전시 이력을 구성하고, 회화의 완성도는 이후의 비평과 연구 속에서 평가된다.

이시 우드의 자화상 연작에는 같은 얼굴을 반복해서 그리는 과정에서 축적된 변화가 남아 있다. 거울에 눌린 얼굴과 장난감에 가려진 눈, 시트 마스크 사이로 드러난 표정에는 작가가 선택한 사물과 자세가 각각 다르게 작용한다. 휴대전화 사진을 유화로 옮긴 방식도 개인의 외모와 이미지를 다루는 오늘날의 생활문화와 연결된다.

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의 'Self-Portraits'는 2027년 2월 28일까지 열린다. 2020년부터 시작된 자화상 가운데 일곱 점이 처음 공개됐고, 이전에 제작한 작품들도 함께 전시됐다. 잡지에 실릴 사진을 대신하려고 시작한 그림은 여섯 해 동안 80점이 넘는 연작으로 이어졌다. 우드가 반복해서 그린 얼굴에는 나이와 표정의 변화, 자신의 모습을 선택하고 수정한 시간이 남아 있다. 이번 전시는 개인적인 작업으로 보관해 온 그림들이 국립 미술기관의 공개 기록에 들어오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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