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미술 공부 거쳐 브로우 디자인…골격·색·비율까지 살피는 1:1 상담
퍼스널컬러·AI 분석 더해 이미지 컨설팅으로 확장, “눈썹만 예쁜 건 의미 없어”
[KtN 박준식기자]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브로우 컨설팅을 하는 오은희 끌로랑뷰티 원장은 눈썹을 얼굴에서 따로 떼어 보지 않는다. 얼굴형과 이목구비의 비율, 기존 눈썹의 숱과 모의 방향, 헤어 컬러와 눈동자 색을 함께 살핀 뒤 고객이 원하는 인상까지 확인한다. 오 원장은 “눈썹만 예쁜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마다 가진 얼굴의 조화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눈썹은 얼굴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작지만 굵기와 길이, 색의 강도에 따라 눈매와 이마의 비율이 달라진다. 같은 아치형이나 일자형 눈썹을 적용해도 얼굴 골격과 이목구비가 다르면 전체 인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연예인 사진을 가져와 같은 눈썹을 원하는 고객에게도 모양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얼굴 구조와 기존 눈썹 상태를 먼저 설명하는 이유다.
오 원장은 상담 과정에서 고객의 얼굴을 놓고 원하는 형태와 조정한 디자인을 비교한다. 눈썹의 굵기와 각도, 길이를 달리했을 때 얼굴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보여주고 최종 형태를 정한다. “세련되고 뚜렷한 인상을 원하는 분도 있고 청순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원하는 분도 있다”며 “얼굴에 어울리는 형태와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가 만나는 부분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선과 비율을 보는 습관은 오랜 미술 경험에서 시작됐다. 오 원장은 유치원 시절부터 약 14년 동안 미술을 공부했다. 성인이 된 뒤에는 대학 진학보다 취업을 먼저 선택해 축산업계 회사 마케팅 부서에서 3~4년가량 근무했고, 이후 자신이 오래 해온 미술과 관심 분야였던 뷰티를 함께 공부하기 위해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산업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색소학과 피부과학, 이미지 컨설팅 등을 공부했다.
눈썹과의 인연은 대학 진학 전부터 이어졌다. 중학생 때 친구들의 눈썹을 정리해주면서 작은 변화가 얼굴 인상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 경험했다. 친구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눈썹 정리를 받을 만큼 자연스럽게 해오던 일이었지만, 정리 전후의 인상 차이와 친구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관심은 점차 뷰티 영역으로 옮겨갔다.
미술과 브로우 디자인은 선과 색을 다룬다는 점에서 닮았지만 작업 조건은 다르다. 종이에서는 원하는 위치에 새로운 선을 그릴 수 있지만 사람의 얼굴에는 이미 골격과 눈매, 광대와 턱선이 자리한다. 눈썹에도 원래 자라는 방향과 숱, 색이 있다. 오 원장은 새로운 모양을 덧씌우기보다 얼굴에 이미 존재하는 조건을 먼저 읽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컬러를 결정할 때도 기준은 눈썹 하나에 머물지 않는다. 헤어 컬러와 눈동자 색, 기존 눈썹의 밀도를 함께 살핀다. 숱이 많고 모가 굵은 눈썹에 짙은 색을 더하면 얼굴에서 눈썹의 비중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색과 밀도를 낮췄을 때 눈이나 다른 이목구비가 더 또렷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눈썹의 색을 정하는 과정이 퍼스널컬러와 연결되는 배경이다.
오 원장은 감각에 의존했던 판단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퍼스널컬러와 색채 관련 공부도 이어가고 있다. 얼굴 촬영을 통해 퍼스널컬러와 얼굴 비율, 눈동자 색 등을 분석하는 AI 기반 진단도 상담 과정에서 활용한다. 분석 결과를 그대로 디자인에 적용하기보다 고객이 자신의 얼굴 조건을 이해하는 참고 정보로 사용하고, 최종 디자인은 기존 눈썹과 헤어 컬러, 원하는 이미지까지 종합해 조정한다.
AI가 제시하는 정보가 늘어나도 최종 판단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얼굴 비율이 비슷한 사람이라도 눈썹의 밀도와 모의 방향이 다르고, 같은 퍼스널컬러 안에서도 헤어와 메이크업 취향이 달라진다. 오 원장은 기계가 제시한 분석값과 사람의 미적 판단을 나란히 놓고 고객에게 설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브로우를 찾는 고객도 눈썹이 옅은 사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숱이 많은 사람은 새로 그리는 것보다 기존 눈썹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중요하다. 모의 방향과 길이, 밀도를 조정하고 얼굴에서 눈썹이 차지하는 무게를 낮추는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주변 잔털을 정리하는 왁싱과 달리 눈썹 자체의 밀도와 길이, 컬러와 디자인을 함께 다루는 점에서 상담 범위도 넓어진다.
오 원장이 선호하는 미적 기준은 큰 변화를 단번에 드러내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 “한 듯 안 한 듯한데 원래 이 사람이 가진 매력처럼 느껴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눈썹을 바꿨다는 사실이 먼저 보이기보다 본래 얼굴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형태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메이크업에서도 특정 부위를 과도하게 강조하기보다 피부와 헤어, 눈매와 눈썹의 균형을 함께 본다.
1:1 상담을 이어가면서 관심은 외모에서 사람의 이야기로 넓어졌다. 한 사람과 오랜 시간 마주하다 보니 눈썹과 메이크업에 관한 대화가 직장이나 인간관계, 개인적인 고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겼다.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고객에게 얼굴에서 잘 어울리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눈썹 외에 조금만 조정하면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 메이크업 방법도 설명한다.
오 원장은 외모 관리와 심리치료를 같은 영역으로 보지는 않는다. 눈썹을 바꾸는 것만으로 삶의 고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오랫동안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얼굴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자신에게 맞는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고객의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를 가까이에서 경험했다고 했다.
삶을 바라보는 기준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갑상선암 진단 이후 수술과 치료를 거치는 동안 여러 암 환자를 만났고, 항암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과 눈썹 등 외모가 크게 달라지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봤다. 오 원장은 이 경험을 거치면서 자신이 가진 기술을 단순히 수입을 얻는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치료를 받는 동안 외모 변화로 힘든 환자나 경제적인 이유로 뷰티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오 원장은 “처음에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고 아픈 시간을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건강을 잃어본 경험은 일상을 받아들이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전에는 스스로를 완벽주의적이고 불안이 많은 사람으로 여겼지만 치료 이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건강과 일상의 의미를 다시 보게 됐다고 했다. 더 완벽한 모습으로 바꾸는 일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살리는 방향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망원동을 찾는 외국인 고객을 만나면서 K-뷰티에 대한 생각도 구체화됐다. 문화권에 따라 눈썹의 굵기와 각도, 선호하는 메이크업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형태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기존 얼굴과 취향을 함께 살핀다. 여행 중 K-뷰티를 경험하기 위해 방문하거나 귀국한 고객의 소개를 받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오 원장은 K-뷰티의 특징을 ‘한 듯 안 한 듯한 자연스러움’에서 찾는다. 강한 선과 색으로 얼굴을 크게 바꾸기보다 피부와 눈썹, 메이크업의 경계를 섬세하게 조절해 본래 얼굴의 특징을 살리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자신이 오래 지켜온 브로우 디자인의 기준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작업의 중심은 눈썹이지만 향후 범위는 더 넓게 보고 있다. 퍼스널컬러와 메이크업, 얼굴 이미지까지 함께 살펴 한 사람에게 필요한 뷰티 방향을 설명할 수 있는 컨설팅을 구상하고 있다. 오 원장은 “지금은 눈썹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체적인 메이크업과 컨설팅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약 14년 동안 그림을 그리며 익힌 선과 색은 사람의 얼굴을 다루는 기술로 이어졌다. 브로우 디자인을 시작한 뒤에는 골격과 비율, 컬러를 보는 데서 다시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와 생활 방식까지 살피는 방향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오은희 원장이 말하는 조화는 정해진 눈썹 하나를 제시하는 방식보다 이미 가진 얼굴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를 찾는 과정에 가깝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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