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탈리즘 속의 유기적 감성, 패션과 건축이 만나는 지점
[KtN 임우경기자] 패션은 종종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반영하는 예술로 여겨지지만, 때때로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건축적 맥락을 반영하는 구조적인 실험이 되기도 한다. 공간과 패션이 조화를 이루거나 충돌할 때, 그 긴장감 속에서 새로운 시각적 언어가 탄생한다.
록산다(Roksanda)의 2025 S/S 컬렉션은 바로 그 긴장감 위에서 펼쳐진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실루엣의 변화가 아니라 공간과 인간, 그리고 자연의 상호작용을 탐색하는 방식으로 기획되었다. 특히, 브루탈리즘(Brutalism) 건축이라는 차갑고 단단한 공간 속에서, 밀 이삭 장식, 흐릿한 항공 사진 패턴, 라피아와 비스코스 프린지를 활용한 유기적 텍스처를 결합하며 패션이 공간과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단순한 옷을 넘어, 패션이 건축적 요소와 환경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감각적 오브제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컬렉션이었다.
브루탈리즘과 패션 – 차가운 공간과 유기적 실루엣의 대비
이번 시즌 록산다의 컬렉션은 쇼의 장소 자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디자이너는 브루탈리즘 건축의 직선적인 구조와 차가운 회색빛 공간 속에서, 부드러운 실루엣과 유동적인 텍스처를 활용하여 상반된 요소들을 대조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브루탈리즘은 기능적이고 과장되지 않은 형태, 거친 콘크리트, 직선적이고 투박한 미학을 강조하는 건축 스타일이다. 그러나 록산다는 이러한 공간적 특성을 배경 삼아, 유기적인 텍스처와 자연에서 가져온 디테일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창출했다.
1) 공간이 패션을 감싸는 방식 – 직선과 곡선의 충돌
브루탈리즘 건축 속에서 록산다는 부드러운 곡선미와 볼륨감을 강조한 실루엣을 내세웠다. 어깨선이 둥글게 떨어지는 재킷, 흐르는 듯한 드레이프 드레스, 자연스러운 텍스처의 활용은 차갑고 기하학적인 공간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었다. 이는 단순히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패션이 환경과 맺는 관계를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록산다는 브루탈리즘이라는 차가운 건축적 맥락 속에서 유기적인 곡선과 부드러운 텍스처를 활용해 대비적 균형을 창출했다.
밀 이삭 장식 – 지속가능성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시각적 선언
이번 시즌 가장 상징적인 요소 중 하나는 밀 이삭 장식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환경과 인간의 가치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오브제였다.
1) 밀 이삭이 의미하는 것 – 생명력과 순환의 은유
밀은 인류 문명의 시작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식물이다. 농업과 함께 발전해 온 인류의 역사 속에서, 밀 이삭은 생명의 지속, 풍요로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의미하는 상징적 요소다. 이번 컬렉션에서 록산다는 밀 이삭을 장식으로 활용하며, 자연과 패션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2) 환경 문제와 패션 – 단순한 친환경을 넘어선 철학적 접근
록산다는 단순한 친환경 소재 사용이 아니라,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철학적 맥락에서 접근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밀 이삭 장식은 단순히 자연적 요소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환경과 연결되어 있으며, 패션이 자연과 공존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록산다는 밀 이삭 장식을 통해 패션이 환경과 인간 가치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흐릿한 항공 사진 패턴 – 시각적 경계를 흐리는 실험적 접근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도 중 하나는 항공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흐릿한 패턴을 활용한 디자인이었다. 이는 단순한 그래픽 요소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시각적 장치였다.
1) 흐릿한 경계 – 확실한 형태를 벗어난 디자인
일반적으로 패턴은 선명한 형태를 띠지만, 이번 시즌 록산다는 의도적으로 흐릿하고 모호한 패턴을 활용했다. 마치 고공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풍경처럼, 형태가 명확하지 않고 시간 속에서 변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패션이 단순한 형태적 실험이 아니라,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록산다는 흐릿한 패턴을 통해 패션이 명확한 형태를 띠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시각적 관점에 따라 변화하는 존재임을 보여주었다.
라피아와 비스코스 프린지 – 움직임 속에서 완성되는 텍스처
록산다는 이번 시즌 텍스처를 활용한 디자인 실험에도 집중했다. 특히, 라피아(Raffia)와 비스코스(Viscose) 프린지를 활용하여 옷이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유기적인 형태를 갖도록 구성했다.
라피아는 야자수에서 추출한 친환경 섬유로, 자연적 질감과 독특한 입체감을 제공한다. 비스코스 프린지는 실크처럼 부드럽게 흐르면서도, 움직임에 따라 독특한 실루엣을 형성하는 텍스처를 만든다. 록산다는 이러한 요소들을 조합하여, 옷이 단순한 정적인 오브제가 아니라, 착용자의 움직임 속에서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연출했다.
록산다는 텍스처 실험을 통해 패션이 단순한 형태적 미학을 넘어, 움직임 속에서 완성되는 감각적 경험이 될 수 있음을 탐색했다.
패션, 공간을 담아내고 자연과 대화하다
록산다 2025 S/S 컬렉션은 단순한 스타일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이 공간과 환경, 그리고 인간의 가치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를 깊이 탐구하는 시도였다.
브루탈리즘 건축의 직선적이고 차가운 미학과 부드러운 곡선의 실루엣을 대조시키며, 패션이 공간과 맺는 관계를 재해석했다. 밀 이삭 장식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패션이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환경과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흐릿한 항공 사진 패턴을 활용해 명확한 형태와 경계를 허물며, 시각적 인식의 전환을 실험하고 패션의 새로운 표현 방식을 탐색했다. 라피아와 비스코스 프린지를 사용하여 패션이 정적인 오브제가 아닌, 착용자의 움직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록산다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패션이 단순한 개별적 오브제가 아닌, 공간과 환경, 인간의 가치가 맞닿아 있는 유기적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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